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잣이 익어가는 계절, 숲을 배우다. 축령산 자연휴양림

나는 요즘 자연휴양림과 사랑에 빠졌다. 

전에도 유명산, 집다리골, 가리왕산 등 휴양림에 몇 번 가본 적이 있지만, 올 여름 삼척 여행을 하며 검봉산 자연휴양림에 묵었던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매월 주말 추첨제가 시작되는 날을 스마트폰 캘린더에 등록해두고, 시간 날 때마다 서울 근교의 휴양림 숙소나 야영장 취소분을 검색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 축령산 자연휴양림 산책로


얼마전에는 집에서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축령산 자연휴양림'의 산림휴양관의 주말 취소분을 기적처럼 예약해 2박 3일간 초가을의 정취를 만끽했다.


▲ 축령산 자연휴양림 산림휴양관,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자연휴양림은 때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계절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굳이 등산을 하지 않아도 숲 속의 집에 머물며 가볍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이번에 방문한 축령산 자연휴양림은 국내 최대의 잣나무 숲이 있는 곳으로 잣향기 가득한 피톤치드를 마시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고작 1시간 거리의 숲이라니. 사실 휴양림 도로로 접어들기 직전까지 주변에 남양주의 대단지 아파트들이 보여 내심 실망을 했더랬다. 그런데 막상 숲에 들어서니 곧게 뻗은 잣나무들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져 있어 신비로운 기분마저 들었다. 축령산은 가깝고 산새가 험하지 않아 당일치기 등산객도 많이 찾는 곳이다. 마음같아서는 그들을 따라 산행을 해보고 싶었지만, 아이들과 함께라 자연휴양림에서 진행하는 숲 해설을 들어보기로 했다. 



축령산 자연휴양림 숲 해설, 가을을 배우다 



"지금 계신 여러분이 숲 공부를 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그룹에요. 

아이들과 함께인 가족, 가장 흥미를 많이 느끼고, 많이 배워갈 수 있지요."


예약한 시각에 맞춰 숲해설센터로 가니 해설사님께서 먼저 기다리고 계셨다. 

'오늘도 숲에 있습니다'라는 책을 쓰신 저자 '주원섭'님께서 '오늘 해설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겠다'시며 재미난 퀴즈와 함께 수업을 시작했다. 



처음 우리에게 보여주신 건 잣나무 솔방울. 요즘 잣이 가장 맛있을 때라시며 솔방울 속 잣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솔방울 하나에는 잣이 120~200개가 들어있다. 잎을 한장 들추면 그 안에 2개의 잣이 숨어있는데, 떨어진 방울의 잎이 뒤집어져 있으면 잘 익은 것이라고. 축령산 자연휴양림은 잣, 도토리, 밤 등이 많아 청설모와 다람쥐도 많다. 바닥에 있는 솔방울은 저절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다람쥐가 따 놓고 잊은 것도 많다고 했다.



잘 익은 솔방울은 바닥에 놓고 역방향으로 차면 잎이 벗겨지며 잣이 우수수 쏟아진다. 솔방울에는 송진이 잔뜩 묻어있으니 신발 버릴 각오는 필수~!  

 


아이들은 (어른도..; ) 손이 더러워지는 것도 아랑곳 하지않고 잣 줍기에 나섰다. 우리가 먹는 뽀얀 잣을 얻으려면 딱딱한 껍질을 한번 더 깨야하는데, 과육이 약해 망치나 가위로 깨면 으깨지기 십상이다. 시행착오 끝에 열매를 가로방향으로 세우고 어금니로 깨무는 방법을 터득. 까먹기는 어렵지만, 갓 까놓은 잣은 얼마나 고소하던지~!  



이렇게 작은 솔방울이 자라면 손바닥만한 잣방울이 된다며, 부러진 가지를 들고 숲해설 도우미를 자처한 남편.



'물봉선'이라는 꽃. 진짜 꽃과 가짜 꽃이 있어 벌을 유인한다고. 



'미래목'과 '제거목', '경계목'에 대해서도 배웠다. 숲 길을 걷다보면 가끔 노랑, 빨강, 흰색 줄이 가로로 그어져 있는 나무들이 있는데, 노랑이면 앞으로 키워나갈 미래목, 그 주위에 솎아내야할 나무들은 빨강색으로 제거목임을 표시한다고. 흰색 줄이 있는 나무는 지역간 경계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산을 오를 때는 '호랑이처럼~!'



"산 비탈을 오를 때는 허리를 굽히고 호랑이처럼 걸으세요~!"

평탄한 아스팔트만 걷던 우리, 이런 울퉁불퉁한 산길을 걸으려니 자꾸 비틀거리고 넘어진다. 




아직 덥지만, 테니스 공처럼 부푼 밤송이와 수줍게 물든 단풍잎이 숲의 가을을 알린다.   



볼에 모기를 쫓는다는 산초 잎을 붙이고, 해설사님께서 만들어주신 여우 가면으로 위장한 아이들.



산을 오르다보니 껍질이 벗겨진 나무, 파헤쳐진 바닥이 보인다. 이건 멧돼지의 흔적!



청정 지역에서만 발견된다는 딱따구리가 사는 집도 만났다.   



산책로를 걸으며 자연과 계절에 따라 늘 다른 설명을 해주신다는 해설사님. 덕분에 너무나 값진 체험을 했다. 



숲 속에 이렇게 삼림욕 의자가 놓여있던 것도 참 인상적이었다. 

다음엔 시간을 내서 이곳에서 낮잠을 한 번 청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숲은 우리의 자연 놀이터  




한낮에는 계곡에 잠시 발을 담그고 송사리를 잡으며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물놀이를 즐겼다. 



축령산 자연휴양림은 야영장 예약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직접 보니 잣나무 숲 속에서 진정한 캠핑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남양주 '몽골문화촌'이라는 곳에 들렀다. 

다문화 수업 이후, 몽고를 가보고 싶다는 딸아이의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을까하고 별 기대 없이 들어섰는데, 와... 상상 이상으로 잘 꾸며져 있어 놀랐다. 몇 채의 게르와 어린이 체험관, 예술공연, 마상공연까지 축령산 자연휴양림을 찾는 아이와 함께 여행자라면 한번쯤 들러볼 만한 곳. 몽골문화촌은 따로 한번 리뷰를 해야겠다. 


가을엔 역시 국내여행. 일년 중 내 나라를 가장 사랑하게 되는 계절인 것 같다. 

앞으로도 틈 날때마다 이삭줍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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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Tip] 축령산 자연휴양림


* 예약: 경기농정 http://farm.gg.go.kr/sigt/41 (매월 1일 오전 9시 선착순 예약)
* 숲 해설은 숲속의 집, 산림휴양관 내 숲 해설사 연락처로 전화 예약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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