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북페어, 이번엔 어린이가 주인공! '와우어린이북페스티벌'

가정의 달, 5월.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 각종 기념일에 아이들 봄 소풍 준비까지, 솔직히 피곤한 요즘입니다. 하지만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은 1년에 단 한 번뿐~! 특히 올해는 몇 년 만에 황사 없는 봄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데, 집에만 있을 수 없죠. 저는 요즘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문화행사를 열심히 찾아다니고 있는데요. 지난 주말에는 홍대 앞에서 열린 제1회 와우어린이북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와우북페스티벌'에 대해서는 많이들 들어보셨죠? 매년 가을, 홍대 앞 주차장 골목에서 열리는 와우북페스티벌은 책과 공연, 전시 등이 어우러진 문화행사입니다. 이 기간 홍대 앞에서는 주차장을 점거한 출판사 부스들을 볼 수 있는데요. 이곳에서는 따끈따끈한 신간에서부터 많이 팔린 베스트 셀러까지 책을 평소보다 30~50%나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저는 매년 열심히 챙겨서 다녀오고 있습니다.

 

가을 북페스티벌이 성공리에 열리고 있어서인지, 올해부터는 봄에도 '와우어린이북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축제가 열렸습니다. 시기는 어린이날을 사이에 두고 5월 4일(금)부터 6일(일)까지 3일간이었는데요. 마침 어린이날이자 주말이어서 이 기간에 정말 많은 사람이 홍대 앞을 찾았습니다.

 

 

북적북적 책나라, 도서 전시와 할인판매



이번 행사는 어린이들이 책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게 하겠다는 취지를 담아 '북적북적 책나라'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는데요. 총 39개 어린이 책 출판사와 서점들이 주차장에 부스를 차렸습니다. 주변의 갤러리와 복합문화공간 등에는 작가 62명이 참여해 무려 55개나 되는 어린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열었더군요. 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운 날씨였지만, 화창한 날씨 덕인지, 책을 앞에 두고 있어서인지 아이들 손을 잡은 부모님의 표정이 밝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책을 매개로 하지 않는 놀이 프로그램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이렇게 놀며 배우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출판사 부스를 훑어보면 요즘 어떤 책들이 인기인지 알 수 있습니다. 

 

 

매대 맨 앞자리에는 할인 폭이 큰 도서가 있고요. 

 

 

어른이 봐도 좋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던가 '꽃들에게 희망을' 같은 고전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애들에게 최고 인기 있는 책은 역시 '구름빵'이죠. 비 오는 날 아침, 엄마가 구워준 구름빵을 먹고 두둥실 떠오른 아이들이 만원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아빠에게 우산과 구름빵을 배달하는 상상력 만점의 이야기는 어느덧 여러 권의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애니메이션과 뮤지컬로 재탄생했고, 심지어는 제빵업체와 콜라보레이션해 아이들은 일러스트 속 진짜 '구름빵' 모양을 한 크림빵을 맛볼 수도 있게 됐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그림, 그리고 대형 출판사의 마케팅이 더해져 요즘 아이들은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경험하는 것 같습니다.

 

 

바로 이렇게 말이죠. 진아는 구름빵의 주인공인 '홍비' 얼굴에 직접 색칠을 하고 오려서 홍비 가면을 만들어봤습니다.

 

 

책이 있는 재미있는 놀이, 수리수리 책 열차

 

 

봄에 열리는 와우어린이북페스티벌이 가을에 열리는 와우북페스티벌과 다른 점은 바로 '어린이'가 '참여'할 수 있는 체험공간이 많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을 기웃거려보니 모두 그리고 오리고 만드는 체험공간이더군요. 대부분 천원~삼천 원 정도의 비용을 내면 참여할 수 있고, 잘 찾아보면 무료 체험도 꽤 있습니다.

 

 

'책 표지의 값진 변신'이라는 주제가 재밌어서 봤더니 책표지로 종이가방을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더군요.

 

 

하드커버로 나오는 책에는 보통 이렇게 코팅된 책 표지가 하나씩 더 있죠. 잘 버려지는 책 표지를 활용해 아이와 함께 책을 사서 담을 수 있는 종이 가방을 만들었습니다. 

 

 

한켠에서는 벼룩시장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아이와 함께 직접 책을 팔고 있는 부모의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다 본 책을 나눠보고, 아껴보는 습관을 들이면 아이들이 책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겠죠? 

 

 

군데군데 있는 행사부스에서는 도장을 찍을 수 있는데요. A부터 F까지 천천히 구경하며 총 네 개의 도장을 다 찍어 A구역에 있는 안내부스에 제출하면 지퍼가 달린 튼튼한 부직포 책가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동화 낭독과 퍼포먼스, 두근두근 책상자


 

이번 축제에서 딸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부분은 '동화낭독'이었습니다. 행사부스 중간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매일 동화낭독과 책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를 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파라솔 아래 아이들을 옹기종기 모아놓고 다양한 언어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화낭독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선생님 옆에 찰싹 붙어 앉은 진아는 자꾸만 엉뚱한 질문을 해서 우리를 당황케 했지만, 노련한 선생님은 아이들의 말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며 재미난 동화를 이어나갔습니다. 비록 도심 속 주차장 한복판이었지만 초록으로 물든 공원 풀밭에 나와 있는 기분이었달까~ 서로 책장을 넘기겠다고 신경전(?)을 벌이는 진지한 아이들의 모습이 참 귀여웠습니다.


낭독이 끝나고도 자리를 떠나기 싫어하는 진아는 선생님께서 쓰시던 마이크에 관심을 보였는데요. 아이를 말리는 제게 선생님은 괜찮다며 마이크를 건네더군요.  


"아~아~"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자신의 목소리가 신기한지 진아가 눈을 반짝입니다.

"노래 한번 해봐~"라고 주변에서 추임새를 넣으니 진짜 노래도 부를 기세입니다.


"사랑이란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홍대 주차장거리에 가득 울려 퍼지는 진아의 노랫소리. =_

아... 이 넉살 좋은 어린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홍대 앞 상상센터에서는 작가와 함께하는 그림책 이야기가 이어졌는데요. '꽃괴물'의 저자 정성훈 작가가 직접 자신이 그리고 쓴 책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독특한 그림도 그림이지만 어른의 마음도 움직이는 따뜻한 이야기가 좋아 작가와의 대화 시간 이후 바로 정성훈 작가가 쓴 '사자가 작아졌어'와 '꽃괴물'을 한 권씩 사왔습니다. 사자가 작아졌어는 '용서'에 대한 이야기이고, 꽃괴물은 진짜 내 모습, '본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에 쓰인 일러스트 원화도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책 인쇄가 아무리 잘 되었다고 해도 원화의 느낌을 따라갈 수 없죠. 원화는 이런 기회 아니면 볼 수 없으니 귀한 전시입니다.

 


행사기간에는 주차장 거리에 차량 출입이 제한됩니다. 주차장에 차를 가지고 갈 수 없게 좀 아이러니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치겠지요. 더구나 아이들을 위한 도서전이니 말이죠. 


1회 와우어린이북페스티벌은 성황리에 끝이 난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 가족은 무척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얼핏 출판 관계자들의 '남는 게 없어'라는 볼멘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 아이들과 함께 책을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시작되었으니 앞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내년 와우어린이북페스티벌이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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