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보홀비치클럽

벌써 이번 여행 일정의 반이 지나고, 필리핀의 바다를 즐길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되었다.

내일이면 정든(?) 보홀 섬을 떠나 북적이는 세부 시티로 가야겠지. 어떻게 하면 마지막 날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육상투어를 해볼까? 다시 한번 고민하다가 결국 바닷가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Day 4. 보홀비치클럽 데이트립, 26/32 , 거센 바람과 소나기


 

 

 바람이 세게 불 때마다 생각나는 보홀의 바다 풍경. (6월 25일의 30분 그림)

 

 

바다 날씨도 체크할겸 아침은 아로나비치에서 먹기로 했다. 해변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AQUATICA,

 

흰 벽에 푸른 물감으로 비뚤비뚤 써 놓은 손 글씨가 예뻐 들어섰는데, 이름 아침이라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비치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고 파도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태풍이라도 지나가는 듯 바람이 심상치 않다. 머리카락, 나뭇잎, 휴짓조각... 가벼운 것은 뭐든 흩날린다. 오늘 바닷가에서 보내기로 한 거... 잘 한 걸까?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트라이시클을 잡아탔다. 진입로에 들어서서도 한참을 달려 도착한 보홀 비치 클럽 입구. 보홀비치클럽은 보홀의 오래된 리조트중 하나인데, 아름다운 프라이빗 비치로 유명하다. 리조트지만 굳이 숙박을 하지 않아도 만원 정도의 비용을 내면 리조트 내 대부분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걸어서 가야한다. 그늘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기분좋다. 수영장 갈 생각에 신이 난 진아는 폴짝폴짝~ 

 

 

갈대를 엮어 비치바의 지붕 너머로 멀리 바다가 보인다. 여전히 바람은 불지만 나무사이로 보이는 환상적인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니 가슴이 두근두근 설렌다. 

 

 

그리고....

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그림 같은 풍경!!! 세부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보홀 섬에 이런 곳이 숨어 있었다니.

코발트블루 빛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산호가 부서져 생긴 화이트 샌드, 그리고 길고 긴 보홀 비치를 병풍처럼 포근히 감싸는 야자수의 초록의 조화가 정말 아름답다.

 

 

야자수에 느슨하게 걸린 해먹이 바람에 흔들흔들.
자연을 벗 삼아 해먹에 누워 바다 풍경을 바라보다가 책을 읽다가.... 여기에서라면 얼마든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한걸음 걸을 때마다 계속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풍경.

더 멋진 사진은 맛보기로 포스팅한 이 글에서... > 찍는 그대로가 엽서~! 로모로 담은 보홀 비치 풍경

 

 

짐을 풀 장소를 보러 간 남편의 입가에도 웃음이 한 가득이다. "왜 이제야 온 거지?"

 

  

아무도 없는 그야말로 프라이빗 비치. 신혼여행이라도 온 듯 오랜만에 분위기도 내보고...

 

 

나무 그늘에 철퍼덕 앉아 아이와 모래놀이도 신 나게 했다. 

 

 

보홀비치클럽 데이트립의 좋은 점은 해변뿐 아니라 리조트 내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이 제한되는 풀 하나를 제외하고 양 끝에 있는 두 개의 수영장을 사용할 수 있다. 바닷가의 끈적한 짠기가 싫다면 잠시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을 것 같다. 이용시각은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작긴 하지만 탈의실도 있다.

 

 

붙임성 좋은 진아는 터키쉬로 보이는 아저씨 몇 분을 사귀었다. 비치볼을 불어줬더니 주거니 받거니 신이 났다. 쉴새 없이 떠들고 웃길래 대체 말이 통하기는 하는 건지 가까이 가봤더니, 이 아저씨. 한국말을 아주 유창하게 한다. ㅎ 

 

 

오천 원 짜리 똑딱이 수중 카메라는 진아의 장난감. 실제로 찍은것 반, 장난 반이었지만 자체로 훌륭한 놀이가 되었다.

 

 

오전 내내 바람이 거세더니 갑자기 먹구름이 드리워진 하늘. 소나기라도 내리겠다 싶어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다.
보홀비치클럽 입구에서 데이트립 티켓을 끊으면 (예약 불가, 현장 결재) 이런 티켓을 준다. 주중에는 인당 350페소, 주말에는 500페소의 비용을 받는데, 주중 기준으로 150페소는 시설 이용료, 200페소는 음료와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쿠폰이 된다. 즉, 결재 시 레스토랑에 해당 쿠폰을 주면 200페소를 제외한 금액만 청구한다. 저렴한 필리핀 음식을 먹을 때 200페소 정도면 충분히 한 끼 식사 금액이니 썩 괜찮은 조건이다.

 

 

치킨 노래를 부르는 진아를 위해 갈릭소스 프라이드 치킨을 주문하고, 각종 후기에서 강추하는 클럽 샌드위치를 하나 시켰다. 음식은 리조트치고는 썩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저렴하고 푸짐하고... 게다가 맛도 있었다.

 

 

특히 클럽샌드위치는 푸짐한 양에 입이 떡~!

두툼한 샌드위치에 프렌치 프라이, 과일 후식까지. 양이 어찌나 많은지 2인분은 족히 되어 보였다.

 

 

갈릭 치킨 소스에 비벼 먹을 밥도 하나 시켰는데, 예상외로 튀긴 마늘이 흩뿌려진 치킨이 나와 밥이 좀 애매해졌다...;
좀 물어보고 시킬 것을.

 

 

식사를 마치고는 주변 산책을 했다. 아름다운 해변과 숲, 적당한 음식까지. 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다.

 

 

룸 컨디션만 좋다면 이곳에 며칠 묵어도 괜찮겠다.


 

잠깐 내린 비 때문인지 더욱 맑아진 하늘. 어느새 물이 다 빠져 바다는 투명하게 빛난다. 오전과는 또 다른 바다의 모습이다.

아무도 없는 우리만의 바다라니 황홀한 기분마저 든다. 

 

 

다시 바다로 나간 수영복 차림의 진아.

 

 

 

진아와 함께 맨발과 맨손으로 곱디고운 모래를 즐겼다. 찰흙처럼 달라붙는 쫀득한 모래의 감촉이 새로웠다.


 

 

 

하늘이 그대로 비치는 바다를 맨발로 걸어 들어가니 마치 하늘을 걷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언제까지고 머물고픈 보홀의 바다. 다시 보홀을 찾는다면 그 이유 중 하나는 분명 보홀 비치클럽의 프라이빗 비치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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