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환율 폭락, 이스탄불 버버리 매장에 가봤다

7월 21일에 떠나와 터키를 여행한 지도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이스탄불행 티켓을 끊고, 숙소를 알아보던 올 3월에만 해도 1리라에 280원이던 환율은 현재 30% 넘게 떨어져 200원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일주일 전쯤 미국의 경제제재로 부터 시작된 터키 환율 폭락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

유로를 바꾸거나 ATM으로 원화를 환전해 생활하는 여행자로서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환율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의 IMF 외환위기 때가 떠오르며 터키의 경제위기, 정세 불안이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터키에 정도 많이 들었는데...

▲ 환율이 최저치를 찍던 8월 13일, 그랜드 바자르 앞 환전소. 환율이 다른 곳보다 좋아 (터키 기준) 리라를 유로나 달러로 바꿔두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휴대폰으로 실시간 환율을 체크하거나 전화를 하는 등 분주한 모습.

당시 한국에서는 경제위기에 대한 진지한 뉴스보다 '터키 환율 폭락으로 명품 구입 적기, 특히 버버리는 세일 중이라 200만 원짜리 트렌치코트를 70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기사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포털에는 '터키 환율 버버리'와 같은 검색어가 실검 1위에 오르고 있었고, 내가 터키 여행 중임을 알고 있는 지인들 역시 카톡, 메시지, 또는 페북이나 인스타 댓글 등으로 버버리에 가보라고 귀띔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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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타 타워를 바라보며 보몬티 생맥주를 한잔하고 있던 남편과 나는 '어차피 명품에 관심이 없었다'며 현재를 즐기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 그러나 계속되는 지인들의 메시지에 '대체 어느 정도길래?' 궁금해졌다. 여행 경비를 챙겨주신 엄마께 스카프 선물을 해드리면 좋아하시지 않겠냐며 (--;) 억지 명분을 만들어 길을 나섰다. 

▲ 구글맵이 버버리 매장으로 가는 길을 재촉한다.


갈라타 타워에서 가장 가까운 이스탄불 버버리 매장까지 거리는 약 5Km, 차로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Sishane 역에서 메트로를 타고 두 정거장 거리인 Osmanbey 역에서 내리니 구글맵이 '1시간 이내에 버버리 매장에 문을 닫는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Osmanbey 역 근처는 쇼핑의 메카인 듯 보였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유명한 이스티크랄 거리가 외국인이 많은 명동 같은 분위기라면, 이 동네는 좀 더 현지인이 많은 가로수길 같달까.

​10분쯤 걸으니 버버리 매장이 보였다. 소문과 달리 한산한 분위기.

​세일이라 들었는데, 어디에서도 세일 표시를 찾아볼 수 없었다.

​매장에 들어서니 한국인으로 보이는 한 분이 가격을 묻고 있었다.
둘러보고 있는 사이 한국인 관광객이 또 한 무리 들어왔다. 

​딱히 쇼핑할 목적으로 간 것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막상 매장에 들어서니... 예쁘다.
'클래식한 버버리 트랜치 코트는 가격이 얼마나 하나?' 매대를 뒤적뒤적. 


기본 스타일의 트렌치코트 하나가 눈에 띄었다. 보러오는 사람들이 많은지, 아예 꺼내서 잘 보이게 걸어두었다. 
가격 태그를 보니 9295리라, 환율을 고려하면 약 180만 원 정도다. 클래식 스타일 버버리가 230~280만 원대인 것을 고려하면 최대 약 100만 원 정도 저렴한 편. 딱 30% 환율 떨어진 만큼이다. 부가세 환급까지 고려하면 더 저렴해진다. '세일은 끝났냐'는 질문에는 일부 매장, 제품만 진행 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아우터 중에서 가장 가성비로 보이는 버버리 다이아몬드 퀼팅 재킷은 정가가 2795리라. 약 55만 원.


한국 버버리 공홈에 들어가 봤더니 같은 것으로 보이는 제품이 85만 원이다. 약 30만 원 차이. 부가세 환급받으면 40만 원 대로 구입할 수 있다. 나름 괜찮은 가격. 그러나 딱히 필요한 옷이 아니었고, 매장 방문의 명분이었던 '엄마의 스카프'는 예상했던 가격이 아니었기에 이쯤 둘러보고 돌아 나왔다. 며칠 전부터 베벡같은 동네에 쇼핑백 든 사람들이 종종 보였던 것으로 봐서는 물건이 많이 빠졌을 수도 있겠다. 

남편과 내가 서둘러 매장을 떠난 이유 중에는 기사 영향인지 버버리 매장에 밀려드는 한국인 관광객과 그들이 취하는 태도가 한몫을 했다. 외국인들이 왜 버버리 매장을 찾는지 아는 듯한 매장 직원도 '내일이면 30% 정도 가격이 오를 예정이다. 영국 본사에서 새롭게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남의 불행이 나의 기쁨이 되는 세상.
버버리 매장을 둘러본 것만으로도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나 버버리가 아니라 평소 관심이 있었던 전자제품 매장이었다면, 고민 없이 하나 질렀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감이 교차하며 씁쓸한 기분으로 매장을 나와 숙소로 향하는 길.
루이뷔통, 에르메스, 디오르 등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있는 슬리퍼 차림의 중국인 한 무리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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