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나라에서 즐기는 쫄깃한 떡갈비의 맛, 괴프테

2002 월드컵 3-4위전에서 우리와 겨룬 터키팀을 기억하시나요? 승패를 떠나 서로에게 격려의 응원을 보내던 감동의 순간... 그때부터 우리는 터키를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사실 터키는 훨씬 오래전부터 우리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국가입니다. 고구려 시절에는 돌궐이라는 이름의 동맹국으로, 6.25 한국 전쟁 때는 수천 명의 군인을 파병한 우국이었죠. 



그래서인지(?) 그들의 생활 속에는 우리와 닮은 부분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음식 중에서는 대표적인 것이 '괴프테'와 '두슈'입니다. 괴프테 케밥과 함께 터키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 양고기를 다져 양념하여 둥글넓적하게 빚어 화덕에 굽는 요리입니다. 영어로는 미트볼이라고 표기하던데, 미트볼보다는 우리나라의 떡갈비나 너비아니와 더 비슷합니다. 두슈 고추장아찌 같은 발효식품입니다. 양배추나 토마토를 함께 넣어 동치미처럼 국물을 곁들여 먹기도 합니다.

 떡갈비 닮은 '괴프테'와 고추장아찌 닮은 '두슈'

이스탄불의 블루 모스크 근처에는 90년 전통의 유명한 괴프테 전문점(Tarihi Sultanahmet Koftesisi Selim Usa)이 있습니다. 론리플래닛에서도 소개된 이 레스토랑은 이스탄불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한 번씩 거쳐 갈 정도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같은 이름의 두 식당이 푸딩 가게를 사이에 두고 성업중이니 시간이 여유롭다면 두 곳 모두를 방문해 맛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술탄 아흐멧 1세 자미(블루모스크) 앞에 있는 괴프테 전문점. 알고 보니 원조는 건너편 집이었습니다. --;

메뉴에는 시시케밥과 수프도 보이지만 괴프테 전문점인 만큼 손님들은 대부분 괴프테를 맛보고 있었습니다. 오픈형 주방을 통해 고기 굽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괴프테 화덕, 숯불로 은근하게 구워줍니다.

괴프테 1인분에는 몇 조각의 괴프테와 두슈가 함께 제공됩니다. 숯 향이 밴 쫄깃한 괴프테는 맥주를 매우 부르더군요. 서너 개 먹다 보면 살짝 느끼할 수도 있는데, 이때 두슈를 한입 베어 물면 매콤한 고추향이 기름진 맛을 잘 잡아줍니다. 양념 때문인지 양고기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외국에 나가서 음식 적응 잘 못하시는 분께도 권할만한 요리입니다.

보통 간단한 샐러드와 요구르트 음료인 아이란을 함께 시켜먹습니다. 빵은 기본 제공. 터키의 빵 인심은 한국의 밥 인심만큼이나 좋아 무한 리필이 가능합니다.

테이블에는 고춧가루와 향신료도 있으니 취향껏 드시면 되겠죠. 식당에선 맥주를 팔지 않아 콜라 한 병으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이날 저희는 괴프테 2개(20TL), 콜라(2.5TL), 물(0.5TL), 샐러드(5TL) 해서 2인에 2만 원 정도 소비했습니다. (1TL=800원 기준) 터키를 여행할 때 식비를 어느 정도 잡아야 하는지 묻는 분들이 계시던데요, 이스탄불은 터키 내에서도 물가가 비싼 편이라 제대로 된 식당에서 식사하려면 끼니당 만원 이상 잡으셔야 합니다.

터키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이스탄불에 들러 맛본 원조 괴프테. 이번에는 포장해서 숙소로 가져와 맥주와 함께 먹었는데요, 맛은 비슷했습니다.
ㅎ


바야흐로 2010 월드컵의 시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축구에 관심이 없는 저도 주변에서 들려오는 월드컵 소식에 마음이 설레 오는데요. 오늘은 2002 월드컵, 그 뜨거웠던 현장과 형제의 나라를 추억하며 쫄깃한 떡갈비에 맥주 한잔 어떠세요?

(번외 사진입니다. ㅎ Photo by 신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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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는 터키식 빈대떡, 괴즐레메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직찍 동영상 레시피를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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