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등장하는 터키의 길거리 군것질거리

몇일전 내린 눈과 함께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됐습니다. 갑자기 매서워진 바람에 어느새 다가온 겨울을 느끼게 되는데요. 밖으로 다니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날씨지만 이맘때면 꼭 생각나는 길거리 음식들이 있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오뎅과 호호 불어먹는 붕어빵은 퇴근길 지나칠 수 없는 겨울철 별미인데요. 터키에도 겨울만 되면 등장하는 따끈한 길거리 음식들이 있어 소개해 봅니다.
   

터키 이스탄불 술탄 아흐멧 거리

   요술램프에 담긴 따끈한 차, 살렙

아라비안나이트 속 요술램프를 닮은 살렙 주전자 (톱카프 궁전 앞)

전에 한번 소개해 드렸죠. 날씨가 추워지면 이스탄불 거리에는 따뜻한 김을 모락모락 피우는 요술램프들이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이 램프에는 '살렙(Salep)'이라는 차가 담겨 있는데요. 살렙은 원래 난 뿌리의 일종이지만 살렙을 갈아 뜨거운 우유를 부어 만든 차 역시 같은 이름으로 부릅니다.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기력을 보호해 주는 효능이 있어 터키인들은 오래전부터 겨울철 음료로 살렙을 즐겨 마셨다고 합니다. 

그랜드 바자르 앞 살렙 노점과 계핏가루 듬뿍 뿌려진 살렙 한 잔

살렙 한 잔을 주문하면 스티로폼 컵에 걸쭉한 살렙을 가득 따라 계핏가루를 듬뿍 뿌려줍니다. 이 차에는 살렙가루와 우유, 설탕, 향신료 등이 들어 있는데요. 맛은 뜨거운 연유 비슷합니다. 연유처럼 많이 달기는 하지만 중독성 있는 달달함에 자꾸만 손이 가더군요. 점성이 있어 잘 식지 않고 훌훌 마시기 어려워 추운 겨울 후후 불어가며 오랫동안 따뜻함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가격은 한 잔에 1.5TL ~ 2TL (약 1,500 원). 

   숯불 구이 군밤

귤하네 공원 입구, 군고구마 노점상

역전에 쪼그려 앉아 연탄불에 석쇠를 올려놓고 군밤과 떡을 구워 파는 할머니의 모습은 겨울철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데요. 터키에서도 즉석에서 군밤을 구워 파는 포장마차가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밤을 숯불에 구워 준다는 점입니다. 숯 향이 살짝 배어 있는 군밤은 풍미가 더 좋더군요. 가격은 100g에 3TL (약 2,500원). 한국이나 터키나 군밤은 길거리 군것질 중에서도 비싼 축에 속합니다.

   굽거나 찌거나, 옥수수

에미노뉘 선착장 근처의 옥수수 노점상

우리나라에서 옥수수는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터키의 길거리에서는 언제나 옥수수를 찌고 굽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찜통 속 옥수수는 보는 것만으로도 온기가 느껴지는데요. 포장마차 한편에는 숯불 화덕이 있어 원하면 찐 옥수수를 노릇노릇하게 구워 주기도 합니다. 터키의 옥수수는 우리의 찰옥수수처럼 쫀득한 맛은 없지만 부드럽고 고소해 군밤과 함께 길거리 간식으로 사랑받는 음식입니다. 짭짤한 것을 좋아하는 터키인들은 옥수수에도 소금을 듬뿍 뿌려 먹는데요. 우리가 먹기에는 많이 짜니 주문할 때 소금을 조금만 뿌려달라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격은 한 개에 1.25TL (약 1,000원)

옥수수와 군밤을 숯불에 구워 함께 파는 곳도 있다.

길거리 음식의 유혹이 시작되는 겨울입니다. 추운 겨울밤에 유독 맛있게 느껴지는 야식. 두꺼운 외투로 몸매를 가릴 수 있는 계절이니 유혹은 더욱 강해집니다. 여러분의 겨울 밤을 녹이는 야식은 무엇인가요? 영하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따끈한 살렙 한 잔이 그리운 그린데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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