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 카파도키아의 명물, 항아리 케밥(SoS vs. S&S 레스토랑)

터키에 가면 반드시 먹어봐야 할 대표적인 음식이 케밥인것 아시죠? 흔히 케밥이라고 하면 우리는 큰 꼬챙이에 고기를 세로로 끼워 굽는 되네르 케밥만을 떠올리는데요. 사실 터키의 케밥은 고기를 굽는 방법, 곁들여 먹는 음식, 먹는 방법에 따라 수십 가지가 있습니다. (관련 글: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터키 음식의 대명사, 케밥) 특히 카파도키아 지역에는 재료를 항아리에 모두 넣고 끓여낸 '항아리 케밥(Pottery Kebab)이 있는데요. 여기엔 심지어 뜨끈한 국물이 들어있기도 합니다. 고기와 채소 등을 한데 넣고 푹 고아낸 항아리 케밥은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아 터키를 여행한 한국인들 사이에서 '터키의 육개장'이라 불리는 음식입니다.

카파도키아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기이한 풍경. 뾰족하게 솟아오른 버섯바위(동굴교회) 사이에 상점과 호텔들이 있다.

오늘은 카파도키아의 명물, 항아리 케밥 맛집 두 곳을 소개할까 합니다. 두 곳 모두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으로 서로 항아리 케밥을 처음 만든 원조집이라고 주장하는 곳입니다.

분위기와 이벤트가 있는 SoS 레스토랑

 

SoS 레스토랑은 낙타를 몰고 실크로드를 횡단하던 상인들의 숙소로 쓰였던 '한'의 모습을 한 상가 건물 2층에 있습니다. 지대가 높아 여름에는 괴레메 마을 풍경을 감상하며 야외 테라스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데요. 제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아직은 쌀쌀한 기운이 있어 실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주문에 앞서 언제나처럼 맥주 한병을 주문합니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음식점이라 그런지 항아리 케밥을 주문하니 상추를 닮은 로메인과 쌈장을 흉내낸 매콤한 소스가 밑반찬으로 나옵니다. 터키에서 하얀 쌀밥에 쌈채를 흉내낸 식탁을 보니 왠지 웃음이 나더군요.

주문한 항아리 케밥은 마법의 음식라도 되는듯 활활 타오르는 불과 함께 등장합니다. SoS 레스토랑에서는 이렇게 손님이 직접 망치로 항아리를 깨 보는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데요. 한 손은 항아리 윗부분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망치를 쥐고 가운데 표시된 선을 따라 손목에 힘을 빼고 톡톡 두드려 깨야 합니다. 보기에는 쉬워보여도 힘 조절을 잘못하면 자칫 항아리가 깨져 음식물이 흘러 넘칠 수 있으니 이 순간 만큼은 집중, 또 집중을 해야 합니다.


다행히 예쁘게 깨진 항아리. 제가 주문한 것은 양고기 케밥이라 국 속에 양고기와 채소가 들어 있었습니다. 맛은 있었는데, 솔직히 기대하던 것만큼 시원한 육개장 맛은 아니었습니다. 국물이 좀 많은 편이기도 하고요. 항아리에서 보글보글 끓는 음식을 상상해서 였는지 살짝 식어 있던 것도 불만이었습니다. 항아리 케밥을 제대로 요리하려면 보통 3시간 이상을 화덕에 넣고 은근하게 끓여야 한다는데요. 여행자가 많은 이 지역의 특성상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는 케밥을 미리 끓여놓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항아리에 넣어 데워 준다고 하네요.

소박한 분위기, 하지만 맛은 최고! S&S 레스토랑

SoS레스토랑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소박한 동네 식당같은 분위기의 S&S레스토랑. 이른 점심시간에 찾아서 그런지 마침 손님이 없는 풍경입니다. 하지만 SoS레스토랑에 한국, 일본 손님만 오갔던 것에 비해 이곳에서는 식사하는 내내 현지인들도 다녀가고, 다른 외국인 커플도 다녀갔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한국인이 많긴 합니다.)


 S&S 레스토랑에서도 원한다면 직접 항아리를 깨트릴 수 있지만 굳이 권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한번 해봤기에 전문가께 맡겼는데요. 양이 많았는지 항아리가 깨지는 순간 국물이 살짝 흘러넘쳤습니다.


바닥에 흥건하게 고인 국물, 왠지 푸짐해보이는 건더기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국물이 먹음직스러워 보이죠?




이렇게 푹 무른 토마토, 가지, 마늘, 양파 등 채소와 고기가 들어있습니다. 보는 것 만큼 맛도 있더군요. 제 입맛에는 S&S레스토랑의 뜨끈하고 국물 자작한 케밥이 더 맞는것 같습니다.

항아리 케밥을 주문하면 밥과 함께 터키식 살라타(샐러드)가 곁들여집니다. 뜨거운 케밥은 에크멕(빵)과 먹어도 괜찮지만 이렇게 필라브에 얹어 먹으면 풍미가 더 좋습니다. 필라브는 터키인들이 즐겨먹는 주식인데요. 보기엔 그냥 밥 같지만, 기름에 볶은 밥이기에 먹다보면 좀 느끼하고 짭조름 합니다.

두 식당 모두 식사 끝에 애플티를 서비스로 내줍니다. 터키인들은 저 작은 잔에 기본으로 각설탕 세 개씩을 넣어 먹는데요. 처음엔 그 달달한 맛에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어느순간 저도 달달한 애플티를 찾게 되더군요. 



시골의 밤은 빨리 찾아 옵니다. 고층건물이나 큰 도로가 없는 카파도키아의 작은 마을은 저녁 7시만 되어도 이렇게 한밤중 같네요. 드문드문 있는 가로등 빛에 물든 괴레메 마을의 모습이 참 아름답죠?

카파도키아 항아리 케밥의 맛집이라 불리는 두 곳을 돌아봤는데요~ 사실 맛은 크게 차이나지 않으니 각자의 취향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선택을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터키여행중 뜨끈한 한국 음식이 생각나실땐, 항아리 케밥을 드셔보세요. 뚝배기처럼 오래가는 뜨끈한 국물이 한국의 보양 음식처럼 여행자의 몸을 따뜻하게 데워 줄겁니다.

[Tip]

* 가격: 항아리 케밥 16~17 TL (약 12,000원) / 맥주 1병 5 TL (약 3,500원)
* 항아리 케밥은 소고기, 닭고기, 양고기, 새우, 채소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양고기, 소고기, 새우 케밥을 추천합니다.
  (터키는 무슬림 국가이기에 돼지고기는 메뉴에 없어요~)
* SoS레스토랑에서는 한국인에게 음식 가격의 10%를 할인해 줍니다.
* 위치: 괴레메 오토가르 맞은편, 찾기 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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