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카라를 거쳐 카파도키아로

샤프란볼루를 떠나 카파도키아로 향하는 길. 샤프란볼루는 작은 마을이라 카파도키아로 가는 직행버스가 없어 앙카라를 경유해 가야한다. 종일 이동만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뻐근해오는 허리. 그나마 다행인건 차창밖으로 터키의 목가적인 풍경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한참을 가다보니 작은 휴게소에 도착했다.

보이는 것이 전부인 정말 작은 시골 휴게소.

 한쪽 구석에선 즉석에서 구운 괴프테가 단돈 1.5TL(한화 천원 정도)에 팔리고 있었다. 버스기사와 차장이 하나씩 나눠 먹는 것을 보고 관심을 보였더니 괴프테 굽던 아저씨가 친절하게 포즈를 취해준다. 

4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앙카라 오토가르. 상상했던것 이상으로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 공항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것 같았다. 멀리 보이는 수도 앙카라의 모습은 언뜻 봐도 타지역과는 다른 모던한 도시의 분위기.

1층 전광판에는 행선지와 출/도착을 알리는 전광판, 음식점과 기념품 판매점들이 있고, 2, 3층은 티켓오피스와 지하철로 통하는 통로가 있다.

티켓오피스에는 명한 메트로에서부터 파묵칼레나 네브쉐히르같이 각 지역 이름을 딴 회사들, 중소규모의 버스들까지 수십개의 창구가 성업중이었다. 오피스 앞에는 정장차림의 호객꾼들이 손님몰이에 열심이다.
 
터미널의 빠질 수 없는 풍경은 매점이 아닌가 싶다. 티켓오피스 앞으로 길게 늘어선 매점에는 간단한 요기거리부터 음료수까지 빼곡히 들어차있다. (photo by 신민경)

특이한 점은 빵의 종류가 참 많다는 것. 샌드위치부터 필라브, 시미트... 그리고 향긋한 빵냄새.
 
화려한 구두닦이의 연장. 전통이 느껴지는 이 물건은 터키여행을 하는 내내 볼 수 있었는데, 운동화를 신고있어 차마 닦아보지 못한것이 아쉽다. (사실 터키에선 운동화도 닦아준다. 하지만 컨버스화를 닦자니 좀 우스운것 같아서...) 

장거리 버스여행자들을 위한 서적코너.

그리고 터미널의 빠질 수 없는 풍경, 휴가나온 군인들. 

출발시간까지 2시간 남짓 남아 우리는 제대로된 식사를 해보기로 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케밥과 초르바(스프), 뷔페식으로 차려진 밥과 볶은 야채들에 홀려 들어간 식당. (photo by 신민경)

뷔페의 장점은 그림이 아닌 진짜 조리된 음식을 보고 고를 수 있다는 거다. 유리창 너머로 원하는 음식을 가리키면 적당히 덜어 상을 차려주는데 우리는 메뉴를 한가지씩 다 시켜본 것 같다. 다행히 비주얼만큼이나 맛도 괜찮아 만족스러웠던 점심이었다.

어느정도 배를 채우고 주변을 둘러보니 이제야 들리는 꼬부랑 음악. 음악과 춤을 사랑하는 터키인들은 특히 트로트 비슷한 전통가요를 즐겨듣는데, 이제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 흥겹게 느껴진다. 

다시 시작된 버스여행. 벌써 해는 뉘엿뉘엿. 이동에 하루를 소비하는 것이 좀 아쉽긴 했지만 체력을 비축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섯시간을 달려 네브쉐히르에서 서비스 버스로 갈아타고 카파도키아의 괴레메에 도착했다. 앙카라를 거쳐와서인지 괴레메 오토가르가 유난히 소박하게 느껴졌다는... 저녁 10시. 산속이라 유난히 밤이 어두운 괴레메. 픽업 나오기로 한 펜션 주인이 전화를 받지 않아 두 여자는 아무도 없는 길을 따라 펜션까지 걸었다. (300m 거리로 멀진 않았다.) 이렇게 도착한 우리의 마지막 여행지 카파도키아. 친구는 열기구를 타고 장엄한 카파도키아의 풍광을 보기위해 이곳을 찾았고, 벌룬을 탄 후엔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다음날, 괴석들로 둘러싸인 제대로 본 괴레메 오토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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