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벚꽃놀이, 여의도에서 상수동까지

뉴스를 보니 주말새 여의도 윤중로에 170만여 명의 벚꽃 인파가 몰렸다고 한다. 여의도에 근무할 땐 벚꽃 시즌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설레곤 했는데, (관련 글: 여의도 근무자에게 벚꽃 축제의 의미) 나이를 먹었는지, 몸이 멀어져서 그런지 요즘은 그 복잡한 길을 걸을 엄두가 안 난다. 그래도 가슴 한켠엔 아쉬움이 남았는지, 벚꽃 시즌이라기엔 조금 이른 날, 이른 시간에 여의도에서 점심약속을 잡았다.

소풍 나온 직장인들로 붐비는 여의도공원 한쪽에 자리를 잡고 동네에서부터 공수해온 컵 푸드를 펼쳤다. 오랜만에 봐도, 자주 봐도 늘 반갑고 안쓰러운 미도리님과의 식사. 따뜻한 햇볕과 살랑대는 바람, 들뜬 사람들 속에서 우리도 살짝 업된 기분으로 오후의 피크닉을 즐겼다는. 

마포대교에서 국회의사당까지 가는 길엔 벌써 벚꽃이 한창이다. (지난 목요일이었으니 지금쯤은 꽃 비가 내리고 있지 않을까...)

축제기간동안 차량이 통제되는 구간. 이른 벚꽃과 늦은 개나리가 어우러진 모습.

 

축제에 빼놓을 수 없는 군것질거리. 올해는 정체불명의 코코넛 주스도 나왔다. 가뜩이나 좁은 꽃길에 사람이 몰리면 짜증스런 방해물이 되기도 하지만, 아직은 보는 것 만으로도 흥겹다.

벚꽃 사진의 정석. 이런 포즈 다들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어느덧 다다른 서강대교. 집까지 가는 차편을 알아보다가 소화도 시킬 겸 일단 걸어서 건너보기로 한다.

다리에서 바라본 한강 둔치. 보기엔 아름답지만 나무 한 그루 없는 공원이 그닥 편해 보이진 않는다는.  

그리 맑은 날이 아니었는데도 가슴이 탁 트이는 한강 풍경.  

운전대를 잡았을 땐 무심히 지나쳤던 다리의 철골 구조물도 천천히 걸으며 보니 예술적으로 보인다.

한 시간쯤 걸었을까? 다리를 건너 상수동으로 접어드니 호젓한 벚꽃길이 펼쳐진다.

 

이곳 벚꽃은 이미 눈이 부실 정도로 만개했다.  

내친김에 숨은 벚꽃 명소로 알려지기 시작한 당인리 발전소로. 1년에 단 한 번 벚꽃 시즌에만 개방하는 곳인데, 올해는 매스컴을 타면서 심심찮게 카메라 족들이 보인다. 

넓고 호젓한 나만의 벚꽃길. 벚꽃 아래 돗자리 깔고 도시락을 즐기는 사람들,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 동네 마실 나온 할머니 모두가 여의도와는 사뭇 대조적인 한가롭고 여유로운 풍경이다.

오래 걸어 마침 당분 보충이 필요하던 차에 발견한 아이스크림차.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봤으나.... 이동식 화장실이었단.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목련 사이로 보이는 발전소의 굴뚝과 고압가스 배관. 뭔가 아이러니한 풍경인듯.

살랑살랑 벚꽃에 취했던 하루. 아쉽게도 여의도 축제는 어제로 끝이 났고, 발전소 길은 오늘까지만 개방한단다. 하지만 발전소 곁에는 작은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카페와 홍대 상권에서 밀려난(?) 작은 아지트형 카페들이 생겨나고 있어 꽃비 내리는, 혹은 새싹 돋는 나무 아래서 조용하게 사색을 즐기거나 친구를 만나기에 좋겠다는...

점찍어 놓은 카페. 카페즈키. 도쿄의 시모기타자와 골목에 있을법한 외관이나 그곳에서 판다는 커리밥, 커피, 그리고 맥주. 모두 탐난다.  

[Tip] 걷기 좋은 서울 봄꽃길 100선
>> 바로보기 (서울 특별시 홈페이지)

* 대형공원 - 북서울꿈의 숲, 남산, 서울숲, 월드컵공원, 어린이대공원, 과천 서울대공원
* 작은 산과 공원 - 낙산공원, 서대문구청, 석촌호수 
* 드라이브에 좋은 길 - 삼청공원, 와룡공원, 북악스카이웨이, 세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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