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이색 포장음식 문화, '싸이퉁'을 아시나요?

태국의 길거리에서는 음식을 포장해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그 속을 들여다보면 터질 듯 빵빵하게 공기가 차 있는 비닐봉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앙증맞은 고무밴드로 단단하게 묶여 있는 이 비닐봉지에는 각종 반찬류부터 밥, 뜨거운 국물음식까지 담지 못할 것이 없는데요. 뜨거운 음식을 담을 수 있는 소재의 두꺼운 비닐봉지가 따로 있을 정도니 태국인들의 포장음식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시죠?

이렇게 음식을 포장해 다니는 것을 태국어로 '싸이퉁'이라고 합니다. 싸이퉁은 태국의 포장음식 문화를 대표하는 단어로도 쓰이는데요. '싸이'는 담다, '퉁'은 봉지라는 뜻이 있습니다. 
 
한 끼 식사로 싸이퉁 해온 음식들. 쌀밥, 꼬치구이, 꽈리고추 볶음, 얌운센

더운 기후와 맞벌이가 많은 가정, 사 먹는 음식값이 집에서 조리하는 비용과 비슷하다는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태국의 가정에서는 음식을 거의 조리해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 한 두 가지씩을 음식점에서 포장해와 집에서 먹는 것이 보편적인데요. 그래서인지 태국엔 포장음식 문화가 잘 발달해 있습니다. 

싸이퉁한 콜라

음식뿐 아니라 과일이나 음료수, 심지어는 커피까지도 비닐봉지에 포장하기도 하는데요. 과일은 먹기 좋게 썰어서 찍 어먹을 수 있는 꼬치와 함께 포장해주고, 콜라나 스프라이트같이 병째 파는 청량음료는 잘게 부순 얼음과 함께 손잡이가 달린 비닐봉지에 넣어줍니다. 갓 내린 커피 역시 잘게 부순 얼음과 함께 연유를 듬뿍 부어 봉지에 담아주는데요, 여기에 빨대 한두 개 꽂아서 마시는 거죠. ^^ 빈 병 값이 비싼 태국, 처음엔 콜라를 봉지에 넣어 마시는 풍경이 참 어색했는데, 요즘엔 옛 정취가 그리워 이렇게 만들어 주는 시장 속 구멍가게를 찾아다니곤 합니다. 

해산물 식당에서도 예외가 아니죠. 푸껫 여행 중, 여행의 피로가 몰려오는 늦은 저녁이었지만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싶어 신선한 해산물이 있는 해변의 한 식당에서 '싸이퉁'이 되는지를 물었는데요.

이렇게 훌륭한 포장 음식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메뉴는 뿌 팟퐁 커리(커리 크랩), 얌운센 탈레(매운 해산물 당면 샐러드), 꿔이 띠여우(쌀국수), 그리고 밥이었는데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채소와 쌀국수에 넣어 먹는 소스까지 앙증맞은 작은 비닐봉지에 들어 있었어요.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도 한 병 샀습니다.

호텔로 가져간다고 했더니 음식을 덜어 먹을 수 있는 스티로폼 그릇도 몇 개 들어 있네요. 쌀국수는 국물과 건더기를 따로 싸서 면이 불지 않도록 포장하는 게 기본이고요. 먹기 전에 이렇게 그릇에 포장해온 음식들을 덜기만 하면 세팅이 완료됩니다.

얌운센 탈레. 싱싱한 해산물이 들어간 태국식 당면 샐러드입니다. 매콤한 것이 우리 입맛에 딱 맞죠. 해산물 요리를 먹을때 곁들이면 좋습니다.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태국음식 BEST 10 에서 소개해 드렸죠? 카레와 코코넛밀크, 계란 등을 넣어 볶은 태국식 게 요리 '뿌 팟퐁 커리' 입니다. 감칠맛이 좋아 국물에 밥을 비벼 먹는 맛이 아주 그만입니다.

3인분 정도의 식사량입니다. 포장음식치고는 꽤 근사하죠? ^^

방콕 슈퍼마켓의 푸드코트에서 포장해온 족발 덮밥도 레지던스 호텔에서라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되고요.

포장해온 길거리 간식만으로도 여느 유명 레스토랑 못지않은 훌륭한 식탁을 차릴 수 있습니다.

다양한 메뉴의 음식을 포장해와서 공원 벤치나 호텔 의자에 앉아 먹는 맛. 약간의 궁상을 극복한다면 꽤 편하고 새로운 여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답니다. 음식을 포장하려면 종업원에게 '싸이퉁'이라고 말씀하시면 되고요. 길거리 노점부터 고급 레스토랑까지 어떤 음식이건 친절하게 봉투나 상자에 포장해 주니 태국 여행에서는 꼭 한번 싸이퉁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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