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의 핸드드립 커피가 있는 홍대앞 '커피볶는 곰다방'

몇년 전만해도 즉석에서 볶은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내려먹는다는 회사 동료의 얘기를 들으며 '마니아'라는 단어를 떠올렸는데, 요즘은 인터넷 검색만 해도 커피볶는 로스터리샵이 몇페이지씩 나온다. 커피샵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보편화돼 취향에 따라 커피를 즐기는 시대가 오는가 싶더니 이제는 생두의 원산지에서부터 로스팅 정도와 진하기까지 깐깐하게 골라 마시는 시대가 됐다. 

봉지커피와 전문점의 카페라떼의 차이 정도만 아는 나는 우연한 기회에 집들이 선물로 들고갈 커피 원두를 고르다가 홍대앞 커피볶는 곰다방을 찾게됐다.

이런 곳에 커피샵이?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골목길 안쪽에 위치한 작은 다락방 같은 커피볶는 곰다방. 옷걸이에 걸린 손글씨와 핸드페인팅이 인상적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테이블 두개와 취향을 알 수 없는 카세트 테잎이 꽂힌 바, 인문학 서적으로 가득찬 책장, 예술영화와 각종 전시 포스터가 보인다. 카페라기 보다는 선배의 작업실에 놀러온 느낌이랄까. 

한쪽 벽에는 전쟁과 죽음을 테마로 한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그려져 있다. 암울한 흑백의 게르니카는 카페의 현학적인 분위기에 잘 어울렸다.

엘리아 카잔 특별전을 알리는 포스터와 레트로한 벽시계 

갓 볶은 원두는 볶은 날짜를 적어 선반에 진열해놓았다. 훑어보니 일주일 넘은 것이 없었다.


브라질, 예가체프, 모카하라, 케냐,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만델링. 메뉴만 봐도 남미의 뜨거운 기운이 느껴진다. 메뉴에 없는 것도 가끔 판매를 하는데, 이날은 한겨례 신문에 '말라위' 관련 기사가 나왔다며 말라위를 볶았단다.

찬물에 내려마시는 더치커피도 판매한다.



연륜이 보이는 오래된 테잎들.


순하고 맛있다는 브라질, 약간 신맛나는 예가체프, 진한 코스타리카, 그날 볶은 말라위를 조금씩 샀다. 로스터의 얼굴이 붙어있는 스티커는 곰다방의 자존심. 원두를 사서 집으로 오는 차안, 조수석에 놓아둔 봉지에서 나는 고소한 커피향이 차안을 가득 채웠다.  
 
별이 빛나는 밤에 곰다방 앞에서 커피 한잔을 놓고 고흐와 부둥켜 안고 있는 그. 주인을 닮았다.

* 관련 글: 길거리 인터뷰 - 곰다방에 곰 아저씨

커피볶는 곰다방 http://gomdabang.tistory.com/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8-22번지, 홍대 놀이터 앞 아트박스 옆 골목 세 갈래길 오른쪽에 위치
Opening Hour: 월~일요일 : 12:00 ~ 자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