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 온 것 같아~! 여행 돋는 미용실, 까밀라

2012.05.24 17:00 / 센티멘탈 여행기

슈퍼, 서점, 심지어는 빵집까지 대형화되어가는 요즘, 미용실도 예외가 아니지만 적어도 홍대 앞에서 만큼은 1인 미용실이 대세다. 좁은 공간에 의자 한두 개, 미용사 한 명, 손님을 한꺼번에 많이 받을 수 없으니 예약제로만 운영되지만 주인장의 독특한 감성이 묻어나는 인테리어와 그에 걸맞은 개성 있는 서비스, 그리고 때로는 마음마저 치유해주는 인간적인 대화가 있기에 사람들은 이곳을 찾는다.

까밀라. 영화 속 여주인공의 소녀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 이국적인 이름.

이곳은 멕시코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던 주인 '까밀라'씨가 한국에 들어와 멕시코풍으로 꾸민 미용실이다.
중남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가 특이하고, 머리를 하는 내내 남미 음악이 흘러 정말 멕시코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벌써 작년 여름 이야기다. 둘째를 임신하고 안정기가 되기만을 기다리다가 5개월이 되던 그날, 퍼머를 하기로 결심했다.
인터넷으로 집 근처 미용실을 검색하는데, '까밀라'라는 독특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남미풍 미용실이라...
기억을 더듬어보니 지나다가 얼핏 간판을 본 것도 같다.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는 것 보니 겉에서만 보기엔 별 특색이 없었던 것 같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어쨌든 가까운 미래에 남미 여행을 떠나고픈 마음이 있었던지라 여행 이야기도 나눌 겸, 임신중이라 멀리 떠나기 어려우니 여행 분위기라도 느껴볼 겸 까밀라로 향했다.

그런데 가까이 보니 멀리서 보던 간판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인다. 원색의 집들, 피어싱, 태투라는 글씨가 적힌 계단... 혹시 내가 까밀라로 가는 것이 맞나? 다시 한번 확인하고 계단을 올랐다. 

계단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독특한 인테리어.
노란색을 주조로 해 초록과 주홍, 그리고 각종 원색으로 포인트를 주어 정말 이국적인 느낌이다. 
의자는 나란히 세 개가 있지만, 가장자리 의자는 잘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았다.
가운이 걸려있는 자리가 바로 내가 퍼머를 할 자리.

소품들은 모두 멕시코에서 직접 들고 온 것이라고 했다. 장식장과 거울은 철판을 망치로 두드려 모양을 낸 것이라는데, 하나쯤 가지고 싶었다는. 미용실에 전시하지 않은 소품들은 가끔 벼룩시장을 열어 팔기도 한단다.

까밀라씨는 요즘 금속공예를 배우고 있다며 직접 만든 장신구도 보여줬다. 팔기도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확실히 손재주가 있어서 그런지 보통 실력은 아니어 보였다.

꼬부랑 꼬부랑 남미 음악을 들으며 머리를 말고 앉아있으니 나른해지는 기분.

그런 내 기분을 눈치챘는지 그녀가 여행중에 사온 차라며 루이보스 바닐라 티를 권한다. 루이보스 티는 아는데, 루이보스 바닐라라니, 향긋하고 부드러운 맛에 몇 번이고 우려 마시게 되더라.

문이 열려있길래 기웃거렸더니 들어가서 봐도 된단다.

컬러 태투 물감. 이렇게 보니 알록달록 귀엽네.
컬러 태투는 비싸기도 하고, 왠지 색을 넣으면 더 강한 이미지가 날 것 같아 나는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다.
내게는 단색의 작은 도마뱀 한 마리만이 새겨져 있을 뿐. 
 

요즘에는 패션 문신이 대중화되었지만 내가 태투를 했던 10여 년 전만 해도 문신을 하면 취직도 못하고, 결혼도 못할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며, 지울 수도 없다며...

물론 건달의 상징이 되어버린 용문신이나 온몸을 휘감는 큰 문신은 상황에 따라 보는 이에게 혐오감을 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허리춤에 새긴 작은 도마뱀 문신은 로라이즈 청바지나 해변에서 비키니를 입을 때만 보일듯 말듯 드러나 묘한 재미가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나만 의식하는 자기만족이긴 하지만. ㅎ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사진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직접 찍은 사진을 잡지에 기고도 했다고 해서 보여 달랬다.

사진은 '레포르마 로드'. '막시밀리아노 왕권시절, 차뿔떼빽 성과 대통령궁 사이의 왕복 거리를 줄이기 위해 만든 레포르마 로드는 멕시코 중심도로란다. 기본요금 6백 원 정도의 저렴한 초록색 폭스바겐 택시는 멕시코의 상징 중 하나라고.

이곳에 걸려있는 사진들도 모두 그녀의 작품이란다. 그림 같은 사진들. 느낌이 참 좋다. 

퍼머는 생각만큼 잘 나왔다. 임신 중이라 머리카락에 영양분이 많아 퍼머 약이 잘 먹지 않는다며 걱정을 했었는데, 솜씨 좋게 잘 만져 줬다. 남미 여행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치안이 좋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인 인식이 있지만, 아이와 함께 여행하기에는 남미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했다. 멕시코도 꼭 한번 가보라고 했다. 가기 전에 스페인어 공부를 하면 사람을 만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멕시코에 있을 때 알던 분이 자원봉사로 스페인어를 가르친다며 소개도 해줬다. 그녀와 남미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그저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구체적으로 한번 실행에 옮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
앞으로 머리보다는 여행 이야기가 하고 싶을 때 종종 찾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뒷모습의 까밀라씨.

 

올해 3월, 아이를 낳고 다시 찾은 미용실, 그런데... 어느새 다른 간판이 붙어있다.
그녀를 처음 찾았던 인터넷을 다시 검색해보니 여전히 www.camilla.co.kr 가 보이긴 하는데...

이사 했나?

클릭해보니 '까밀라와 범의 여행일기'라는 타이틀의 블로그로 연결되더라는. 
포스팅을 보니 그녀는 올해 1월, 다시 여행을 떠났다. 인도네시아, 캄보디아를 거쳐 3월에는 태국.

가진 것에 집착하지 않고 버리고 나누고 떠나는 것이 몸에 밴 그녀가 부러웠다.
카우치 서핑을 통해 묵은 집 마당에서 집 주인의 머리를 잘라주고 함께 사진 찍은 모습을 보니 그녀의 재주가 탐나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오니 세상이 너무 빨리 빨리 돌아가는것 같다던 그녀. 늦게 문을 열기에 1시까지 모닝퍼머 할인이 되던 미용실.
남미여행의 로망을 심어준 작은 공간에서 까밀라는 내게 여행의 환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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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랏...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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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0 / Comments 22

  • Favicon of http://bloggertip.com Zet 2012.05.24 17:08 신고

    돋는 미용실이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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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5.24 17:19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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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rosinhav.tistory.com 로지나 Rosinha 2012.05.24 17:21 신고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맞는지, 몇번이고 고쳐 읽었네요 ... 정말 멋진 분이세요, 까밀라 님.
    본인 재능도 이렇게 발휘하시고, 얽매이지 않는 라이프스타일하며 ... ㅠ_ㅠ ... 아아! 정말 부럽네요;
    예전에 다카하시 아유무의 '어드벤쳐 라이프'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이렇게 어딘가에 묶이지 않고 삶을 아낌없이 '소비'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참 복잡해요. 사회 시스템에 길들여진 제가 참 안쓰러우면서도- 결국 저런 용기가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하고! 어휴 몰라요 ㅠㅠ 저도 이렇게 살고싶은데!!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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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2.05.25 01:31 신고

      한국에 계실땐 성폭력 상담소를 후원하고 알리기 위해
      정기적으로 미용실에서 벼룩시장도 여셨다고 해요.
      자유롭지만 소신있는 삶을 사는 모습이 정말 멋지죠?

      삶을 아낌없이 '소비'한다는 표현 정말 멋지네요.
      하지만 로지나님의 삶도 제겐 그저 부러울 뿐.
      시스템 안에서 나름의 자유를 만들어 누리고 계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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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hellobeautifuldays.com 샘쟁이 2012.05.24 17:25 신고

    사람들이 '홍대 홍대'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미용실 조차도 매력적인 홍대로군요~! (*.*)/
    언젠가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오시면 그때 저도 꼭 까밀라에 들러보고 싶어요.
    멋진 사진도 구경하고 도란도란 여행 이야기도 나누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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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2.05.25 01:34 신고

      하지만 진짜 홍대 앞은 이제 영 특색없어졌어요.
      홍대 문화를 보려면 골목 깊숙한 곳이나 홍대 앞에서 한참걸어 내려와야 하는 상수동, 합정동으로 가야 한다는.
      (집과 가까워져 전 더 좋긴 하지만...)
      그런데 까미(까밀라)님은 돌아오기는 하실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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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ww.gromit.co.kr 계란군 2012.05.24 17:39 신고

    한창 자주다녔던 미용실인데...
    오래간만에 보니 반갑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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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2.05.25 01:36 신고

      오옷. 단골이셨군요!
      생각해보니 라비린토스와도 멀지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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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wicce.tistory.com 서리 2012.05.24 18:04 신고

    계단참의 벽화도, 실내도 색이 너무 예쁘다, 하면서 봤는데
    없어졌군요. 게다가 여행을 떠나셨다니, 부럽네요,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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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banjiru.tistory.com 반지루 2012.05.24 18:09 신고

    정말 여행돋는 곳이네요. 게다가 끝마무리도 영화같은... ㅎㅎㅎ 정말 있었던 곳이가 싶은 생각까지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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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2.05.25 01:45 신고

      ^^ 듣고보니 정말 그렇네요. 영화같은 삶.
      포스팅을 좀 미리 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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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ophism-travel.tistory.com 무념이 2012.05.24 23:12 신고

    오~ 분위기 정말 좋네요~ 여행 온 기분 날 것 가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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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2.05.25 01:46 신고

      머리도 하고 여행 이야기도 하고,
      무엇보다 남미 여행 온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더라구요.
      없어져서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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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nanjyou.tistory.com 신난제이유 2012.05.27 13:59 신고

    멋진데요? +ㅁ+ 그나저나 도마뱀 타투라니..흐흐.....담에 보여주세요. (수줍)
    저도 영어 어느 정도 되면 그 후엔 스페인어 배우고 싶어요. 그 담엔 이탈리아어.
    죽기 전에 여러나라의 언어를 배우는게 요즘 새로 생긴 목표랄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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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2.06.08 12:30 신고

      저도 영어 좀 되면 (언제나...;) 스페인어.
      영어는 치앙마이에서 스페인어는 볼리비아나 콜롬비아에서 몇달간 살면서 배워보고 싶어요.
      아이들이 학교 가기 전에 프로젝트를 완료해야 할텐데.. ㅎㅎ
      실행에 옮기신 제이유님이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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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blog.naver.com/legolras 고추냉이 2012.07.17 05:51 신고

    와우~ 검색질하다 친구의 미용실 이야기를 보고 깜짝 놀랐네요^^ 반갑습니다^^
    지금은 다른 분이 운영하고 있지만 예전 까미씨의 미용실과 뒷태(...)를 사진으로 보니 또 그리움에 젖게 됩니다^^ 이 부부 내년 중순에 한국에 들어올텐데~ 그 때까지 즐겁게 세계를 누비고 다니겠죠^^

    얼마 전 인도로 여행을 가서 이 부부에게 민폐 좀 끼쳤죠^^;; 7월말까지는 네팔에 있다가 중동에 간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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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2.07.17 06:04 신고

      반갑습니다. 고추냉이님.
      고추냉이님도 만만치않은 여행광이신가봐요~ ^^
      내년 중순까지 여행 계획. 아.. 부럽기만 하네요.
      여름의 네팔. 너무 좋을것만 같아요.
      저도 조만간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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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camill.co.kr 까밀라 2012.10.07 07:21 신고

    저 이제야 혜원님이 누구신지 알았어요.
    혜원님이 누구신지 궁금해서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보다가 이 글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저 기억이나요!딱 한 번이지만 그때 나눈 대화와 혜원님의 그 느낌 기억이 나요.
    그냥 친구의 친구를 통해 페이스북 친구가 된 줄 알았는데...빨리 못 알아 봬서 죄송해요!
    그런데 혜원님! 어떻게 혜원님과 제 사이에 겹치는 지인들이 있는 거죠? 그것도 정말 신기해요.
    저만 몰랐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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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2.10.07 22:01 신고

      아아앗 까밀라님. 멀리서 친히 댓글을..;
      혹시 제가 뭐 잘못 쓴것 있나 다시 읽어보게 되네요. ㅎㅎ
      죄송은 뭘요! 저도 신기해요. 까밀라님이 자그니님께 춤을 배웠다는 것도,
      계란군님이 까밀라님의 단골손님이었다는 것도. ^^
      세상은 참 넓고도 좁아요. 그쵸?
      이제 좀 쉬는 중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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