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뮬리 보러 하늘공원 갈까? 서울억새축제

폭염과 미세먼지가 과연 존재하기나 했던 걸까?

불과 두 달전 일인데, 부쩍 쌀쌀해진 날씨와 시린 빛의 푸른 하늘을 보니 지난 여름이 거짓말 같다.

우리 동네 합정은 벌써 단풍이 들고 있다. 일교차가 커서인지 볕드는 쪽 가로수는 제법 제대로 색이 들었다.   


벌써 10월 중순,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언제나처럼 하늘공원 서울억새축제 소식도 들려온다. 


▲ 하늘공원 전망대, 덩쿨식물 끝에 사람들이 주렁주렁...;


노을공원과 월드컵 공원은 동네캠핑, 둘째군의 축구수업을 이유로 종종 다녔지만 하늘공원은 언제 가봤는지 기억이 흐릿하다. 서울억새축제를 사흘 앞둔 한글날 아침, 공휴일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급히 유부초밥과 샌드위치 몇 개를 만들어 집을 나섰다. 억새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하늘공원에서 요즘 핫하다는 핑크뮬리도 볼 수 있다고 해서...



인생샷 명당, 서울억새축제가 열리는 '하늘공원'으로


▲ 요즘 상암동에서 가장 예쁜 단풍을 볼 수 있는 공원 주차장

 

공휴일이라 12시 즈음되니 하늘공원 주차장은 벌써 만차. 

억새축제 기간에는 평일에도 사람이 많으니 주말, 공휴에는 아침 일찍 오지 않으면 주차하기 어럽다. 
근처 문화비축기지에 차를 세우고, 과거 석유비축기지였던 공간을 한번 둘러본 후 하늘공원으로 향했다. 



하늘공원 입구에는 주말부터 시작되는 서울억새축제 플랙카드가 붙어있다. 

벌써 17회를 맞는 억새축제. 하늘공원은 생태공원이라 평소에는 야생 동식물 보호를 위해 야간 출입이 통제된다. 그러나 연중 유일하게 억새 축제 기간에만 밤 10시까지 개방! 조명에 반짝이는 억새를 관람할 수 있다고. (설마 색깔 조명은 아니겠지)

올해는 달빛 음악회와 영화 상영회도 열린다고 한다. 



하늘공원은 900m 언덕 정상에 있지만, 맹꽁이차로도 오를 수 있어 교통약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억새축제 기간에는 맹꽁이차가 넉넉하지 않아 기다리는데 오랜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젊은이들은 좀 걷는 걸로.  

 


하늘공원을 걸어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나무 계단으로 된 가파른 지름길을 따라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맹꽁이차가 다니는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걷는 코스다. 


▲ 우리도 열심히 포장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중간에 샛길이 보여 흙길을 택했다. 결과적으론 돌아가기는 마찬가지.

사람이 많을 때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 올라갈 때는 산책로만 이용할 수 있다. 

계단길은 내려올 때만 일방통행으로 이용할 수 있다. 


 산은 아직이지만, 역시나 양지바른 주차장은 단풍이 한창이다. 이번 주말엔 더욱 예쁘지 않을까 싶다.

억새밭에 대체 왜 가는 거냐며 가뜩이나 입이 나온 아이들은 돌아가야 한다는 말에 더욱 심기가 불편해졌다. 

그러나 숲속 산책로로 오르는 길은 중간마다 이렇게 멋진 서울 경치를 볼 수 있어 나름 근사했다.

옛 난지도를 아는 사람이라면 월드컵 경기장과 상암동 아파트단지, 이제는 제법 연식이 된 공원들을 보며 감회가 새로울듯. 



억새밭의 억새만큼 많은 사람들


30분 남짓 걸어 오르니 드디어 6만 여평 억새밭이 나타났다. 

억새만큼 많은 사람들의 물결에 '아! 이래서 내가 하늘공원을 멀리했지'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한번쯤은 올라볼만한 풍경.



일년에 두번, 명절에만 배달하는 느린우체통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억새밭에는 억새만큼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나 억새꽃은 이제 막 피어나는 중인 것 같았다. 

축제가 시작되는 주말에는 꽃이 예쁘게 만개할듯.



바람에 꺾인 것 같지는 않고, 누군가가 꺾어놓고 간 것인지 길가에 떨어진 억새꽃을 주워보니 이만큼이나 된다.

분홍 억새가 있고, 흰 억새가 있다며 신기해 했더니, 분홍색은 덜 핀 것이라고 --;



예전에는 억새밭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곤 했는데, 그 때문에 밭이 다 훼손돼 아예 포토존이 생겼다. 

여전히 밧줄 걷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굳이 억새밭에 들어가지 않아도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서울 한복판, 핑크뮬리를 찾아서

▲ 신비로운 핑크물리의 물결. 억새밭 안쪽 한강 방향으로 쭉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얼마 전부터 제주도 여행간 사람들이 핑크뮬리라며 인스타에 하나 둘씩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꽃 같기도, 강아지풀 같기도 하고, 핑크핑크하고 신비로운 사진들을 보며 '제주도 한번 가야하나' 궁금할 즈음 드디어 만났다. 

실제 보니 쨍한 핑크는 아니지만 일단 찍고 인스타로 가져오면 필터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 연출이 가능한 신기한 식물. 


▲ 인스타그램에 올린 핑크뮬리와 큰아이

바로 이런 느낌이랄까?!



빛에 따라 다른 색으로 물드는 핑크뮬리.




나름 널찍한 공간에 핑크뮬리 밭이 조성되어 있어서 카메라 든 연인들이 특히 많이 보였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무분별하게 핑크뮬리 밭을 훼손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 때문에 곳곳이 막혀있었다는 점. 




액자 포토존에서 한걸음만 떨어지면 이렇게 흉한 모습이다. ㅠㅠ 

멋진 풍경이지만 휴일에는 다시 찾고 싶지 않았단.



그래도 한장 건져보겠다며. (협조 좀 해주지 않을래? 얘들아!)



핑크뮬리 밭에는 마치 동화속 풍경같은 '댑싸리'라는 식물도 있었다. 빨강 초록 조합이 크리스마스를 연상케 했다. 



다음엔 평일에





요즘 부쩍 많이 자란 것 같은 아이들.
하늘공원 입구에서 멀어져 안쪽 깊숙히 들어오니 사람이 좀 적어졌다. 

억새 사이사이에 여러 갈래의 골목길을 만들어 놓아 잘 찾으면 우리만의 인생샷도 찍을 수 있다.



노을질 때 더욱 아름다운 한강도 한번 바라보고 집으로. 



다음주 쯤이면 이 풍경도 가을로 물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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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서울 억새 축제]

- 일시: 2018.10.12(금)~10.18(목)
- 시간: 10시~22시 (저녁 시간에 달빛 음악회, 달빛 영화상영 예정)

- 장소: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

- 홈페이지: http://parks.seoul.go.kr/template/sub/worldcuppark.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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