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네이버, 포털의 파워블로그 선정을 지켜보며...


제 네이버 파워블로그가 발표됐다. 작년에 비해 열흘정도 늦었다. 선정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2010년 800여개이던 네이버 파워블로그가 반토막이 났다. 살펴보니 소위 파워블로거 1세대라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받던 유명 블로거들이 대거 제외됐다.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작년에 발표된 티스토리, 다음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기존 파워 블로거들의 활동이 예전만 못한가? 들여다보니 여전히 하루 한개 이상의 포스트를 쏟아내며 콘텐츠를 만들어 내느라 애쓰는 모습들이 보인다.

예상했다싶이 문제의 발단은 지난 여름, 베비로즈 사태로 불거진 파워블로그 논란이다. (관련 글:
베비로즈 사태로 불거진 블로그 상업화 논란에 대해) 일명 '파워블로거 다구리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태로 인해 수많은 파워블로거들이 언론에 의해 신상이 털리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추궁을 받았다. 파워블로거에게 파워를 주었던 포털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 광고주와 블로거간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대가성 여부를 밝히도록 지침을 내렸다. (관련 글: 파워블로거관련 소비자피해예방 대책 마련, 추천 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Q&A ) 구체적인 공개문구 예시도 나왔다. 올 초에는 '까페. 블로그에서의 상업적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나왔다. 블로거들은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하는지, 언론사들도 이런 엄격한 기준으로 기사에 대가성 여부를 밝히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수긍하며 블로그스피어의 신뢰성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으나 그렇게 사건이 일단락 되는것 같았다. 그런데 진짜 벌은 블로그 구독자도, 공정위도, 언론도 아닌 포털로부터 내려졌다. 상업 블로그들이 파워블로그 명단에서 대거 빠진 것이다. 상업적인 포스팅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와 공정위 가이드라인을 얼마나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된 것 같았다. 파워블로그로 선정된적 없는 (그래서 상대적으로 상업적 포스트가 없는) 신인발굴에 주력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다음같은 포털에서는 오남용을 의식한듯 파워블로그로 선정되면 한 통씩 찍어주던 '블로그 명함'이 사라지는 등 지원 상품에도 변화를 줬다.  

공정위에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즈음 네이버는 공식 블로그에는 '네이버 파워블로그 제도 개선' 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기존의 파워블로그 선정 지표인 정량적 지표보다 정성적인 부분, 블로그 활동 내용의 가치와 신뢰성에 더 큰 비중을 두겠다는 내용이었는데, 과연 지금의 결과가 개선된 기준을 잘 반영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혹시 상업성을 띈 콘텐츠가 좀 있다고, 내공있는 블로거들이 더이상 파워블로거로 선정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것은 아닌지...

호기심에 지난 여름, 이슈가 됐던 블로그들을 하나씩 찾아봤다. 사건의 중심에 있던 와이프로거들은 물론 한번이라도 언론에 언급됐던 블로거들은 모두 명단에 없었다. 물론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논란이 되었던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지 않는가?

블로그의 힘은 콘텐츠에서 나오고 포털에서 주는 뱃지쯤 없다고 당장 영향력이 사라지는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같은 완장문화에서 그들이 느끼는 박탈감, 상실감은 꽤 클것 같다. 괜히 엄한 블로거들이 지난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포털의 희생양이 된것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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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링크]
* 2011 네이버 파워블로그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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