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 게으른 오후

홍대 앞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놀이터이다. 공식 명칭은 '홍익 어린이 공원'이라지만 어린이가 놀기에는 놀이기구도, 어린이도 드물고, 그 이름을 아는 사람도 드물다. 어린이 보다는 평범함을 거부하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 개성 넘치는 그들이 모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를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공간이 바로 홍대 앞 놀이터. 

이곳에서는 매주 토요일,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홍대 앞 예술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프리마켓이 열린다. 홍대 앞 놀이터가 어린이만을 위한 놀이터가 아닌 것처럼 프리마켓은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벼룩시작(Flea Market)이 아니다. 창작품과 창작 행위가 펼쳐지는 프리마켓(Free Market)이라는 것.

예술가들에게는 자신의 창작품을 나눌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자 가난한 음악가에게는 즉석 공연장, 누군가에게는 잠깐의 휴식처이자 고민상담소가 되는 홍대 앞 놀이터. 나에겐 치열했던 입시의 순간, 수채화 강사로의 첫 아르바이트, 그리고 스티브와의 연애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라 더 특별하다. 

봄날같은 날씨에 북적이는 프리마켓. 역시 독특한 물건들이 한가득이다. 노련하게 좌판을 펼진 사람이나 바닥에 자리를 깔고 어설프게 물건을 늘어놓은 사람이나 모두가  개성 만점. 아이 손을 잡은 엄마의 관광 가이드 같은 설명이 재미있다. 그냥 즐기게 하면 좋으련만...

이 곳에서 만나는 상인(?)들의 공통점은 물품을 판매하는데는 별 관심이 없어보인다는 것이다. 무심하게 작품을 만들다가 물건에 대해 질문을 하면 그제야 고개를 든다. 오래간만에 보는 화구박스도, 그녀의 자존심도 모두 마음에 든다.

빈티지한 멋이 있는 브롯지 가게. 예쁜 깃털이 달린 브롯지를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사진만 한장 찍어왔다.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기훈(천정명)이 떠나기 전 은조(문근영)에게 선물로 준 만년필 케이스와 비슷한 가죽 필통. 빨간 필통이 눈길을 끈다.

'어디로든 문'이라는 상호도 가진 컨셉추얼한 문구 노점. '한여름의 어느 날'이라는 팝업 엽서 시리즈는 아침에 일어나 잠들어 꿈꾸는 순간까지를 나타낸 작품이라고.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바느질한 노트도 멋졌다.

잔혹동화가 생각나는 묘한 분위기의 일러스트. 중국 여행객이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했더니 '델로스'라는 브랜드를 런칭한 사이키 델로스(http://delos.kr)가 떠올랐다. 그도 6~7년 전쯤 이 곳에서 티셔츠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이제는 유명해져 1300K나 10x10같은 디자인 문구점에도 브랜드샵이 있다.

손글씨, 캘리그라피 가게. 다음엔 뭔가 멋진 문구를 하나 생각해 가야할 듯.

길게 줄이 늘어서 있어 따라가봤더니 재밌는 컨셉의 초상화 아티스트가 있다. 10초 완성, 10원 초상화, 줄은 10명만. 정말 10초만에 그려준다.

놀이터 한켠에서는 Afternoon stage가 열리고 있었다.

스테이지 앞에 모인 사람들


[동영상] 자꾸만 흥얼거리게 되는 '게으른 오후'의 'radio night'
'게으른 오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http://bit.ly/bT2YEA, 클럽 http://club.cyworld.com/itrains
팁박스 언저리에서 즐겁게 공연을 보는 진아.
놀이터 본연의 기능을 찾아주고 왔다는.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
* 장소: 홍대앞 놀이터 안 (놀이터 밖은 관계 없는 노점이랍니다.)
* 일시: 2010년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13:00 ~ 18:00
* 홈페이지: http://www.freemark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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