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따라 통영여행] 봄향기 솔솔, 통영의 대표음식들

음식이 맛있는 지역 하면 보통 전라도를 떠올리지만, 경남 통영 또한 산과 바다를 모두 접하고 있어 물산이 풍부하고 맛있는 음식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봄에는 도다리 쑥국, 멍게 비빔밥, 멸치회가 제철이고요, 매콤한 충무 김밥, 시래기와 된장을 풀어 끓인 시락국, 졸복국, 굴 요리, 해물뚝배기, 장어구이 등도 통영에서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음식입니다. 또, 기본 상에 술만 추가하면 신선한 해물 안주가 무한 제공되는 '다찌'라는 독특한 술 문화가 있어 애주가들은 다찌집을 가기 위해 통영을 찾기도 할 정도입니다. 오늘은 이번 여행에서 만난 봄내음 물씬 나는 통영의 대표음식들을 몇 가지 소개할까 합니다.

봄 향기 풀풀 나는 '도다리 쑥국'

봄기운을 듬뿍 받은 쑥과 겨울 산란기를 끝내고 뼈가 연해지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제철 도다리를 넣어 끓인 도다리 쑥국은 봄에만 맛볼 수 있는 통영의 별미입니다. 향긋한 쑥향과 시원한 생선국물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담백하고 깔끔한 국물이 일품인 쑥국은 술 마신 다음날 해장용으로도 참 좋더군요. 쑥에는 비타민과 철분이 많아 면역력을 높여주고 춘곤증을 가시게 하는 효과도 있다니 봄에는 쑥국만한 음식도 없는 것 같습니다.
☞ 맛집: 서호시장 근처 수정식당(055-644-0396), 분소식당(055-644-0495), 터미널회식당(055-641-0711)



바다 향 가득 머금은 '멍게 비빔밥'

도다리와 함께 봄을 알리는 바다 음식이 바로 멍게입니다. 겨우내 제대로 살이 오른 멍게는 달콤하면서 싱그러운 향과 맛이 일품입니다. 향기로운 멍게에 참기름, 오이, 깨소금 등을 넣어 따끈한 공깃밥과 함께 쓱쓱 비벼먹는 음식이 바로 멍게 비빔밥인데요. 재료는 여느 비빔밥과 다를 바 없지만 고소한 참기름과 함께 어우러진 멍게 특유의 향이 입맛을 자극합니다. 함께 나오는 모시조개탕의 시원한 국물과 같이 먹으면 입안 가득 바다내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맛집: 통영시 항남동 통영맛집(055-641-0109)

뱃사람들의 사연을 담은 음식 '충무 김밥'

지역음식 중에는 '사연을 담은 음식'들이 있는데요. 충무 김밥은 통영(충무) 여객선 터미널을 통해 인근 섬으로 왕래하던 여객선 승객들에게 팔던 김밥에서 유래한 음식입니다. 김밥장사를 하던 한 할머니가 뜨거운 햇살로 김밥이 잘 쉬자 옛 어른들이 뱃사람에게 도시락을 싸줄 때 밥과 찬을 따로 싸 상하지 않도록 했던 것을 떠올리고 충무 김밥을 개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을 생김에 말아 아삭한 무김치와 맵게 버무린 오징어무침과 함께 먹는 충무 김밥은 이제 통영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통영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 맛집: 여객터미널 근처 풍화김밥(055-644-1990), 옛날 충무 꼬지김밥(055-641-8266), 강구안 문화마당 근처 뚱보할매김밥(055-645-2619), 한일김밥(055-645-2647)

속이 확 풀리는 '시락국' 

시락국은 시래깃국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통영 여객터미널 근처 서호시장에 가면 '시락국'이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내건 집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시락국은 바닷장어 머리를 푹 곤 육수에 겨우내 말린 시래기와 된장을 넉넉히 넣어 끓인 국으로 시원한 국물이 일품입니다. 멸치젓, 깻잎 장아찌, 무생채 등 함께 제공되는 반찬도 맛깔스러워 통영에 가면 아침으로 꼭 드셔 보시길 강추합니다.
☞ 맛집: 바다가 차린 성찬, 원조시락국집 (055-646-5973)



바다의 우유, '굴요리' 

'통영'하면 충무김밥과 함께 떠오르는 음식이 '굴'입니다. 굴은 각종 비타민을 비롯해 철분, 요오드, 칼슘 등이 풍부해 바다의 우유라고 불립니다. 통영에서는 굴회, 굴밥, 굴구이, 굴전 등 다양한 굴 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데요. 
 
겨울에서 초봄이 제철인 굴은 날씨가 따뜻해 지면 독소가 생겨 피해야 할 음식이 됩니다. 이럴땐 아쉬운대로 겨우내 채취해 급속 냉동된 알이 굵은 굴을 굴숙회나 굴전으로 먹어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 맛집: 굴향토집 (055- 643-4808)
 

줄 서서 먹는 '꿀빵'

꿀빵은 팥고물을 듬뿍 넣은 빵을 튀겨 물엿을 묻히고 깨를 듬뿍 뿌린 일종의 도넛입니다. 서호시장 적십자 병원 근처에 있는 '오미사 꿀빵'에서는 70이 넘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30여 년째 같은 곳에서 꿀빵을 만들고 계시는데요. 달달한 꿀빵의 맛은 따뜻한 통영의 기후에도 쉽게 상하지 않고,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어 뱃사람의 간식거리로도 사랑받았다고 합니다.

꿀빵은 통영시내 제과점에서도 맛볼 수 있지만, 원조인 오미사 꿀빵은 한정 수량만 만들어 판매해 오후 3시 정도면 꿀빵이 없을 수 있으니 빨리 가지 않으면 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 오미사 꿀빵 홈페이지: http://www.omisa.co.kr/ (어쩐일인지 홈페이지에는 둘째 아들이 하는 무전동 분점
 만이 표기되어 있다. 원조집은 적십자 병원 뒤에 있다.)

봄에는 산과 들에만 향기로운 풀이 피어나는 줄 알았더니 바다에도 봄기운 가득한 해산물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서울에는 딱히 계절 음식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어 매일매일이 비슷한 밥상이었는데요. 통영에서 짭조름한 바다의 맛을 닮은 제철 음식을 먹고 에너지를 가득 충전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올 봄엔 봄 내음 가득한 통영으로 음식기행을 떠나보시면 어떨까요?
 


## 지난 5월 초에 떠났던 통영 여행기입니다. '비어투데이'에 연재하고 있는 글이라 발행될때까지 기다렸다가 올리느라 좀 늦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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