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에서 만난 옛사람들

퇴직을 한 지 어느덧 3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절대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던 에스프레소 커피와 택시 대신 아이의 손을 잡고 바쁘게 놀이교실로 향한다. 여전히 바쁜 일상을 살고 있지만, 아이와 함께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 작고 하찮게만 보이던 것들, 귀찮고 성가시게만 느껴지던 것들이 요즘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세상이 이렇게 따뜻했다니... 삼십여 년의 세월을 반쪽짜리 세상만 보며 잔뜩 바람 들어 살았던 나.

그러던 6월의 어느 날, 추억이 깃든 삼청동에서 옛사람들을 만났다.

요즘은 홍대고 삼청동이고 메인도로에는 온통 대형 프렌차이들이 들어서 모습이 많이 변했지만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 녹음이 우거진 이 길은 언제 걸어도 기분 좋다.

고기를 굽고, 술을 따르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사는 얘기가 오갔다. 이제는 특별한 사이가 아니라 더 편해진 관계. 경쟁사로 직장을 옮기고, 출장을 앞두고 있으며, 직업상 월드컵 기간에는 밤을 새워야 했지만 이야기는 늦도록 이어졌다. 제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날카로운 질문들, 숙제 이야기들은 역시나 같은 주제. 여기에 주변 이야기들이 덧붙여졌다. 각자의 위치는 바뀌었지만 언제나 꾸준하며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 그래서 그들의 블로그가 인기 블로그로서 오래도록 자리매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늦은 밤, 삼청동에서 사간동, 인사동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으며 추억에 잠겼다. 언젠간 이 여유롭고 따뜻한 기분을 다시 추억할 날이 오겠지...

(미도리님, 노멀쥐포님. 도롱이님 준비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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