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의 나가사키 산책 '캐비넷, 나가사키의 향기를 품다'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던 지난 토요일 저녁, 상수동 카페골목에 위치한 'CABINET'에서 열린 '나가사키 팝업 카페'에 다녀왔습니다. 이 카페는 나가사키 관광청과 하나투어에서 후원하는 행사로 '캐비넷, 나가사키의 향기를 품다'라는 부제를 가지고 9/17~18(지난 주말)일간 열렸는데요. 모처럼 시원해진 밤 공기를 마시며 카페골목 산책도 하고, 일본색 물씬 풍기는 카페에서 상상 나가사키 여행도 할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CABINET은 평소 신인 작가들의 그림이나 사진을 전시하는 문화공간이자 카페인데요. 이날은 특별히 나가사키 팝업스토어로 변신한 만큼 나가사키의 사진과 영상, 소품들로 꾸며졌습니다. 토요일 저녁에 좌석은 거의 만석이었지만, 홍대 앞 메인로드에서 조금 벗어난 곳이라 조용한 분위기에서 편하게 차도 마시고 나가사키 여행에 정보도 얻을 수 있었네요.


CABINET에서는 독특하게 아이패드로 메뉴판을 대신하고 있는데요. 나가사키 팝업 카페가 열리는 주말 동안은 스페셜 메뉴로 아사히 맥주 세트, 나가사키 카스테라 세트, 나가사키 짬뽕 세트를 팔고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얹어주는 세트메뉴인데 가격은 오천 원 ~ 만원 선. 캐비넷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보통 오천 원인 것에 비하면 무척 저렴하죠.

제가 선택한 메뉴는 나가사키 카스테라와 아메리카노. 달달한 카스테라와 따끈한 아메리카노 커피는 잘 어울리죠. 카스테라는 1571년 나가사키항 개항 시 포루투갈 인이 전한 계란빵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는데요. 폭신하고 달콤한 풍미가 남달라 나가사키를 여행하고 오시는 분들이 선물로 꼭 하나씩 사오는 품목이기도 합니다. 잠깐 사진을 찍는데, 함께 간 딸내미 손이 몇 번이나 오갔는지. 결국 카스테라는 딸에게 양보했네요.

카페 내부는 대략 이런 분위기입니다.

일본색 나는 포스터와 가면, 장식품들이 곳곳에 있지만 과하지 않아서 카페의 아늑한 분위기와 잘 어울렸고요. 

카운터 앞에는 나가사키 관광 안내소에서나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한글 자료들이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관련 자료를 훑어보니 나가사키는 유럽과 중국의 문화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항구도시로 가을과 겨울에 규슈로의 온천여행을 계획하면서 한 번쯤 들러보면 좋을 여행지인 것 같았습니다. 브로슈어를 통해 나가사키는 짬뽕과 카스테라만 유명한 것이 아니라 네덜란드 테마파크로 유명한 하우스텐보스, 사세보 버거로 유명한 사세보 지역도 모두 나가사키 현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지난 크루즈 여행시 해협을 가로지르는 칸몬(관문)대교와 나가사키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감상에 젖었던 추억도 되살리고... 알고 보니 나가사키의 야경은 일본의 3대 야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고 하더군요.  


한쪽 벽면은 나가사키 사진 공모전에 출품된 사진들로 빼곡히 채워졌습니다. 시원한 생맥주부터 튤립이 가득 핀 하우스텐보스까지... 사진을 감상하고 있자니 당장에라도 떠나고 싶어지더군요.   


모자의 정거운 한때,  나가사키 짬뽕과 사케... 

일본에 유독 많은 길고양이와 이국적인 분위기 물씬 풍기는 거리 풍경까지... 사진을 보며 아쉬운 대로 상상여행도 떠나봤습니다.

카스테라 두 조각을 뚝딱 해치운 딸내미. 일본어 설명서를 들여다 보는중인데, 뭐 알고 보는 건지...

이번 여행의 선물은 나가사키 짬뽕(컵라면)과 행운의 부적, 다양한 종류의 열쇠고리입니다. 모두 하나투어 직원분이 친절하게 챙겨주셨네요. ^^

8시 반이 넘어 나섰는데도 카페에는 꾸준히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자리를 비워줄겸 나섰는데, 여운이 가시지 않아 더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나가사키 팝업카페가 열렸던 캐비넷이 있는 상수동 카페 골목은 요즘 진짜 홍대 앞 카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뜨고 있는 곳이죠. 혹자는 '진짜 홍대 앞 문화는 홍대 앞에 없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는데요. 자본에 밀려 갈 곳을 잃은 홍대 앞의 작은 카페들이 하나둘씩 상수동 골목에 자리를 잡으면서 주변의 오래된 주택, 상점들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거리가 되었습니다. 주말 저녁만 되면 인파와 쓰레기로 가득 차는 요즘 홍대 앞과는 다른, 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홍대 앞 카페 문화의 중심이었던 '이리카페'도 상수동 카페 골목으로 이사했습니다. 요즘도 이곳에서는 하림, 이한철 씨 같은 뮤지션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고요. 운이 좋다면 즉석 공연도 볼 수 있습니다. 이날도 통기타를 멘 어떤 분이 노래를 하고 계시더군요.


여긴 카페 골목 끝자락에 있는 일본식 선술집 '쇼낸(정염)'인데요. 목조건물 사이로 보이는 정겨운 모습이 마치 심야식당 같은 분위기죠? 남편과 함께 꼭 한번 가보려고 점찍어 뒀습니다. 조만간 가보고 어떤 곳인지 소개해 드릴께요.

잠깐의 동네 산책이었지만 팝업스토어 덕에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주말 저녁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선물과 브로슈어 꾸러미를 펼쳐놓고 인터넷으로는 규슈로 출발하는 쾌속선 시간표를 한참 뒤적거렸네요. 어쩌다보니 또 나가사키 여행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지 비틀로 약 3시간, JR로 다시 2시간 정도면 나가사키에 닿을 수 있더군요. 찾아보니 나가사키 관광청에서 배포한 한국어판 관광어플리케이션도 있어 더 수월하게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홈페이지 http://www.nagasaki-tabi.co.kr/에서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추첨을 통해 무려 아이패드 2의 경품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도 하고 있으니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께서도 한번 응모해보셔도 좋을 듯하네요. 

여러분의 주말 저녁은 어떠셨나요? 축제와 이벤트로 풍성한 요즘, 홍대 앞의 가을을 만끽하고 있는 그린데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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