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떠난 1박 2일 필리핀 여행, 아세안 자연휴양림

"이번 주말에 계획 있으세요?
 괜찮으시면 필리핀이나 갈까해서..."


추석을 이틀 앞둔 저녁, 문짱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평소 어디든 함께 가는 가족이라 낯설지 않았지만 당장 '이번 주말'에 '필리핀'이라니?! 뭐라 답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1박 2일 어떠세요?'라는 메시지가 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저 웃을 수 밖에.



▲ 요즘 아세안 자연휴양림에는 떨어진 알밤이 지천이다. 


10월의 첫 주말, 국립 아세안 자연휴양림에 다녀왔다. 


추석이 막 지났지만, 따뜻한 낮 기온 때문인지 아직 초가을 같은 요즘.

미세먼지 걱정했던 때가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맑고 푸른 하늘을 보며 오랜만에 숲내음 듬뿍 마시고 알밤까지 한아름 주워왔다. 


서울에서 고작 1시간 정도만 벗어나도 이렇게 근사한 자연휴양림이 있다. 

굳이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당일치기 국내 가을 여행지로 추천할만한 곳~!

잘 막히지 않는 길이라 더욱 좋다.

단, 가는 길에 장흥유원지 숙박업소 밀집지역을 지나게 된다. 
'엄마! 대실이 뭐야?' 같은 아이들의 질문에 대비해야 할 수도...;



아세안 숲길에 알밤 폭탄이?!


▲ 이색적인 국립아세안자연휴양림 전경. 사방이 푸르지만, 하늘도 나무도 여름의 푸름과는 다른 느낌.

입실시각(3시)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휴양림에서 만나기로 한 문짱님 가족도 기다릴 겸 주차장에 차를 대고 주변 산책에 나섰다. 



산책로에는 구절초와 코스모스가 한창. 호랑나비 여러마리가 날아들어 눈도 마음도 즐거웠다.



이곳에는 '아세안 숲길'이라 이름붙은 산책로가 있다. 나무계단을 따라 높지 않은 산길을 오르면 도토리 열매를 맺는 신갈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와 밤나무 등을 만날 수 있다.



산책로에서 밤나무를 보고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밤이 지천.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휴양림 관리하시는 분들께서 방문객의 편의를 위해 이곳에 있던 덩쿨식물들을 모두 걷어냈다고 한다. 밤 많이 주워가라고 부러 치워주신 것.



밤 송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이슬 머금은 알밤이 톡 튀어나와 있다. 

어릴땐 할머니댁 뒷마당에서 밤도 줍고 그랬는데, 이렇게 예쁜 밤송이를 본적이 언제였는지. 



떨어지는 밤송이 피하며 나름의 방법으로 밤 송이를 까보는 아이들.
가시에 손 찔려가며 까지 않아도 떨어진 밤이 이렇게 많은데 굳이 어렵게... 

강려크한 밤가시는 운동화 바닥도 뚫는다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며 도시의 아이들은 2018년의 가을을 맞이했다.



자연휴양림으로 떠나는 동남아시아 여행


▲ 멋진 한옥 건물이 인상적인 방문객 센터. 다른 자연휴양림과는 다르게 내부가 널찍하고 휴게공간과 체험 공간이 있다.  
우리가 방문했던 기간에는 아세안 전통음식 체험을 해서 간식으로 인도네시아 음식인 알새우칩을 맛볼 수 있었다.

아세안 자연휴양림은 아세안 국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해외문화체험형 자연휴양림이다. 외국인 근로자 및 다문화 가정과의 사회적 화합을 위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의 아세안 전통가옥을 테마로 14개 동이 운영되고 있다. 


'아세안(ASEAN)'이란?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의 자원 개발, 경제, 사회적 발전의 공동 협력 및 협조를 위해 창설된 국제기구.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타이,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의 10개국이 회원국이다.


▲ 아세안 국가 10개국을 테마로 한 숙소의 이정표


초기에는 다문화 가정에 예약 우선권을 주어 일반인이 예약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 무료로 지원하던 다문화 가정 숙박이 유료로 전환되면서 숙박 건수가 줄어 모두 일반 예약으로 전환되었다. (덕분에 우리도 벌써 두 번째 숙박)


 우리가 1박 2일 묵은 필리핀 룸.
앞에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휴양지 세부가 있는 필리핀 막탄섬의 영주이자 영웅, 라푸라푸 동상이 있다.


지난 겨울에는 5인실 미얀마에 묵었는데, 올해는 감사하게도 6인실 필리핀.

문짱님께서 대기 예약 걸어놓은 숙소가 운좋게 당첨됐다. 


자연휴양림 숙박을 시도해본 사람이라면 주말, 특히 토요일 숙소를 예약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다. 

요즘처럼 푸르고 선선해 떠나기 좋은 날 서울 근교의 자연휴양림이라면 더욱 그렇다.

'운' 뒤에는 늘 떠나기 좋은 때와 장소를 살피고 챙기는 정성이 있다.



 대나무를 덧대어 필리핀 가옥의 느낌을 살렸다. 널찍한 데크도 있어서 시원한 가을바람을 즐기기에도 그만!   


 거실에는 보홀에 있는 초콜릿힐 사진도 걸려있다. 벽지도 라푸라푸 동상과 야자수로 나름 느낌있음


2015년에 개장해 조성된지 3년 밖에 안된 아세안 자연휴양림은 숙박시설 컨디션이 무척 좋다. 집기도 거의 새것같은 수준.


 데크에서 보는 이국적인 뷰. 이런 곳에 집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 자주 예약해서 자주 오는 걸로. ㅎ



아이들은 모처럼 찾은 자연휴양림에서 나름의 '정글의 법칙'을 찍으며 놀러 나가고 (내보내고), 어른들은 산들바람 맞으며 데크에서 맥주 한 캔을~ 


 

방금 주워 살짝 쪄낸 밤 껍질을 까보니 아직 내피가 마르지 않아 슥슥 잘 벗겨진다. 맛은 말해 뭐해.



독채 건물인 필리핀 룸 바로 앞에는 전용 피크닉 테이블이 있다. 휴양림에서는 바베큐가 금지되어 있어 숯불은 피울 수 없지만, 휴대용 가스레인지는 사용할 수 있다. 야심차게 준비한 불판에 삼겹살을 구워 이번에도 과식 여행을...; 



아세안자연휴양림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숲해설


 매일 10시, 4시에 출발하는 숲 해설 프로그램. 전화로 예약을 하고 출발 전 방문객 센터에서 '국민의 숲 이용 신청서'를 작성하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나는 자연휴양림 여행의 꽃을 '숲 해설'이라 말하고 싶다. 산림청과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각 자연휴양림에는 어디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숲 해설' 프로그램이 있다. 서울 근교 휴양림에는 즐길거리가 없다는 글을 본적이 있는데, 1박 2일 여행에서 맑은 공기 마시며 산길 산책하고, 숲 해설에 참여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아세안 휴양림에서 아이들은 단돈 3천 원에 '쭈온쭈온(베트남어로 '잠자리'라고)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일요일 10시에 출발하는 숲 해설을 신청해 아이들과 함께 참여했다. 오늘 숲해설가는 '강계수' 선생님.




계절마다 그날그날 날씨에 따라 혹은 주변 상황에 따라 설명이 달라지는 숲해설. 오늘은 나무 손질을 하던 분께서 즉석에서 전해주신 벌집을 설명해주셨다. 뱀 껍질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말벌의 집~! 



도토리에 이쑤시개를 끼워 팽이도 돌려보고



간단한 장난감이지만 아이들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도토리를 먹고 사는 동물과 곤충에 대해 알아보고 (사람도 도토리를 먹는 동물 중 하나!) 게임도 진행했다.



여러명이 함께 하는 도토리 협동게임. 천 위의 포식자들을 피해 도토리를 굴려서 싹을 틔우면 성공! 

원하는 방향으로 도토리 굴리기가 어려워 아이들이 애를 썼다. 몇 번이나 곰, 오리, 맷돼지 등에 잡아먹히고 나서야 드디어 성공.



나중에는 도토리 자체를 튀기며 놀게 해주셨는데 아이들이 많이 즐거워했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깔깔대며 즐기는 모습이 참 예뻤단.



아세안 자연휴양림의 이날 숲해설은 숲에 들어가지 않고 진행되었다. 휴양림에서 자라는 구절초, 오동나무, 자작나무, 무당거미 등 곁에 있는 식물과 곤충들에 대한 설명 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즐겁고 새로웠던 시간.



마지막 숲 해설 코스로는 아세안 자연휴양림 내에 있는 동남아시아 가옥과 문화에 대한 설명이었다. 



배 두 개를 엎어 놓은 것 같은 인도네시아 전통가옥. 지붕 끝에는 부모의 위패를 모시기도 했다고. 

가장 독착적인 형태를 띄고 있는 인도네시아 가옥에 한번 묵어보고 싶어졌다. 



1박 2일 필리핀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느새 벼가 노랗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집으로 가져온 토실토실 알밤은



남편의 제안으로 영화 '리틀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편을 보며 보늬밤 조림으로 승화. 

아.. 벌레 먹은 것 도려내고, 베이킹 소다에 불리고 세 번이나 물을 갈아 끌여낸 후 설탕을 넣어 조리는, 진정 번거로움의 끝판왕이었지만 스티브가 다 깠기에 조렸다. 맛을 보니 왜 '다정한 맛'이라고 표현했는지 알 것 같다.


'밤조림이 맛있다는 건 가을이 깊어졌다는 뜻'이라는 주인공의 독백이 떠오르는 날. 

태풍 콩레이가 뿌리는 비에 오전 일정 하나가 사라진 오늘, 진하게 끓인 홍차 한잔에 달달한 밤조림을 먹으며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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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세안자연휴양림 여행 Tip

· 홈페이지: http://www.huyang.go.kr/comforestmain.action?dprtmId=0104
· 전화번호: 031-871-2796

· 개장년도: 2015년
· 객실 수: 24개

· 이용시간: 일일개장 09:00~18:00 / 숙박시설 15:00 ~ 익일 12:00


· 출발 아세안 투어: 3~12월까지 문화해설사 동행 프로그램 진행

· 숲 해설: 3~12월까지 매 10시, 4시 숲해설 진행
· 아세안 전통의상 체험 (2,000원), 베트남 전통 장난감 쭈온쭈온 만들기 (3,000원) 참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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