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 그 비밀스런 마을을 떠나며...

터키 여행 9일차, 카파도키아에서만 5일째. 열기구 투어를 새벽에 다녀와서인지 숙소에 도착했는데도 아직 이른 아침이다. 짐을 꾸리고, 먼저 돌아간 친구를 위해 블로그에 감상을 올렸다. 꿈에도 그리던 열기구를 탔으니 나는 오늘 떠난다. 일정이 늘어져 페티예를 포기했지만, 지중해에는 아직 봄이 아직 오지 않았다니 미련없이 파묵칼레행 야간버스를 예약하고 남은 시간은 정든 괴레메 마을을 천천히 돌아보기로 했다. 


걷다가 문득 눈에 띈 풍경. 그 여유로움이 부러워 나도 카페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오랜만에 보는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의 현대식 메뉴.

얼마 만인가. 며칠간 터키식 차이만 홀짝대며 마셨더니 큰 잔에 거품 가득 올려 먹는 카페라떼가 너무나 그리웠다. 게다가 도일리 페이퍼까지 깔린 찻잔이라니. 혹시 나를 위해 준비한 것? (터키에서 걸린 공주병이 아무래도 예사롭지 않다)  
 

꼬부랑 음악에 손님은 나 혼자. 집 떠난 지 열흘쯤 되니 피로가 몰려오며 몸이 으실하다. 아무리 혼자 떠난 여행이라지만 한적한 괴레메 마을은 너무 외롭다. 이제 정말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한낮의 괴레메 마을은 참 조용하다. 관광객들은 모두 투어를 나가고, 붉은 카펫만이 거리를 지키고 있다.

마침 예배가 끝났는지 페즈를 쓴 할아버지 한 무리가 자미에서 나온다. 국민의 대다수가 수니파 이슬람교도인 터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좀 다르다고 한다. 특히 카파도키아 지역은 마을 사람 대부분이 관광업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성전에 잘 가지 않는다는데, 머지않아 카파도키아에서는 아잔(하루 다섯 번 기도시간을 알리는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름은 'FAMILY TEA GARDEN'이지만 남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카페.

매일 들러 아이란을 사 먹던 슈퍼마켓

아무 데도 쓰여있지 않지만, 괴레메 진입로이자 버스 정류소인 Meeting Point & 1001 Books

터키다움이 물씬 풍기는 낡은 식탁. 풍경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점심때가 되었는지 피데 굽는 냄새가 솔솔~ 길쭉한 피데 한 개를 사 들고 괴레메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선셋포인트로 향한다.  
 

멀리 우치히사르와 괴레메 계곡들. 비밀의 역사를 간직한 동굴 수도원을 보니 그간의 여정이 떠오른다. 뭔가에 홀린 듯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카파도키아 여행. 이곳이 아니라면 그런 모험이 가능했을까? 바람이 무척 심하게 불었지만 쉽게 걸음을 뗄 수 없었다. 
 

사람이건 여행지건 함께한 시간만큼 든 정이라는게 있는 것 같다. 함께 겪은 일들이 많다면, 그 경험이 비밀스러운 무엇이라면 더욱 애틋해지기 마련이다. 해지는 괴레메 마을, 마법같았던 지난 몇일을 추억하며 나는 그렇게 비밀많은 카파도키아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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