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백일 앨범, 블로그로 돌아본 123일의 기록

백일이 지난 지가 백일도 더 지났는데, 이제야 백일 앨범을 완성했다. 몇 달 전 셀프스튜디오인 두지 스튜디오에서 백일 촬영을 하며 당시 티몬에 올라와 있던 스냅스 포토북 할인 쿠폰 두 장을 사뒀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마감 이틀 전에 부랴부랴 주문했다. 


백일 촬영을 할 때만 해도 '업체에서 제공하는 틀에 사진만 넣어야지.' 라고 가볍게 생각 했었는데, 막상 만들다 보니 욕심이 생겨 출산에서 백일까지의 사진을 선정하고, 포토샵에서 보정하고, 곁들이는 글과 구성까지 일일이 신경을 쓰며 성장앨범을 만드느라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


'그냥 스튜디오에 맡길 것을,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수없이 들었다.

밤중 수유하랴 우는 아기 달래랴, 맥북과 데스크탑을 오가며 작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어쨌든 주문한 포토북은 이틀만에 깨끗하게 인쇄되어 내 손에 들어왔다. 막상 받아보니 벼락치기 한 결과물치고는 꽤 마음에 든다. 스튜디오 앨범보다 완성도는 떨어져도 확실히 정이 간다. 엄마의 애정 어린 시선과 손길이 담긴 앨범은 오직 나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이기에...

 

 

정균, 태어나서 100일까지의 일상이 담긴 포토북 (정확히 123일까지.) 이제는 200일이 지난 정균이의 손에...

 

 

첫 장은 갓 태어나 쪼글쪼글한 정균이의 발바닥 사진으로 시작된다.

 

 

2011년 12월 7일 4시 57분. 3.2Kg, 50Cm, 혈액형 AB형, 남자.
예정일보다 6일 먼저, 병원에 도착한 지 2시간 만에 순산.
출산의 아픔을 잊게 해준 정균이와의 첫 대면. 동글동글 첫인상이 진아와 참 닮았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출산의 고통은 사라진다. 기쁨이 출산을 잊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태어나면 정말 언제 그랬냐는 듯 신기하게 진통이 사라진다. 이제 다시 못(안)할 경험~!)


*관련 글: 둘째가 태어났어요~! (분만실에 누워 아이폰으로 포스팅 ㅠㅠ, 이런 상황에서도... 난 천상 블로거인가?)

 


+ 10일째, 이름을 짓다. 두세 시간마다 한 번씩 먹고, 중간마다 기저귀를 적시고, 잠을 자며 200g이 늘었다.

이름을 짓고, 출생 신고를 하고, 주민등록 번호를 받았다. 등본에 오른 네 식구의 이름을 보니 왠지 뭉클한 기분.

12월 19일 새벽엔 꾸덕꾸덕 잘 마른 배꼽이 떨어졌다.

* 관련 글: 둘째 아이 출산 후, 열흘간의 흔적

 

 

+ 30일째, 우리 집, 우리 가족

보름 남짓한 외지 생활을 마치고 '우리 집'으로. 동생이 생긴 것이 적응이 안 되는지 진아가 한동안 퇴행 행동을 보여 가슴이 아팠다. 그럴수록 더 큰 사랑으로 안아주기~!


* 관련 글: 샘내는 첫째를 위한 발렌타인데이 초코초코, 로보카폴리 케익

 

 

+50일. 볕 좋은 날 오후, 아빠 엄마표 50일 사진을 찍다.

 

* 관련 글: 볕 좋은 날 오후, 엄마표 50일 사진을 찍다.



+100일, 할머니께서 보내주신 떡으로 엄마표 백일 상을 차리다.

백일 상은 집에서 차려주고 싶었다. 백설기와 수수떡으로 차린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백일 상.
조촐하지만 우리끼리 촛불도 불고, 이웃에 떡도 돌리고, 그렇게 정균이의 100일을 기념했다.   


 

매일매일 엄마와 스킨십.

정균이는 엄마와 코 부비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풀타임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소소한 발견. 충분히 만끽하고 즐기기.


백일 셀프촬영 @ 두지 스튜디오

2012. 4. 7 오후 2시 촬영. 낮잠시간이라 잔뜩 졸렸지만 '우쭈쭈쭈~' 기지개 한번 켜고 촬영 시작.


* 관련 글 : 백일 셀프촬영, 가장 자연스러운 가족의 모습을 담다.


 

 

 

 

앨범을 만드는 데는 블로그의 도움이 컸다. 그때그때 일기처럼 끼적인 글과 사진이 앨범의 주요 내용이 됐다. 가족의 역사가 담긴 블로그, 블로그 내용을 토대로 만든 100일 앨범. 덕분에 지난 추억을 들춰보며 소중한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다. 여행을 주제로 한 포토북을 만들 때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지만 나름 의미 있는 작업이었던 것 같다. 한동안 소홀했던 아이들과의 일상 이야기... 다시 블로그에 다시 적어봐야겠다는. :)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을까?'

나는 그 찰나의 햇살이 내게서 급히 떠나가지 않도록 다급하게 자판을 두드렸다.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
그렇게 써놓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누구도 본인의 어린시절을 또렷하게 기억하지는 못하니까, 특히 서너살 이전의 경험은 온전히 복원될 수 없는 거니까, 자식을 통해 그걸 보는 거다. 그 시간을 다시 겪는 거다. 아, 내가 젖을 물었구나. 아, 나는 이맘때 목을 가눴구나. 아, 내가 저런 눈으로 엄마를 봤구나, 하고. 자기가 보지 못한 자기를 다시 보는 것. 부모가 됨으로써 한번 더 자식이 되는 것. 사람들이 자식을 낳는 이유는 그 때문이지 않을까? 
 

- 두근두근 내 인생 中 (p. 79~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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