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불에 굽는 소문난 닭꼬치, 중림동 호수집

서울 도심의 한 대로변. 높은 빌딩숲 주변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작고 오래된 가게에서 연탄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여름이 가고 9월이 왔다지만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았는데, 연탄불은 왜 피웠을까요? 가까이 갈수록 지글지글 피어오르는 꼬치구이의 향이 강하게 느껴져 가는 발길을 잡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한 끼 먹고 가야겠네요.^^ 오늘 그린데이가 소개할 맛집은 연탄불에 굽는 닭꼬치와 닭볶음탕으로 유명한 23년 전통의 중림동 맛집. '호수집 (원조 닭꼬치)'입니다.
연탄 직화구이로 유명한 호수집의 닭꼬치

간판 어디에도 '호수집'이란 이름은 없지만 단골손님에게는 계산서에 찍히는 상호로 통하는 곳이다.

그런데 7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각, 벌써 바깥 테이블까지 다 차고 문앞에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을 세어보니 10명 남짓. 대부분의 테이블에서 이제 막 식사가 시작된 걸 보니 한참을 기다려야 할 분위기입니다. 줄 끝에 서서 기다리기를 30분째. 솔솔 풍기는 닭꼬치 냄새에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1시간을 기다려 차지한 테이블. 메뉴를 훑어보니 예전 가격에서 조금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착한 가격입니다. 이 집의 대표메뉴인 닭볽음탕과 닭꼬치를 주문하고 주변을 훑어보니 변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사실 호수집은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인심, 소탈한 분위기에 그린데이가 오래전부터 즐겨 찾는 맛집입니다. 매콤한 닭볶음탕이나 맛좋은 꼬치구이에 술 한 잔 걸치다 보면 마음속 깊은 얘기도 거침없이 술술 나오는 지인들과의 아지트 같은 곳이죠. 
 
기본으로 제공되는 먹음직스러운 파김치. 양념이 듬뿍 얹어진 파김치는 따로 사오고 싶을 정도로 맛있습니다.

닭볶음탕 메뉴는 소, 중, 대, 특대 사이즈로 구분되어 있는데요. 중자는 두세 분이 드시기에 적당한 양입니다. 진하게 우러난 닭 육수에 닭고기와 감자, 떡, 버섯, 깻잎 등이 넉넉히 들어가 생각보다 양이 푸짐합니다.

닭볶음탕이 끓는 동안 맥주를 주문했습니다. 이런 곳에선 맥주가 빠질 수 없죠.

걸쭉한 국물에 깻잎 향이 솔솔 풍기는 닭볶음탕. 맛은 닭 육수로 만든 떡볶이 비슷한데, 짜지 않고 당기는 맛이 있어 계속 손이 가더군요. 
 
볶음탕을 먹고 나면 꼭 밥을 볶아 먹어야죠. 국물에 밥을 비비고 김 가루를 듬뿍 얹어줍니다. 

모두 섞으면 이런 포스!

밥까지 다 먹었는데, 생각해보니 아까 주문한 닭꼬치를 아직 못 먹었네요. 허름한 식당은 만석이고 아직도 바깥에서 기다리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윽고 도착한 닭꼬치. 그런데 분명히 여섯 개를 주문했는데, 두 개만 주십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석쇠 한판에는 닭꼬치 10개만 구울 수 있어 되는대로 주시는 중이랍니다. ^^;

이 집 닭꼬치는 좀 특이합니다. 살만 발라진 일반 닭꼬치와는 다르게 부위별로 토막낸 닭의 부위가 뼈째 꽂혀 있는 것이 특징이죠. 그래서 쏙쏙 빼먹기는 어렵고 꼬치를 손에 들고 뜯어야 합니다.

한입 베어무니 특유의 불 맛과 진한 양념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정말 맛있습니다. 아마 제가 맛본 닭꼬치 중에선 최고가 아닐까 싶어요. 호수집만의 비법소스를 발라 하루를 숙성시킨 후 손님이 주문하면 즉석에서 연탄불에 구워주는 것이 맛의 비결이라고 합니다. 기다리는 손님이 많을 땐 꼬치를 미리 반쯤 익혀두었다가 불맛만 내서 줄 법도 한데, 고집스럽게 생닭을 처음부터 연탄불에 구워내는 정직함이 맛과 인기의 비결인 것도 같습니다.

이쯤되면 이 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인 사장님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식사시간만 되면 밀어닥치는 손님에 정신이 없어도 늘 웃음 띈 얼굴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빠른 손놀림으로 음식준비에 서빙까지 도맡아 하시는 분, 직접 하지 않으면 맛이 같을 수 없다며 늘 바쁘시면서도 자식같은 손님들에겐 결코 소홀하지 않은 어머님 같은 분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단골뿐 아니라 일면식 없는 손님이라도 바쁜 주인을 대신해 알아서 상도 차리고 음료도 가져다 먹고, 심지어는 계산까지 대신하게 하는 그런 포스가 풍기는 분입니다. 때론 좀 불편하기도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의심하거나 불평하지 않는 고향집같은 분위기를 만드시죠. 최근 중림동 일대가 재개발되고 있어 허름한 호수집이 언제까지 이 자리를 지킬지는 모르겠지만 서민의 고락을 함께하는 이런 정감있는 집은 계속 남아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호수집 주변에는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크고 작은 회사들이 많아 6시 반이 넘으면 줄을 서야 합니다. 저녁을 드실 예정이라면 선발대가 먼저 줄을 서고 있거나, 맘 편히 30분 정도 기다리실 생각을 하고 출발하시는 게 좋겠네요. 그밖에 미리 알아두면 당황하지 않을 호수집 닭꼬치와 관련된 몇 가지 팁(참고로 매우 주관적입니다. ㅎ)을 알려 드리며 호수집 예찬은 여기서 이만 마무리할까 합니다.       

호수집에서 닭꼬치를 시키기 전 알아두면 좋을 팁
1. 닭꼬치는 자리에 앉자마자 시켜야 합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면 추가 주문이 힘들 수 있어요. 
2.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면 원하는 만큼 주문할 수 없습니다. 이럴 땐 손님을 훑어보고 사장님께서
    대충 인당 2~3꼬치씩 먹을 수 있도록 할당을 해주십니다. --;
3.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면 볶음밥까지 다 먹고난 후에 꼬치를 맛보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4. 꼬치는 닭볶음탕을 시켜야 주문이 가능하고 포장이 되지 않습니다. 남은 것을 싸갈 수는 있더군요.
5. 8시 반 이후에는 꼬치 재료가 떨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상호: 연탄 직화구이 원조 닭꼬치 (호수집)
가격: 닭볶음탕 소:10.000 중:13000 대: 17000 특대 20000 / 닭꼬치 개당 1,500원
위치: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 4번 출구, 한국 경제신문 지나 30m
전화: 392-0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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