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 잡고 조개 캐는 봄 갯벌 나들이, 하섬

전북 변산에 있는 '하섬'은 관광지로 유명한 채석강에서 적벽강 쪽으로 10분 정도만 걸으면 볼 수 있는 작은 섬입니다. 한달에 두 번, 조석간만의 차가 큰 음력 1일과 15일 썰물 때는 섬 가까운 곳까지 물이 빠지는데요. 이때 걸어서 오갈 수 있는 바닷길이 생깁니다. 하섬은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지는 바닷물이 유명하기도 하지만, 썰물에 드러나는 개펄에 조개가 많아서 개펄체험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섬. 한달에 두 번, 음력 1일과 15일 썰물 때 섬까지 이어지는 바닷길이 열린다.

 

 

썰물 때가 되면 긴 장화에 호미를 챙겨 든 지역 주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수만 권의 책을 겹겹이 쌓아놓은 듯한 지층

 

채석강에서 하섬으로 가는 길에는 교과서에서나 나올법한 중생대 백악기의 지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데요. 바닷물에 침식되어 층층이 퇴적된 모습이 가히 환상적입니다. 

 

 

바위틈에 사는 수생식물, 갯우렁 등도 볼 수 있다.

 

이곳은 해안도로를 따라가며 해안가에 자라는 사구식물과 갯벌에 서식하는 해양저서동물, 다양한 해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변산반도 국립공원 '격포 자연관찰로'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물때를 잘 맞춰가면 말미잘 같은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도 있으니 아이들의 체험학습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개가 가장 많이 잡힌다는 하섬 근처에 도착하니 벌써 완전 무장을 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조개는 물이 빠지기 시작할 때부터 나가는 물을 따라가며 캐는 것이 좋은데요. 개펄만 캐지 말고, 바위틈을 잘 살펴보면 미처 도망가지 못한 주꾸미나 게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변산의 개펄은 질척거리는 진흙이 아닌 모래개펄입니다. 꽤 멀리까지 나왔는데도 이렇게 발이 빠지지 않더군요. 군데군데 고여있는 물만 잘 피해 다니면 장화 없이도 손쉽게 개펄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호미질 한번에 몇 개씩 걸려나오는 조개를 보니 함께 잡지 않고는 못 배기겠더군요. 가장 많이 나오는 조개는 '해방조개'와 '바지락'인데요. 구워먹기엔 너무 작지만 국으로 끓여내거나 부침개로 구워내면 감칠맛이 아주 일품입니다.

 

 

운이 좋으면 이렇게 주꾸미도 잡을 수 있습니다. 봄 주꾸미라고는 하지만, 기술 없이는 잡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열심히 바위를 들추시던 아버님께서 제법 큰 주꾸미를 두 마리나 잡으셨네요. 

  

 

 

약 두 시간 동안 잡은 조개와 게, 주꾸미입니다. 꽤 많죠?

 

 

싱싱한 조개를 보니 빨리 조개탕이라도 끓여 먹고 싶었지만, 이곳의 해방조개와 바지락은 유난히 고운 모래를 많이 머금고 있어 하루 정도 해감을 시켜야 합니다. 해감 된 조개는 삶아서 살만 바른 후, 다시 물에 헹궈 사용해야 한다고 하네요. 

 

 

싱싱한 주꾸미는 그 자리에서 손질해 찌개에 넣어 끓여냈습니다. 탱글탱글하게 씹히는 주꾸미 살과 뿌듯해하시는 아버님의 표정에서 봄을 느낍니다.

 

 

 

작은 게는 프라이팬에 살짝 기름을 두르고 즉석에서 볶아 냅니다. 이렇게 작은 게는 '방게'라고 부르는데요. 특별한 양념 없이 게만 볶는데도 고소한 내음이 온 집안에 진동합니다.

 

 

잘 익은 방게볶음. 따로 손질할 것 없이 통째로 먹으면 됩니다. 바삭하게 부서지는 게 껍질이 아주 고소합니다. 입안 가득 느껴지는 짭조름한 바닷내음에 맥주가 술술 넘어가더군요.

 

국내여행의 재미는 바로 이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 가족과 함께 조개를 캐고, 직접 잡은 게로 요리도 해 먹고, 제철 음식에서 봄을 느끼는 재미. 맥주 한 잔에 새록새록 정이 깊어갑니다.

 

올해, 2012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전북 방문의 해입니다. 전라북도 홈페이지(http://www.gojb.net/)를 보니 문화행사와 이벤트가 넘쳐납니다. 당장 26일부터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시작되는데요~ 올봄에는 여러가지 매력이 있는 전북으로 한번 떠나보시면 어떨까요?

 

[여행 팁]

· 변산 가는길: 1. 서해안고속도로 줄포IC에서 빠지면 바로 변산반도로 들어설 수 있다. 
                     2. 군산을 경유해 새만금 방조제를 타고 가면 변산까지 바로 이어진다.
· 하섬 가는길: 변산 채석강에서 적벽강 쪽으로 걸어서 10분. 해방조개, 바지락, 맛조개, 게, 주꾸미 등을 잡을 수 있다. 
· 전라북도 홈페이지: http://www.gojb.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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