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우북페스티벌 2009, 차 없는 홍대 주차장에서

햇살이 따사로운 어느 일요일 오후... 어제 오후는 이런 표현이 딱 어울리는 날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홍대 주차장 거리에서는 올해로 5회를 맞는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더군요. 재작년 이맘때, 같은 축제에서 여행서 몇 권을 상당히 저렴하게 사재기(?)한 기억이 있어 서둘러 전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차 없는 주차장 입구. 하필 차를 가져가서 고생 좀 했습니다. 열권의 책을 사고 난 후에는 잘했다 생각했지만.^^;

'와우'는 연령대가 좀 있으신 분들에게는 '와우 아파트 붕괴사건 (ㅠㅠ, 1970)'으로 기억되는 단어일텐데요.
소가 누운 모습을 하고 있다는 와우산 자락에는 미대로 유명한 홍익대학교가 있고, 그 때문인지 그 예술적 감성으로 무장한 '피카소 거리'가 유명해 지면서 요즘은 미술, 음악, 퍼포먼스 등이 어우러진 독특한 아우라를 풍기는 문화의 거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올해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은 <책, 즐거운 꿈 악(樂)몽을 꾸다>라는 주제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한데 어우러지는 축제로 기획되었다고 하는데요, 북'페어'가 아니라 북'페스티벌'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합니다.  9/18~20까지는 주차장 거리를 '차 없는 주차장'으로 만들어 책 전시를 하고, 매일 밤 주제를 정해 야외무대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과 교감했다고 하네요.

제가 홍대 앞을 찾은 날 9/20은 주차장을 점거하는 북페어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야외 공연도 보고 온몸으로 홍대의 정기를 받고 싶은 마음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주말 밤에 하는 공연은 사정상 관람이 어려우니 더는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로도 실험영화(9/21), 장르 문학 작가와의 만남(9/23), 김창환 콘서트(9/24) 등이 열린다고 하니 시간을 내서 한번 찾아볼까 생각 중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서울와우북페스티벌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길.

주차장 입구에서는 예쁜 책갈피와 가이드북을 제공합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가이드북을 보며 하루 스케줄을 계획해 보는 것이 좋겠죠~

우연히 들른 축제이기에 다양한 책들을 고루 보며 가볍게 즐겹습니다. 그중 제가 관심을 두고 본 곳은 디자인서와 여행서 부스. 이런 북페스티벌에서는 시간을 두고 책을 고르기 어려우니 그간 사고 싶었던 책을 리스트업 해서 보거나 평소 접하지 못했던 독특한 책들을 발견하는 기회로 삼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출판사 부스든 보통 2~30%의 할인을 하고 있어 지름신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습니다. 가끔 잘 팔리지 않는 예전 도서들은 50% 심지어는 균일가 판매를 하기도 하니 들고갈 자신만 있다면 몇 권 구입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사진 속의 책은 한비야가 추천했다는 '꿈꾸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월드비전 사진작가가 펴낸 책이라네요.

스티뷰와 저의 관심사는 단연 여행서~! 여행서적을 많이 출판하는 한길사와 안그라픽스 부스를 찾아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사면 왠지 떠나야만 할 것 같은 론리 플래닛도 기웃거려봤습니다. 론리플래닛의 표지는 론리만의 아이덴터티를 살리면서도 각 나라의 특성을 한장의 사진으로 잘 표현해 수집욕을 자극하죠. (아무리 두꺼워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도 참 마음에 듭니다. 여행자가 펴낸 책이라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같달까~)

스티브의 선택 두 남자의 산티아고 순례 일기. 그는 진정 35일 동안 1,000Km의 행군을 하고 싶은 걸까요?

각 출판사의 개성있는 홍보 부스를 관람하는 것도 전시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블로거들을 의식해서인지 사진찍는 분들께 '잘 찍어 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하시더군요. ㅎ

전시장 뒷편에서는 목판에 그림을 그리는 분도 계셨는데요. 알고보니 벼룩판매하는 이들을 위한 작은 안내판을 제작중이셨습니다.

평소 즐겨 읽던 전문서를 직접 판매하는 분

가족과 함께 나온 어린이. 서점 이름은 '캥거루 책방'이네요. 데코레이션을 직접 한듯 합니다. 자칭 사장인 초등학생이 유모차 안의 아기를 보더니 자신이 재밌게 본 책을 이것 저것 추천해 주는데, 너무 귀엽더군요. 고객을 배려해 그림 위주의 책을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고요~

저도 이제 부모이다보니 아이가 볼 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것만 같아서...

요즘 부쩍 손잡고 걷는 것을 좋아하는 아기를 위해 동물들이 새끼를 어떻게 운반하는지 모습을 담은 책 한권을 샀습니다.

중고 만화책도 보입니다. 어린시절 즐겨보던 '캔디 캔디'도 보이는군요.

책갈피 등 책에 관련된 소품이나 직접 찍은 사진을 엽서로 만들어 파는 벼룩시장도 한구석에 자리잡았습니다.

사진 퀄리티가 좋아서 한 장 사려다가, 제 사진으로 만들어 보려는 욕심에 살짝 구경만 하고 나왔습니다.

아이스크림 바의 막대로 만든 개성만점 책갈피

무료로 나눠주는 책갈피에 담긴 일러스트의 정교함이 수준급입니다. 혁명을 꿈꾸는 백설공주의 이야기가 담긴 어른동화 '그림 메르헨'의 홍보물. 2년 전에 받은 포스터도 어딘가 있을텐데...

저녁이 되면서 점점 활기가 더해가는 거리. 유모차족은 돌아다니기가 점점 힘들어지더군요.

지루해 하는 진아에게 어린이 서적 출판관계자로 보이는 분이 풍선을 하나 선물해주셨습니다.
(역시 남자인줄 알고 파란 풍선을...; )

요즘 아빠와 ET놀이에 한참 빠져있는 진아양. 지잉~~

이날의 특템~ 팝업북 시리즈. Robert Sabuda의 첫 작품 오즈의 마법사와 이상한나라의 엘리스입니다.
내용을 보여드리고 싶지만 내용이 길어질 것 같아 다음 포스팅에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통계로 보면 책을 가장 많이 읽지 않는 계절이 가을이라고 하네요. 아침 저녁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 하루 30분씩이라도 짬을 내서 잠시 PC를 끄고 책을 보면 어떨까요? ^^;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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