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 라이브 클럽 재머스, 90년대 인디문화를 돌아보며

음악하는 놀이터를 표방하는 홍대 앞 라이브 클럽 재머스(Jammers)가 1월 27일 13번째 생일을 맞는다. 

요즘은 '홍대앞 클럽' 하면 힙합과 댄스가 떠오르지만 재머스가 인기를 날리던1990년대 중 후반에는 인디밴드가 공연하는 라이브 클럽을 생각했다.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을 키운 '드럭', 내귀에 도청장치, 럼블피쉬가 탄생한 '재머스' 외에도 프리버드, 빵, 스팽글, 마스터플랜, 롤링스톤즈와 같은 클럽에서는 매주 개성있는 인디밴드들의 공연을 맥주 한 병 가격에 즐길 수 있었다.

주말이 다가오면 홍대앞 거리는 온통 클럽들의 공연 스케줄을 알리는 포스터로 도배되었고 저녁 무렵이면 튀는 복장으로 기타를 메고 클럽으로 향하는 밴드 구성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클럽들은 저마다 추구하는 음악 성향이 조금씩 달랐다. 드럭은 펑크락을, 재머스와 프리버드는 펑크와 모던락을 지향했고 마스터플랜과 롤링스톤즈 같은 곳에서는 강한 사운드의 하드코어 계열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공연은 보통 자작곡 중심으로 연주됐지만 경험이 부족한 밴드들은 외국의 유명 곡을 부르기도 했다. '카피밴드'라고 불리는 이들은 주로 Greenday, Sex Pistols, Smashing Pumpkins, Rage Against Machine, red hot chili peppers, Korn, Oasis, Suede 등의 음악을 커버했다.

한참 펑크와 브릿팝에 빠져있던 당시 대학생이던 나는 종종 주말 밤을 클럽에서 보내곤 했다. 내 또래의 관객들과 함께 담배연기 자욱한 지하 클럽에서 맥주 한병을 들고 함께 음악에 맞춰 가벼운 헤드뱅잉을 하며 해방감을 즐겼다.

클럽에서 이름을 얻은 밴드들은 클럽의 후원을 받아 레이블 음반을 내기도 했다. 자우림, 델리스파이스, 체리필터, 노브레인과 같은 이들은 아예 오버그라운드로 진출해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이들 음악은 사그라들기 시작했고 홍대 앞에는 힙합과 함께 댄스클럽들이 자리를 잡아갔다. 나는 졸업해서 취직을 했고, 야근과 회식, 조직 문화에 젖어 홍대앞 클럽은 점점 내 관심사에서 멀어져 갔다. CD를 사기 보다는 MP3를 다운 받았고... 요즘에는 그나마 MP3조차 잘 듣지 않게 됐다.

13번째 재머스의 생일파티라니....
잊고 있었지만, 재머스는 열정 가득한 인디밴드들과 함께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랫만에 홍대앞이나 한 번 가볼까...?

27일이 설 연휴인 관계로 24일(토)에 축하파티를 연다고 한다.
7시부터 공연이고 입장료는 음료포함 만원.

출연: ZY, Ashgray, The Yellow Tree, 타카피, Spotlight, 몽니, Zoo, Good Day
        (아는 밴드가 하나도 없다 ㅠㅠ)
http://www.jammers.co.kr/main.htm


넬 - 믿어선 안될 말 (20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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