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운명~! 하이 밴쿠버 다운타운 호스텔 (Hi-Vancouver Downtown)

2015.08.28 13:13 / 센티멘탈 여행기/대자연 속으로, 캐나다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도, 현지에서 구한 아날로그 자료는 소중하다.
여행지에서 모은 자료와 입장권은 집에 돌아온 후에도 도무지 버릴 수가 없다.
사진과 함께 잘 꽂아 두면 멋진 추억이 될 텐데, 양이 너무 많기도 하고 따로 시간을 내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요즘엔 꼭 필요하다 싶은건 사진을 찍고, 명함집이나 파일북을 이용해 여행 중에 바로 처리를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내 방 한귀퉁이에는 정리하다 만 여행 자료가 든 신발상자가 한 가득이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상자도 하나씩 늘어간다. 



▲ 밴쿠버 호스텔에서 당일치기 휘슬러 여행을 계획하며. 


내 신발 상자 속의 보물

어제는 문득 책장 높은 곳에 올려 둔 상자 하나를 열어보고 싶었다. 나는 밴쿠버 여행기를 쓰기 위해 사진을 고르는 중이었고, 문득 15년 전 첫 배낭여행지였던 밴쿠버의 흔적이 궁금해졌다. 상자 위에 쌓인 먼지를 털어낼 때만 해도 기억나는 건 봄날의 부차드 가든, 자전거 일주를 한다던 일본 청년, 시끌벅적했던 숙소 정도였다.   


퀘퀘한 종이 냄새가 나는 상자 속을 뒤적이다가 2000년 5월 19일의 버스 승차권을 발견했다. 귀퉁이가 낡은 지도도 나왔다. 지도에는 그랑빌 아일랜드로 가는 길이 연필로 그려져 있었다. 마치 보물을 발견한 듯 하나하나 펼쳐보며 추억에 잠겼다. 그러다가 반으로 접어놓은 종이 한 장이 눈에 띄었다.

▲ 15년 전 vs. 15년 후의 같은 호스텔 입실 안내문 


아니 이건???

당시 내가 묵었던 유스호스텔의 방 번호, 침대 위치가 적힌 안내문이었다. 그런데 뭔가 낯익다. 
며칠 전, 내가 묵었던 숙소의 안내문을 찾아보니... 같은 곳이 아닌가?


밴쿠버 여행, 어쩌면 운명!



이번 여행에서 내가 묵었던 숙소가, 성수기라 맘에 드는 호텔과 에어비앤비를 찾지 못해 궁여지책으로 예약한 '하이 밴쿠버 다운타운 호스텔(Hi-Vancouver Downtown)'이, 이름은 조금 달라졌지만 15년 전에 내가 머물렀던 바로 그 곳이었다. 어렴풋이 호스텔에 묵었던 건 기억나는데, 그게 바로 여기였다니~! 




▲ 써로우와 버나비 스트릿이 만나는 곳에 있는 유스호스텔.

혹시나 해서 동봉되어 있던 15년 전의 지도를 찾아보니 써로우와 버나비 스트릿이 만나는 지점, 정말 같은 곳이었다. 밴쿠버 다운타운에는 수 많은 호스텔이 있고, 호스텔링 인터네셔널 소속의 유스호스텔도 두 곳이어서 같은 곳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15년이란 세월은 부침이 심한 대도시 중심에서는 꽤 오랜 세월이 아닌가? 



▲ 내가 머물던 226호 4번 침대. 한 방에 있는 네 개의 침대중 가장 좋은 자리였다. 도미토리에서는 창가쪽, 1층 침대가 최고! 


▲ 호화로운 호텔 객실에서는 늘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곤 했는데, 여기선 언제나 베게에 머리가 닿자마자 잠이 들었다. I Belong here~?!



심지어 이번에 내가 묵은 방은 15년 전에 내가 사용했던 객실의 바로 옆방이었다.
창문으로 바깥 풍경을 보니 어렴풋이 오래전 추억이 떠올랐다. 


15년전 vs. 현재의 유스호스텔


15년 전과 현재를비교해보니 참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 때는매 층마다 공중전화가 있었고, 리셉션에 전화 메시지도 남길 수 있었다. 침대보가 없는 침대를 보고 무척 당황했고, 따로 1불을 내고 직접 깔아야 했던 기억이 있다. 키친과 다이닝 룸은 언제나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의 무용담으로 시끌벅적 했다. 

▲ 아직 호스텔 게시판에서는 유용한 아날로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요즘 호스텔은 작아진 안내문만큼이나 조용해진 느낌이다. 방문과 주방은 카드키로만 열 수 있다. 게임 룸과 라이브러리는 늘 비어있고, 주방 풍경도 뭔가 더 깨끗해졌다. 저녁에도 다이닝 룸에는 노트북을 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눈이 마주쳐도 인사를 잘 하지 않았다. 하긴, 모든 정보는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모든 예약을 해결할 수 있으니. 그리고 굳이 유스호스텔이 아니어도 저렴한 숙소를 구할 방법은 많다. 세상이 달라졌다. 



그래도 달라지지 않은 것들이 있어 마음이 놓였다. 호스텔의 장점 중 하나는 직접 조리를 해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맛집 투어도 여행의 일부이지만, 한 끼에 팁 포함 2만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 물가 비싼 밴쿠버에서 매 끼 사먹는 건 사실 부담된다. 이곳에는 조리도구, 식기, 푸드 컨테이너까지 비치되어 있어 남은 음식을 보관하거나 도시락을 싸기에도 편리하다.  




이제 두 아이의 엄마인 내가 주방에서 가장 눈여겨 본 것은 바로 밥솥과 어린이용 식탁이었다.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대체 누가 사용할까 했는데, 의외로 쓰임이 많았다. 특히 호스텔에는 우리 아이들만한 어린이 손님이 너덧명 있었는데, 온 가족이 함께 다이닝룸에 모여 여행을 계획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대단한 가족이네 싶다가, 다음 날엔 또 다른 가족들이 그렇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가진 편견이 부끄러워졌다. 또, 아이들을 받지 않는 한국의 게스트하우스와 일부 음식점들이 부끄러워졌다. 


모든 안내문은 적절한 곳에, 한 문장이지만 나름 단호하게 적혀있어 대부분의 게스트들이 깨끗하게 이용하는 모습이었다. 내용물이 보이는 업소용 냉장고에는 각자 이름과 퇴일일자를 적어 넣어두었다. 공용공간에 이름을 붙이거나 자물쇠를 거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같았다. 나도 살라미와 치즈, 올리브, 채소, 계란, 과일과 맥주 등을 이곳에 쟁였더랬다.



나는 고기를 구워, 그랑빌 아일랜드에서 사온 절인 올리브와 함께 먹기도 하고. (항정살인줄 알고 사왔는데, 퍽퍽했다. 이럴 때 남편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 고기 고르는 건 언제나 남편 몫.)


사스카츄완에서 가져온 머스타드, 파머스마켓에서 산 채소와 치즈 등을 넣은 샌드위치를 싸서 스탠리파크 자전거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다른 이들이 그랬든, 돌아오는 날엔 나도 남은 음식을 '무료 음식' 코너에 모두 기증했다. 



내가 이곳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위치~!


▲ 오른쪽 빨간 3층 벽돌 건물이 호스텔. 
5분만 내려가면 바로 그랑빌 아일랜드로 건너갈 수 있는, 잉글리비 베이로 이어지는 선셋 비치가 나온다.

  

15년 전에도 그랬겠지만, 내가 이곳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위치' 때문이었다. 다운타운 중심에 있어서 대부분 걸어다닐 수 있고(밴쿠버 버스비는 편도 2.5불-약 2천5백원으로 비싼 편이다.) 그렇다고 너무 중심은 아닌, 주택가에 있어 안전해 보였다. 해변과 가까워 혼자 저녁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 숙소 근처의 대형 수퍼마켓


▲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웨스트앤드 파머스 마켓


직접 가보니 한 두 블럭만 가면 싱싱한 색재료와 생필품을 구할 수 있는 수퍼마켓과 드럭스토어가 있어 편리했다. 우연히 만났지만 토요일에는 웨스트앤드 파머스 마켓이 선다. 


▲ 매년 7월 게이퍼레이드가 열리는 데이비드 거리,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과 횡단보도, 핑크빛 구조물 등이 눈에 띈다.


거리에 내걸린 레인보우 깃발만 봐도 알 수 있듯, 게이 스트릿으로 유명한 데이비 스트릿도 한 두 블럭만 가면 만날 수 있다. 이 거리에는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잇는 레스토랑이 모여있어서 식사를 해결하기에도 좋다. 


▲ 그랑빌 아일랜드로 가는 페리가 있는 선셋비치

거의 매일 들러 일몰을 봤던 선셋비치는 호스텔에서 5분만 내려가면 만날 수 있다. 떠내려온 나무를 적절하게 잘라 해변 여기저기에 두어었는데, 사람들이 걸터 앉거나 기대 누운 자연스러운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 선셋비치의 하일라이트는 바로 맑은 날의 선셋~!

▲ 선셋비치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이어지는 잉글리시 베이


우연히 선택한 숙소 덕에 다녀온 후 더욱 큰 의미를 찾게 된 여행.
어쨌든, 그렇게 나는 15년 전의 나를 다시 만났다.  


[여행 Tip] 하이 밴쿠버 다운타운 호스텔 (Hi-Vancouver Downtown)

* 홈페이지/ 예약: http://www.hihostels.ca/vancouverdowntown
* 주소: 
1114 Burnaby Street Vancouver, British Columbia V6E1P1
* 전화: For Reservation: 1.778.328.2220 1.866.762.4122 For other inquiries: 1.604.684.4565
* 공항에서 가는 법:
1. 캐나다 라인(지상철)을 타고 Waterfront 방향, Yaletown Roundhouse 역에서 내려 도보 15분.
2. 언덕길이라 짐이 많다면 버스 환승을 추천. 
캐나다 라인(지상철)을 타고 Waterfront 방향, Vancouver City Centre 역에서 내려
006번 Davie행 버스를 타고 7정거장. Davie St. 과 Thurlow St.에서 하차. 도보 2분
 
※ 구글맵 앱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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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0 / Comments 6

  • Favicon of http://www.lucki.kr 토종감자 2015.08.28 20:19 신고

    ㅎㅎ 같은 곳임을 깨달았을 때 참 어이없기도 하면서 신기하고 반가왔겠네요. ^^
    오이군도 10년전에 호주에서 다이빙 자격증 딸때 담당이었던 강사가 이번에 호주 갔을 때 다이빙 가이드였다는 사실을 댕겨 와서 영상 비교해 보다가 알았다네요. ㅎㅎㅎ
    참 신기해요. 기억이란게~ ^^ 근데, 저는 여기 사진들이 제가 있었던 그때와 같아서 또 반가운걸요. 어제 같은데, 벌써 5년이 다되가네요...(근데, 포스팅은 1/5도 못끝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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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5.08.29 00:24 신고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주변의 반응은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냐' 였는데 말이죠. ㅋㅋㅋ
      아... 저는 감자님의 밴쿠버를 내심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전 야생동물과는 인연이 없나봐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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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oiu9.tistory.com 함대 2015.08.28 21:34 신고

    저도 티켓이나 안내책자를 버리지 않는데...나중에 뒤돌아 찾아보면 정말 신기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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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nc8261.tistory.com 라비에벨^^ 2015.10.01 18:59 신고

    정말 아름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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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가득 2015.10.17 06:01 신고

    글 잘봤습니다. 혹시 주차장이 따로 있나요? 차로 이동할거 같아서요. 있다면 무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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