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먹는 보양식, 태국식 전골 '찜쭘'

육수가 담긴 작은 뚝배기와 화로, 조리되지 않은 재료들. 비주얼을 보면 언뜻 끓는 국물에 얇게 저민 고기나 야채를 살짝 데쳐 먹는 샤부샤부나 쑤끼가 연상되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은 재료를 한데 넣고 뚜껑까지 덮어 놓았습니다. 재료를 다시 보니 살코기뿐 아니라 간 같은 부속물이 포함된 돼지고기는 두툼하게 썰어 달걀까지 버무려 놓았고, 손질하지 않은 미나리 같은 야채며 실처럼 얇은 쌀국수는 확실히 쑤끼와는 다른 분위기.

태국식 전골 '찜쭘'

찜쭘에 들어가는 재료들. 두툼하게 썬 돼지고기나 해물, 야채 등이 들어간다.

옆 테이블을 커닝하며 달걀을 풀고, 손으로 야채를 잘라 분주하게 육수에 재료들을 넣습니다. 갖가지 재료를 듬뿍 넣은 육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점점 진해지는가 싶더니 끓일수록 시원한 뒷맛이 더욱 강해집니다. 기본 육수에는 팍치 뿌리와 레몬그라스, 스윗 바질, 붉은 양파 같은 향채가 많이 들어가는데요. 야채에서 우러난 담백한 국물이 입에 맞더군요. (하지만, 향에 민감하신 분들은 감안하시길~) 

전골과도 비슷한 이 음식은 450년 전부터 태국 북동부 이싼지방에서 전해 내려왔다는 '찜쭘'입니다. 재료를 육수에 담갔다(찜) 양념장에 찍어먹는(쭘)다는 뜻. 발음이 재밌죠? ^^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해서 무(돼지)쭘이라고도 합니다.

여행지에서의 식사는 야채를 많이 먹지 못하기에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기 쉽습니다. 특히 덥고 야외활동이 많은 태국을 여행할 때는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보양식 생각이 간절한데요. 태국에 가셨다면 한 번쯤 독특한 풍미를 자랑하는 이국 보양식으로 건강을 챙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돼지고기는 몸의 불필요한 열을 내려주는 찬 성질의 음식으로 소화를 도와주고 오장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팍치와 궁합이 잘 맞다고 하네요.

태국식 그린파파야 샐러드인 쏨땀과 돼지 목살구이인 무양

찜쭘은 태국인들이 퇴근길에 술 한잔과 즐겨 먹는 부담없는 서민음식으로 주로 해진 후에 거리에 있는 노천 식당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이싼지방의 대표 음식인 쏨땀(파파야 샐러드)과 무양(돼지 목살구이)응 함께 시키면 맥주가 술술 넘어가는 훌륭한 안주가 되죠.

태국의 노천 식당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데요. 보통 주변의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와 식당에서 나오는 얼음 잔에 따라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저도 이렇게 얼음 맥주를 여러 잔 만들어 마셨네요. ^^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는 노점 식당이라도 대부분 영어 메뉴판을 갖춰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메뉴판이 없어도 찜쭘, 무(돼지고기), 미나리 같은 야채(팍붕), 남찜(찍어 먹는 소스), 찰밥(카우 니여우), 남깽(얼음) 같은 간단 태국어를 몇개 알아가면 주문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2~3인이 먹을 수 있는 찜쭘은 가격도 200밧 (한화 8,000원) 정도로 저렴하답니다.

태국 여행을 하실땐 태국 서민들이 즐겨먹는 이색 보양식, 찜쭘으로 원기를 보충해 보시는건 어떨까요? 뭔가 복잡해 보이고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아 겁나지만 새로운 곳에서 도전하는 새로운 음식은 또다른 여행의 즐거움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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