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홀 호핑투어] 세계 5대 다이빙 포인트? 발리카삭 섬에 가다

자유 여행으로 필리핀 보홀 섬에 간다면 꼭 해야 하는 일일투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초콜릿 힐과 안경원숭이를 볼 수 있는 육상 투어, 다른 하나는 깨끗한 보홀의 바닷속 풍경과 해변을 즐길 수 있는 해상 투어다. 모두 반나절 정도가 소요되는 데이 트립으로 현지 여행사에서 직접 예약할 수 있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좋겠지만 이미 이틀간의 이동으로 지친 우리는 차로 왕복 두 시간 이상이 소요되는(약 40km 거리) 초콜릿힐은 과감히 포기하고 해상투어인 호핑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Day 3. 보홀 호핑투어, 26/32 , 흐리고 바람

 

 

보홀 섬 호핑투어는 이른 아침 돌핀워칭으로 시작된다. 졸린 눈을 비비며 시작된 새벽 6시의 바다 여행. 부지런한 여행자들은 벌써 바다 한가운데서 돌고래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구름이 잔뜩 낀 어스름한 하늘이 심상치 않다. 일기예보에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높다더니 배의 흔들림도 점점 심해진다. 대체 돌고래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푸른 바다 위로 야생 돌고래떼가 뛰노는 장면을 아이와 함께 볼 상상에 젖어 있던 나는 급 좌절. 몇 번의 경험상 돌고래는 바람 없는 맑은 날 먼바다에서만 볼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오늘 돌고래 보기는 틀렸음을 직감했다.

 

 

높은 파도에도 멀리 나가 돌고래를 찾았으나 여전히 소식이 없는 바다. 아이가 실망하지는 않을까, 혹시 멀미는 하지 않나 걱정스러운 마음에 잠시 살폈으나,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선크림을 바르고 있었다는...;

 

 

아쉬운 마음에 20여 분을 바다에서 머무르던 우리는 결국 돌고래 그림자 한번 보지 못하고 발리카삭 섬으로 향했다.

괜찮아. 이번 호핑투어의 목적은 발리카삭 아일랜드니까.



발리카삭 섬은 내가 이번 여행지를 보홀로 정한 결정적 계기였다. 세계 5대 다이빙 포인트라는 이유에서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빙포인트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첫째로 훼손되지 않은 깨끗한 바다다. 살아있는 산호는 흰색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지. 형형색색 빛나는 산호와 총천연색 바다 생물들, 운이 좋으면 스노클링만으로도 바다 거북이나 작은 상어도 만날 수 있다. 두 번째로 오염되지 않은 바닷가 풍경이다. 멋스러운 레스토랑은 없어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즐기며 현지 식당에서 소박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사람이 많지 않다. 다이버들 외에 관광객이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접근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가까운 곳은 없고 보통 배를 몇 번씩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이 많다. 따라서 관광객에게 길들지 않은 때 묻지 않은 사람, 현지인이고 여행객이고 진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보홀섬은 패키지 관광지로 유명한 세부에서 불과 한 시간 남짓 떨어진 섬이고, 발리카삭 호핑투어는 일일투어로 패키지화되어 있어 내심 불안했지만, 맑은 날 바닷속 절벽 가까이에 가면 거북이를 볼 수 있다는 말에 혹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ㅠㅠ 파도가 높아 스노클링 포인트로 갈 수 없었던 것이다. 바람이 조금 덜 부는 바다에 배를 정박하고 아쉬운대로 바다로 들어갔으나 열대바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작은 물고기들과 죽은 산호만이 있을 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함께 배에 탄 다른 사람들은 멀미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잠시 바다에 몸을 담갔던 것으로 만족하고 다음 포인트로 이동을 했다. 진아는 물을 좋아하지만 어려서 아직 맞는 스노클 장비가 없으니 역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내년쯤엔 어린이용 스노클과 핀을 사고,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다이빙 자격증을 따 함께 다이빙 여행을 하자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새벽에 일어나 움직였더니 10시밖에 안됐는데도 허기가 진다. 물에서 놀았으니 그럴 수밖에.



식사는 꽤 그럴듯했다. 양념을 발라 숯불에 구운 고기와 생선, 오징어 등은 맛이 있었다. 필리피노의 주식 중 하나라는 볶음 국수도, 제철을 맞은 망고도 만족스러웠다.



가장 반가웠던 건 시원한 산미구엘~! 진한 산미구엘을 얼음 컵에 부어 마시니 천국이 따로 없더라는~



식사를 마치니 이런 여유로운 풍경도 눈에 들어온다.



아빠는 아이와 모래 놀이를 시작했다. (사진 속 아빠는 작은 조리로 물을 뜨느라 바다 오가기를 무한 반복 중...;)


 

돌고래와 바다 거북이는 보지 못했어도, 스노클링을 제대로 하지 못했어도 모래 놀이만 할 수 있다면 즐거운 진아의 호핑투어.

이렇게 발리카삭 섬에서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우리는 버진 아일랜드로 향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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