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돈고츠 육수가 일품! 일식 라면집 '하카다 분코'

오랜만에 홍대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경칩이 지난 지 오래지만, 아직 쌀쌀한 초봄의 산책길. 뜨끈한 국물 생각이 간절하더군요. 서둘러 찾아간 곳은 그 이름도 유명한 '하카다 분코'였습니다. 요즘 홍대 앞에는 맛있는 라멘집이 많이 생겼지만 하카다 분코는 홍대 앞 일본 라면의 원조격으로 진하게 우린 돈고츠 육수로 유명하죠.

일본 뒷골목 어디선가 봤음직한 식당 입구. 식사시간에는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요. 보통 2~30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날은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2~3분 기다리고 운 좋게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이랏샤이마세~!'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우렁찬 목소리. 큰 소리로 주문을 주고받고, 활기차게 움직이는 종업원들을 보니 정말 일본에라도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곳 조리사 중에는 일본인이 있다고 하는데요. 직접 정통 방식으로 면을 뽑고, 육수를 만드는 모습 자체가 재밌는 눈요깃거립니다.

일본의 하카다(후쿠오카)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돈고츠 라멘'이죠. 남부지방인 규슈에서는 오래전부터 소금과 돼지뼈 사골육수를 사용한 라멘이 발달했다는데요, 설렁탕 같은 진한 육수와 쫀득하면서도 가는 면발은 하카다 지역 라멘만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하카다 분코의 라멘 역시 전통 방식으로 우려낸 돼지 육수를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 라멘에는 공통으로 차슈와 함께 숙주와 파가 올라갑니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고깃국물을 시원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군요. 라멘 메뉴로는 육수가 진한 인라멘과 닭 육수를 섞어 가벼운 맛을 살린 청라멘이 있는데요, 전 이번에도 진한 국물맛이 일품인 인라멘으로 주문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궁극의 국물~! 뽀얗게 우러난 걸쭉한 육수가 보이시나요? 꽃샘추위로 으슬으슬했던 몸과 마음이 한순간에 뜨끈한 국물로 더워지는 순간입니다. 

육수가 너무 진하거나 느끼하다고 생각되면 작은 항아리에 담긴 마늘을 하나 다져 넣어도 좋습니다. 깨를 조금 갈아 넣으면 고소한 맛이 더해지고요. 다른 항아리에 있는 초생강이나 김치와 함께 드셔도 됩니다.

내부는 대략 이런 분위기. 바 쪽으로 8석의 좌석과 네 명이 앉기에 조금 좁은 4인용 테이블 네 개가 전부인 작은 가게입니다. 조리사와 종업원 수가 6~7명 정도 되어 가게 규모에 비해 종업원 수가 좀 많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북적북적 시끌시끌한 분위기죠.

손으로 직접 쓴 메뉴판 역시 일본다운 분위기입니다. 전 5~6년 전 라멘이 5천 원일 때부터 다녔는데, 예전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네요. 요즘처럼 돼지고기 값이 비쌀 땐 그러려니 해야겠지만, 다시 내리진 않겠죠?
 
이렇게 주변을 둘러보며 라멘을 먹다 보니 어느덧 바닥을 보이는 그릇. '감사합니다'라는 센스있는 메시지는 국물까지 다 비운 자만이 볼 수 있는 것~. 사실 이 그릇은 동행한 남자분의 것인데요. 양이 부족하다 싶을 땐 사리와 공깃밥을 저렴한 가격에 추가해서 드실 수 있습니다. 단, 사리는 처음 주문하실 때 말씀하셔야 한다는 점. 중간에 추가되지 않는다는 점 기억하시고요.  

식사를 마치고 다시 홍대 거리로 나오며 마주치는 이런 정겨운 벽화들은 덤입니다.

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시작되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움추릴 수는 없겠죠? 이번 주말, 뜨끈한 라멘 한 그릇으로 든든하게 속을 데우고, 초봄의 여유로운 홍대를 만끽해보시면 어떨까요? 이상, 홍대 근처로 이사와 지역 주민이 된 그린데이였습니다. 앞으로 더 맛나고 멋진 스팟들 많이 소개해 드릴게요. ^^

* 영업시간: 12:00~14:00, 17:00~재료가 떨어질 때까지.
                 준비시간: 14:00~17:00 (문을 열지 않아요.)


---------------------------------
이 글을 쓰고, 비어투데이에 원고를 넘길 때까지만 해도 저는 3월 17일(어제) 자로 중국을 거쳐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었습니다. 일본 일정중에는 후쿠오카도 있었는데요. 그곳에 가면 꼭 제대로 된 진짜 하카다 라면을 먹어보리라 맘먹고 있었죠. 하지만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대규모의 인명피해가 나고, 원전이 폭발하는 등의 사고가 이어져 결국 떠나기 하루 전날 저녁, 여행 일정이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사실 취소 소식을 들었을 때는 허탈하고 아쉬운 마음이 컸는데요.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는 일본의 상황과 피해 현황을 보니 이제는 무섭고, 두려운 마음뿐입니다. 오늘은 48시간 내에 원전을 통제하지 못하면 핵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엄청난 소식에 뉴스에서 눈을 뗄 수가 없네요. 나름 냉정하게 사태를 바라보고 동요되지 않으려고 노력 했지만 이건 뭐...... 제발 더 이상의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