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여행] 798 예술구에서 만난 '10원 초상화'

2012.02.21 08:30 / 센티멘탈 여행기/중국 베이징, 텐진

베이징 여행을 준비하며 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는 중국 예술의 현재를 볼 수 있다는 798 예술구였다. 폐공장을 개조해 갤러리로 만든 독특한 컨셉도 흥미로웠지만, 우리나라의 홍대 앞같이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이 갤러리 앞 길가에서 그림도 그리고 공연도 한다는 얘길 들었기 때문이다.


베이징에 도착한 첫날,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더듬더듬 798 예술구를 찾아 나섰다. 설레는 마음으로 거리에 들어서는데, 웅성웅성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들 중심에는 뭔가를 열심히 적는 한 사람이 있었다. 사인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 

연예인인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사 보니 그는 초상화를 그리고 있었다. 앞에 나란히 앉아있는 연인이 모델인 모양이다.


연필 스케치를 따로 하지 않고, 바로 펜으로 쓱쓱 그리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오래전, 마로니에 공원 한구석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던 길거리 초상화가가 떠오르기도 하고 홍대 앞 명물로 소문난 10초 완성 10원 초상화가가 생각나기도 하고...


사람이 몰려들수록 쑥스러워하는 남녀. 풋풋하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완성된 초상화는 한눈에 보기에도 정말 많이 닮았다. 특히 남자의 인상을 잘 잡아낸 듯. ^^


다시 한 발짝 물러서니 사람들에 가려져 있던 다른 그림들이 보인다. 평범한 캐리커쳐인데, 어딘지 모르게 중국 색이 묻어난다.


초상화 한 장을 그리는데 드는 시간은 5분, 비용은 10원(위안)이란다. 10엔, 2달러, 2,000원.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다녀가는지 외환도 받는 것 같았다. TV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지 사진이 주렁주렁.


처음 10원이라는 글씨만 봤을 땐 홍대 앞 프리마켓에서 본 10원 초상화를 떠올렸더랬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니 컨셉이 좀 다른듯하다. 어쩌면 이 화가는 예술가라기보다는 생업을 위해 거리로 나온 전업 초상 화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홍대 앞 10원 초상화가가 말하듯 '비싸고 어려운 상징으로 가득한 것만이 예술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도 가치 있는 예술'이라면 이 분도 분명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는 예술을 하고 계신 거다. 중요한건  그림을 그리는 사람, 혹은 그림을 보는 사람이 그림에 부여하는 의미인듯. (관련 링크: 예술의_가치는_뭣으로_재)


'798 예술구에 온 기념으로 나도 한 장 그려 달랄까?'

잠깐 고민하며 한눈을 파는 사이, 다른 사람이 자리에 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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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명물, 10원 초상화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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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0 / Comments 12

  • Favicon of http://sophism-travel.tistory.com 무념이 2012.02.21 09:13 신고

    히야~ 10위안에 초상화라...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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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bregas 2012.02.21 14:15 신고

    789 예술구에 한번 가봤는데 조그만한 물품들이 가득~
    재밌던 것은 아니지만 인상이 깊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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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2.02.26 02:13 신고

      음. 798예술구는 갤러리가 많은 사간동(인사동)같은 거리인데...
      벼룩시장 같이 물건을 팔기도 하나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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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fantasy297.tistory.com 레종 Raison. 2012.02.21 23:03 신고

    외국에서의 초상화.... 색다른 기분이 들 것 같네요...

    같은 동양권이라 그런지 그림은 한국과 비슷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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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2.02.26 02:16 신고

      초상화가 외에도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 통기타 하나 메고 노래하는 가수, 수레 가득 중고 미술서적을 싣고 와 파는 사람들 등 볼거리가 있더라구요. 정말 홍대 앞 분위기 물씬 풍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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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rosinhav.tistory.com 로지나 Rosinha 2012.02.22 15:11 신고

    북경은 신입연수 때 열흘 정도 머물렀었는데 제대로 둘러본 곳 중 기억나는건 정말 789 밖에 없네요 ...
    그만큼 저도 인상적으로 봤던 곳인데, 이런 초상화 정보까지 미리 알았더라면 놓치지 않았을텐데 아쉽네요 :)
    스아실 화가 분 앞에 멀뚱히 앉아서 모델 하는게 너무너무 쑥쓰럽기 때문에 큰 용기가 필요하긴 하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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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2.02.27 02:24 신고

      저도 짧은 일정중에 두 번이나 가봤네요.
      폐공장 개조한 갤러리 분위기가 넘 좋았고,
      작은 갤러리들에서 열리는 기획전도 괜찮았어요.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하루정도 시간을 비워두고 천천히 둘러보면 좋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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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blog.daum.net/yunyun0214 윤윤 2012.02.28 13:45 신고

    잘 보고 갑니다+_+ 거리 예술에 관심이 많으신가봐요.
    포스팅 재밌게 보고 가는 자그마한 보답으로
    조금 지난 영화이지만 혹시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라는 영화 안 보셨으면 추천 드리고 싶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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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2.03.19 12:13 신고

      아.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방금 찾아봤는데, 그래피티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네요. 바스키아가 떠오르는...
      재밌겠어요~
      추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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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onepercent-m.com 제이유 2012.03.02 08:09 신고

    와아... 정말 포인트 집어내서 잘 그려주네요. 여자분도 예쁘게 잘 그려주셨고.
    가끔 그런 생각이 드는데, 초상화 그려줄 때 여자분들은 본인보다 조금 더 예쁘게 그려줘야지..
    뭔가..마음에 든달까. ㅎㅎ 너무 똑같이 그림 곤란함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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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2.03.19 12:21 신고

      불편한 진실이죠~ :)
      자화상을 그릴때도 자신의 얼굴을 더 미화시킨다는.
      문제는 본인이 그걸 알지 못한다는거죠. :)

      제이유님. 진정 이번주에 떠나시는 건가요.
      집 근처에서 차 한잔 하자고 하셨을때 덥석 잡는건데 너무 아쉬워요.

      그래도 우쿠님이 계시니까.
      곧 다시 온라인에서 만날꺼니까.
      아쉽지만 고이 보내드립니다.

      행복한 유학생활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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