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스페인 요리, 지중해식 엔초비 절임

2016.06.14 01:37 / 내맘대로 세계요리

한낮의 뜨거운 햇살이 스페인을 연상케하던 어느 날, 

하원하는 아이의 손을 잡고 무작정 시장으로 향했다.


여행 병이 도질 때마다 내가 찾는 비상약, 우리 동네 재래시장.

뜨내기 손님이 없는 평일 오후의 시장은 산지에서 올라온 각종 먹거리들로 활기가 넘친다. 


계절은 꼭 산이나 들로 나가야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장 좌판을 붉게 물들이던 딸기가 노란 참외로 바뀌고, 풋마늘대 자리를 마늘종이 차지하고,
주꾸미 대신 소라가 보일때, 내 가까운 곳에서부터 여름이 시작된다. 



생멸치 충동구매하던 날


▲ 우리 동네 시장 난전 

시장에 자주 가다 보면 가끔 색다른 것이 보일 때도 있다. 

딱새우, 참치, 갑오징어, 고사리순, 오디 같은. 

다 제철이 짧고 다루기가 어려워 마트에서는 구경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늦봄이 제철이라더니, 이번에는 생멸치가 보여 홀린듯 한 근을 사 왔다. 


멸치라는 생선은 성질이 참 급하다. 잡히면 바로 죽고, 껍질이 벗겨지며 부패도 쉽다. 잡자마자 말려야만 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 생멸치가 이렇게 싱싱한 모습으로 서울 한복판, 내가 사는 곳에 등장했다. 아마 새벽에 잡은 놈을 그대로 들고 왔지 싶다. 마치 갈치인냥 은빛 비늘을 반짝이는 그 고운 자태에 나는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값은 4천 원.


▲ 노려보지 마시지 말입니다...;


이런.

옷도, 신발도 아닌 멸치를 충동구매하다니. 


집으로 들고는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검색을 좀 해보니 멸치 찜, 멸치 초무침, 멸치찌개 같은 요리들이 나왔다. 

그러다 걸려든 멸치젓, 그리고 '엔초비'~!


횟감으로 먹어도 될 신선한 멸치는 포를 떠서 엔초비 통조림으로 승화시키면 된다. 

(멸치가 영어로 엔초비(anchovy)이지만, 보통 소금과 올리브유에 절인 멸치 통조림을 말한다.) 



생멸치, 엔초비 되기까지 (레시피)


[준비물] 생멸치 한 근, 굵은소금 많이, 월계수잎, 허브, 통후추 약간, 올리브유 많이, 마늘 한두 쪽


마담빠리님의 글(1주일만에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엔초비)과 인터넷의 여러 가지 레시피를 참조해 멸치 염장을 시작했다.

   


1) 멸치는 머리, 내장, 뼈를 제거하고 반으로 갈라 물에 한번 씻는다. 칼로 머리를 자르면서 내장이 잘리지 않도록 살살 들어내면 쉽게 손질할 수 있다. 꼬리를 살리는 것이 중요~!


2) 접시에 키친타월을 깔고 생멸치 필렛을 한 장 한 장 펴서 물기를 닦는다. 



3) 저장용기에 굵은소금을 한줌 깔고 물기 제거한 멸치 한 줄, 소금 한 줌, 통후추와 월계수잎을 순서대로 올린다.


   

4) 3번 과정을 반복하며 멸치와 소금을 켜켜이 쌓고, 마지막에는 멸치가 덮일 만큼의 소금을 얹는다. 



5)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 넣고 사람이 될 때까지 열흘 정도 잊는다.


▲ 머리와 뼈는 된장찌개 육수로 활용하면 좋다.



열흘 후...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꺼내 보고픈 마음을 잘 참고, 열흘이 지나 드디어 뚜껑을 열었다.



많은 양의 소금이 거의 다 녹았고, 멸치에서 빠진듯한 수분이 고여있었다. 

냄새를 맡아보니 멸치 향이 났지만 비리지 않았다. 

만져보면 꼬득꼬득한 게 뭔가 맛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아니다.


 흐르는 물에 한장한장 씻어야 한다.


6) 일주일 이상 냉장보관한 염장 멸치는 물에 한번 씻는다.  


▲ 손이 여간 많이 가는 것이 아니다. 엔초비 통조림이 비싼 이유를 과정을 통해 알게 된다.


7) 접시에 키친타월을 깔고, 씻은 멸치를 한 장 한 장 펴서 물기를 제거한다.


▲ 보라. 이 빛깔 고운 멸치의 자태를~!



8) 열탕 소독한 유리병에 손질한 멸치와 월계수잎, 허브, 통후추를 한 줄씩 켜켜이 쌓는다.


▲ 완성된 홈메이드 엔초비 통조림


9) 편으로 썬 마늘을 올리고 올리브유를 재료들이 다 덮일 때까지 부은 후 뚜껑을 닫는다.


10) 냉장고에 넣고 다음 날부터 먹는다. (바로 먹을 수 있지만, 2주 이상 절이면 훨씬 풍미가 좋다.)

   

엔초비는 바게트 같은 단맛이 없는 빵에 그냥 걸쳐 먹어도 맛있고, 파스타, 피자에 넣어도 맛있다. 시저 샐러드의 재료로도 쓰인다. 이런류의 음식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도전해봐도 좋을 듯. 



스페인 여행을 추억하며.

다음엔 엔초비 올려먹을 빵을 구워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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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0 / Comments 7

  • Favicon of http://lmovxad2m.tistory.com 졍여샤 2016.06.15 11:56 신고

    ㅋㅋㅋㅋ 만드는게 쉽지 않네요. 저같이 인내심 없는 사람들은 힘들겠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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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d 2016.06.16 23:45 신고

    Anchovy가 멸치인데
    왜 제목이 안쵸비..그냥 멸치조림이라 써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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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6.17 01:37 신고

      내 살다살다 이런 ㅄ 같은 댓글은 처음본다..
      뭘 조렸냐? 차라리 멸치액젓이라고 하라고 하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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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끼에로~ 2016.06.17 05:08 신고

    요리하는 초반 과정의 분위기는 뭔가 이 나라 분위기인데... 요리를 거진 다 끝마치는 상황의 분위기의 분위기는 급반전이네요.ㄷㄷ 스페인 요리문화 상황 잘 보고 갑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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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롱뇽 2016.06.17 08:04 신고

    재미나게 읽고 갑니다...따라해볼 엄두는 나지 않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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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kiuda.tistory.com Kiuda 2016.06.18 08:54 신고

    지난스페인 여행이 생각나는 포스팅이네요!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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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nanjyou.com 신난제이유 2016.06.20 12:02 신고

    끄응...........그냥 사 먹을 수 있음 사 먹는 걸로. ㅠ
    엔초비를 제대로 먹은 적도 없는 것 같네요. 그러고보니.
    스페인클럽...가야겠어요.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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