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데이 내한공연, 돌발 키스 사건(?)에 대해

야심한 시각. 늦게라도 후기를 정리해야겠다 마음먹고 인터넷에 접속했다가 포털 메인에 뜬 몇몇 언론사 닷컴 '철없는 소녀 딥키스 파문' 썸네일을 보고 당시 상황에 대해 떠올려 봤다. 


광란의 그린데이 내한 공연
그린데이의 공연은 광란 그 자체였다. 누구에게는 청춘의 회상, 누구에게는 피 끓는 젊음의 대상이었을 그린데이는 마흔을 두 살 앞둔 (한국 나이로는 어쩌면 마흔일)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2시간 반이란 긴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무대를 뛰어다니며 에너지를 쏟아냈다. 특히 최고의 전성기인 90년대 중반 히트곡, Basket case나 When I come around를 부를 때에는 체조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떼창을 할 정도였다. 

완벽한 감정이입을 끌어낸 무대 퍼포먼스
그린데이의 공연이 즐거웠던 이유는 비단 보컬인 빌리 조 암스트롱이 노래를 잘해서였거나 밴드의 스테이지 액션이 훌륭해서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관객을 끊임없이 무대로 끌어올리며 참여를 유도했다. 아예 마이크를 넘겨 노래하게 했고, 빌리 조는 그의 모자를 씌워 함께 무대를 누비며 춤추기도 했다. 무대 위의 팬들에게 스테이지 다이빙을 유도했으며, 팬이 준비한 태극기를 받아 직접 몸에 걸치기도 했고, 온통 뛰느라 땀에 젖은 관객들에게 물총 세례 퍼포먼스를 하는 등 관객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며 보는 이들의 감정이입을 완벽하게 끌어냈다. 
 
한 소녀가 무대 위로 뛰어 올랐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한 소녀가 무대 위로 뛰어올랐다. 앞서 설명했듯 관객과의 완벽한 인터렉션을 주고받았던 이번 공연에서는 그닥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번 공연에서 무대 위로 오른 용자들은 여자들이 다수였기에...) 그러나 빌리조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기타연주를 시작하자 소녀의 기습 키스세례가 이어졌다. 

순간 정적이 흘렀을까? 아니다. 언론에 소개된 7~8초 남짓한 딥키스의 순간에도 여전히 빌리 조의 연주는 이어졌고, 팬들에게는 그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여겨진 순간이었다.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에게는 21st Century Breakdown의 앨범 표지를 떠올리게 하는 멋진 퍼포먼스였다. 

그린데이의 팬이 아니라면, 현장에 있지 않았다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순간. 이미 관객들은 미쳐 있었다.
2층까지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운 수많은 인파의 열기는 공연장의 온도를 뜨겁게 달궜다.

소녀는 관객을 향해 스테이지 다이브 했고, 다음 곡은 Basket Cas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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