교통카드로 어디까지 가봤니? 제주도 버스여행


"아빠! 저녁 먹언?"

"다음에 내릴 꺼우다."


시끌시끌,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투박한 사투리를 들으니 제주에 온 것이 실감 납니다. 제주도 여행을 몇 번 해본 적은 있지만, 매번 차를 빌려 성산 일출봉이나 섭지코지 같은 유명 관광지만 다녀봤지, 버스를 타본 것은 처음이거든요. 시내를 조금 벗어나니 돌담 사이로 소박한 동네 풍경과 멀리 쪽빛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는 안내방송이 친절하게 알려주니 길을 헤맬 필요도, 내비게이션을 볼 필요도 없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렌터카를 빌리지 않으면 다닐 수 없을 것 같던 제주에서는, 요즘 버스 여행이 대세입니다. 서점에서는 '제주 버스 여행'을 주제로 한 책들이 연일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고, 인터넷에는 먼저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생생한 무용담이 하루가 멀다고 올라옵니다.



티머니로 떠나는 제주도 일주, 제주 일주 버스를 아시나요?



▲ 빨간 색으로 표기한 부분이 702번 서일주 노선, 파란 색으로 표기한 부분이 701번 동일주 노선.
(지도출처: 제주버스정보시스템 http://bus.jeju.go.kr)


이렇게 제주 버스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제주 일주 버스' 때문인데요. 둥글납작하게 생긴 제주를 반으로 갈라 그 둘레인 1132번 지방도로를 도는 동일주(701), 서일주(702) 시외버스는 바닷가에 볼거리가 많은 제주를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게다가 제주도의 모든 버스는 '티머니(T-money)' 결제가 가능하다는 사실~! 내가 쓰던 교통카드를 그대로 들고 제주도 구석구석을 누빌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편리하고 경제적일 수 없겠죠. 자, 그럼 티머니로 떠나는 제주도 버스여행,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701번 타고 성산 일출봉으로, 제주 동쪽 여행


제주시를 기준, 성산으로 향하는 동일주 버스 노선은 종점까지 약 3시간 남짓 걸립니다. 버스여행의 시작점이자 공항에서 가까운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함덕-김녕-세화-고성-표선-남원-위미-서귀포를 거쳐 서귀포시외터미널까지 연결합니다. 동일주 버스와 시내버스 환승을 이용하면 김녕성세기 해변, 비자림, 월정리 해변, 우도, 성산 일출봉, 섭지코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제주민속촌, 서귀포 등을 여행할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이자 제주 10대 절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성산 일출봉, 이곳에서 맞이하는 일출이란~! (정류소: 일출봉 입구

▲ 비가 오면 더욱 운치 있는 비자나무 숲, 비자림 (정류소: 평대초등학교, 990버스로 갈아타고 비자림에서 하차  


▲ 섭지코지에서 바라본 싱그러운 제주 바다 (정류소: 고성리 구 성산농협 정류장, 910번으로 갈아타고 신양리에서 하차)

▲ 우도 순환 관광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검멀레 해안, '검은 모래'가 반짝이는 이곳에서는 보트를 타고 주변 기암괴석을 둘러볼 수 있다.
    (정류소: 성산항에서 하차한 후, 배로 10분 정도 이동)


▲ 서귀포 범섬을 바라보며 해물라면 한 그릇 어떠세요? (정류소: 서귀포여자고등학교)


702번 타고 협재해수욕장으로, 제주 서쪽 여행

제주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해 하귀-애월-한림-협재-신창-고산-모슬-화순-중문-서귀포시외버스터미널로 이어지는 1135 지방도로의 서쪽 코스입니다. 종점까지는 약 2시간 30분 정도 걸리며 애월, 곽지과물해변, 협재해수욕장, 금능해수욕장, 한림공원, 모슬포, 마라도, 용머리해안, 산방산, 송악산, 오설록티뮤지엄 등을 여행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제주도는 서쪽보다 동쪽이 관광지로 더 발달했는데요. 한여름, 물놀이를 겸한 관광을 하기에는 곽지과물, 협재, 금능으로 이어지는 제주의 서쪽 해안이 참 좋습니다.   


▲ 쪽빛 바다 위에 환상의 섬 같은 비양도가 떠 있는 협재해수욕장, 외국의 유명 휴양지와 견주어도 손색없다. (정류소: 협재해변)



▲ 한국에 이런 곳이? 올레 10코스, 산방산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지질학 트레일,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정류소: 산방산)


▲ 송악산의 일몰, 송악산은 안타깝게도 올 8월부터 5년간 입장객을 받지 않는 자연 휴식년에 들어간다. 

▲ 녹차 밭과 차 박물관을 구경하고, 예쁜 카페에서 녹차와 아이스크림 등을 즐길 수 있는 오설록 티뮤지엄. 쾌적한 환경에서 비누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정류소: 한라병원, 755번으로 환승해 오설록에서 하차)



제주도 버스 여행, 이것만은 알고 떠나자!

▲ 서귀포에서 다시 공항으로 돌아갈 때는 한라산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주택과 눈 덮인 한라산의 풍경이 조화롭다.


우리가 늘 사용하는 티머니로 떠나는 제주도 버스여행~! 그러나 제주 버스에는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는데요. 바로 다음 세 가지입니다.


1. 제주도 버스는 거리 비례 요금

제주도 버스는 거리비례 요금제입니다. 거리에 따라 1~5구간으로 나눠 1,300원에서 3,300원까지 요금이 다릅니다. 그러니 버스를 탈 때는 꼭 운전기사님께 목적지를 말하고, 카드를 찍어야 합니다. 


2. 같은 번호를 단 노선버스라도 종점과 운행경로가 다르다?!
예를 들어 702번 서일주 노선은 같은 번호판을 단 버스라도 '전체 노선의 반만 운행하는 것', '사계리를 거치는 것' 등 가는 길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니 버스를 기다릴 때는 '제주버스정보시스템 (http://bus.jeju.go.kr)'에서 운행노선을 미리 찾아보고, '제주버스정보'앱을 미리 설치해두면 유용합니다. 제주도 홈페이지 (http://www.jeju.go.kr/index.jeju?menuCd=DOM_000000306002014001&sso=ok)에 버스 시간표, 요금표 등을 볼 수 있어 추천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제주올레 찾아가기' PDF도 꼭 받아보세요~!


3. 버스를 보면 손을 들어라

제주도 버스의 운행간격은 보통 20분~1시간으로 긴 편입니다. 하나를 놓치면 다음 버스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인적이 드문 정류장에는 버스가 서지 않고 지나치는 경우가 흔합니다. 타야 하는 버스가 오면 꼭 손을 들고 의사표시를 분명하게 하세요. 내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버스를 놓쳐 1시간 넘게 컴컴한 길가에 서있다가 히치하이킹을 해야만 했던 제 뼈아픈 경험담이니 꼭 참고하세요! 



이제 여름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제 가을 여행을 준비해야 할 때라는 뜻~!
올가을에는 몸도 마음도 가볍게 제주도로 떠나보면 어떨까요? 
교통카드 한 장 들고 떠나는 제주도 버스여행,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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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CNS 블로그 (http://blog.lgcns.com)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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