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의 단골 촬영지, 하와이 쿠알로아 랜치 여행

아찔한 절벽 아래 푸른 바다, 꿈틀대는 활화산, 눈과 입이 즐거운 퓨전 음식이 많은 곳, 하와이.
미국의 50번째 주 중 최남단에 자리한 이곳은 '지상 낙원', '꿈의 휴양지'로 불리며 세계 여행자들의 로망이 되고 있다. 

특히 하와이의 인구 대부분이 사는 오아후 섬에는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관광지가 많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헐리우드의 단골 촬영지로 사용될 만큼 아름다운 한 목장을 소개한다.


목장이 하와이의 대표 관광지? 쿠알로아 랜치 (KUALOA Ranch)

▲ 황홀한 풍경을 자랑하는 쿠알로아 랜치 앞 해변

오아후 섬의 북동쪽, 호놀룰루에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쿠알로아 랜치는 무려 4,000 에이커(약 1,60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사유지다. 거대한 규모가 잘 상상이 가지 않지만, 이곳은 '랜치'라는 이름 그대로 소와 말 등을 방목해 기르는 하와이의 전통적인 목장이다. 

▲ 다양한 프로그램 등록을 할 수 있는 쿠알로아 랜치 방문자 센터

그러나 단지 목장이라고 하기에는 자연경관이 너무 뛰어나다. 열대우림이 우거진 산과 계곡, 넓은 해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아름다운 지형은 오래전부터 헐리우드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영화와 TV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쥐라기 공원, 첫 키스만 50번째, 진주만' 뿐 아니라 몇 년전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었던 미국 드라마 '로스트' 시리즈 등 수많은 명작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이런 곳에서 방목하면 가축을 찾을 수나 있을까? 생각이 들었던 목장 풍경

요즘은 '목장' 본연의 역할보다 '경치 좋은 하와이의 영화 촬영지'로 더 유명한 쿠알로아 랜치.
여행자가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나씩 살펴보자.




쿠알로아 랜치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 

쿠알로아 랜치는 장소마다 제각각 품은 경치와 개성이 달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목장에서는 여행자들의 취향에 맞춰 몇 가지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크게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어드벤쳐 투어와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익스피리언스 투어로 나눈다. 

1) 모험을 즐긴다면? 어드밴쳐 투어



도전정신을 가지고 모험을 찾아왔다면 사륜 오토바이(ATV)와 승마투어 등을 즐겨보자. 사륜 오토바이 투어는 직접 ATV를 운전하며 가이드를 따라 쿠알로아 랜치의 곳곳을 누비는 프로그램으로 목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액티비티 중 하나다. 주로 자갈이 깔린 도로를 달리지만, 숲 속의 개울을 건너고 영화촬영지를 둘러보며 탐험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승마투어를 신청하면 쿠알로아 목장에서 잘 훈련된 말을 타볼 수 있다. 카우보이처럼 말을 타고 가이드를 따라 경치 좋은 목장의 산과 바다를 둘러보며 걷는 길, 목장에서 말을 타는 것만큼 자연스럽고 멋진 체험이 또 있을까?


2) 체험을 원한다면? 익스피리언스 투어


가족과 함께이거나 직접 운전하고 싶지 않다면 버스나 지프, 배를 타고 쿠알로아 랜치를 즐길 수 있다. 목장 버스를 타면 계곡 곳곳에 있는 영화 촬영지를 둘러보는 '무비 사이트 투어'를, 6륜 군용 지프를 타면 오프로드를 달리며 아름다운 카아아와 밸리를 탐험하게 된다. 49인승 카타마란 요트를 타면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하와이 고대 양어장을 둘러보고, 시크릿 아일랜드의 프라이빗 비치에서 해상 레포츠를 즐길 수도 있다. 



헐리우드 영화 속으로, 무비 사이트 투어 스케치



나는 수많은 투어 프로그램 중 여행자에게 가장 사랑받고 있다는 '무비 사이트 투어'를 체험해 봤다.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목장에서 운영하는 투어 버스를 타고 1시간 동안 영화 촬영지와 목장을 돌아볼 수 있다. 



연륜이 보이는 오래된 초록색 버스는 목장 입구에서 출발해 덜컹덜컹 계곡으로 들어간다. 비포장 도로에서 폴폴 날리는 먼지는 창문이 없는 버스 안에 그대로 쌓인다. 그래도 영화 속의 한 장면으로 들어가는 길이라 나름의 운치가 있다. 이따금 소나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이 보였고, 시원한 바다 풍경이 펼쳐졌다. 



 영화 '진주만' 촬영지

가이드가 운전하는 버스는 섰다 가기를 반복했다. 한정된 시간에 코스를 모두 돌아야 해서 대부분은 천천히 이동하며 차 안에서 관광하고, 인기 있는 장소에서 서너 번 내려 촬영지를 둘러봤다. 


 영화 '쥐라기 공원' 촬영지

수많은 영화 촬영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영화 '쥐라기 공원' 촬영지였다. 언뜻 봐도 공룡을 연상시키는 주름진 산 아래에 서니 영화 속 한 장면이 생각났다. 웅장한 자연과 어우러진 널따란 초지는 그 어디서도 본적 없는 경관이었. 사람들은 공룡 인형과 함께 실감나는 기념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곳은 쥐라기 공원뿐 아니라 '고질라', '킹콩', '로스트' 등의 다양한 배경으로 쓰였다고.  


 영화 포스터와 함께 촬영지, 촬영 장면을 전시해 놓았다.


▲ 미드 '로스트'에서 헐리가 골프공을 잃어버린 곳

인상적인 장소 또 한 곳을 꼽으라면 미드 '로스트' 시리즈 촬영지다. 로스트에 빠져 지내던 몇 년전, '저렇게 아름다운 곳이 실제로 존재할까?'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쿠알로아 랜치였다. 헐리가 골프를 치다 골프공을 잃어버렸던 장소, 잭과 케이트가 첫 키스를 하던 곳, 고장 난 버스를 고쳐 산 아래로 질주하던 언덕이 모두 쿠알로아 랜치 안에 있다.


▲ 기념품 판매소 내 미드 '로스트' 섹션


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기념품 판매소. 쿠알로아 랜치에서 촬영된 영화의 기념품을 구경하다보니 상품의 퀄리티나 가격과는 상관없이 사고 싶었다.


▲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앤티 팻 카페 


목장에는 출출한 이들을 위한 카페테리아도 있었다. 앤티 팻 카페는 하와이언 홈메이드 스타일의 음식을 맛볼 수 잇는 곳인데, 점심에는 랜치 스타일 뷔페도 제공됐다. 바베큐 폭립과 샐러드, 갈릭 라이스로 요기하고, 달고 맛난 하와이산 파인애플로 입가심을 하니 투어를 하는 동안 들이마신 먼지와, 여행의 피로마저 씻기는 기분이 들었다.



동양 최대의 목장이 있는 우리 나라가 떠올랐다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쿠알로아 랜치 앞 공원

처음 하와이에서 '목장'이 여행지라고 했을 때, 나는 무척 이색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쿠알로아 랜치를 돌아보고 나니 한국의 수 많은 목장들이 떠올랐다. 돗자리 들고 봄나들이 갔던 원당의 종마 목장, 아이들이 먹이주기 체험을 했던 대관령 양떼 목장, 동양 최대의 목장으로 유명한 삼양 목장 등 우리 나라에도 수많은 목장이 있다. 

목장은 산이 많은 한국에서 매우 드물고 이국적인 풍경이다. 탁 트인 푸른 초원에 무리 지어 다니는 양 떼와 언덕 위의 하얀 풍력 발전기, 나무 울타리 등도 이색적인 볼거리다. 해발 800m 이상의 고원에 자리한 덕에 전망도 좋다. 이미 '가을동화', '연애소설', '태극기 휘날리며' 등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배경으로 쓰인 검증된 절경이다. 

그러나 우리가 긴 시간 차를 몰아 목장에 가도, 딱히 할거리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먹이 주기 외에는 체험시설이 드물고, 따뜻한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식당도 없어 한나절 둘러보고 부지런히 이동을 해야한다. 문득, '한국의 목장에도 쿠알로아 랜치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목장의 특성을 이용한 신선한 요리가 제공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호를 위한 규제도 필요하지만, 적당한 개발은 관광 활성화 뿐 아니라 한류를 더 널리 알리는 데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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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광장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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