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라이프 로그 - 2012/07/25 03:59

진아의 다섯 살 생일을 축하해~!


"초를 몇 개 꽂아야 할까?"

"다섯 살이니까 당연~히 다섯 개지~!"

 

유난히 후텁지근한 날이었다. 몸도 마음도 젖은 빨래처럼 축축 늘어지던 일요일 밤.
가나슈마저 끈적하게 녹아 흐르는 초콜릿 컵케익에 나는 다섯 개의 초를 꽂았다. 

 

 

48개월. 작은 체구에 비해 말과 행동이 거침없는 아이. 엄마보다 친구가 더 좋고, 친구보다 수영장이 더 좋고. 매일매일 엄마가 됐다가 선생님이 됐다가 버스 운전사가 됐다가... 다른 이의 일상에 관심이 많다. 생일에 양꼬치를 사 달랠 정도로 양꼬치 마니아. 꿈틀이, 빼빼로, 구슬 아이스크림, 과자에 집착하지만 밥은 2살 때 만큼만 먹는다. 글자에 관심이 많고, 되든 안 되든 영어로 말하기를 좋아한다. 동생의 존재를 느끼며 자신을 더욱 드러내고 싶어하는 조잘조잘 다섯 살 수다쟁이. 

 

 

다섯 개의 초를 꽂으며 나는 반성한다. 어른처럼 말하고, 어른처럼 행동하고 싶어하니 아이가 어른처럼 사고하기를 바랐던 것을 반성한다. 친구처럼 대화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엔 언제나 '엄마'라는 우월적 지위를 내세웠던 것을 반성한다. 아이의 내면보다 다른 이에게 보이는 모습에 더 신경 썼던 것을 반성한다. 둘째를 낳은 이후, 예전만큼 진아를 사랑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한다...  

 

 

평생 여러 사람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한번에는 꼭 한 명 씩만 사랑할 수 있다. 그 대상이 처음엔 애인이었다가, 첫째 아이였다가 둘째 아이로 옮아가는 거다. 열 손가락을 깨물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안타깝게도 하나의 손가락을 깨물고 있을 땐 다른 손가락의 아픔 따위는 잊히기 마련이다. 내가 잠시 잊고 있는 동안 진아가 느꼈을 아픔을 되새기며 습관처럼 깨물어 굳은살이 배겨버린 내 엄지손가락을 내려다 본다.

 

...

오늘 포스트는 진아의 다섯 살 생일 즈음하여 미성숙한 엄마의 부끄러운 고백.

앞으로 화나거나 짜증 나는 순간엔 이 포스트를 보며 진아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을 되새기는 걸로.

 

 

진아의 다섯 살 생일 이야기 더보기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트랙백 주소 :: http://greendayslog.com/trackback/609 관련글 쓰기

Commnet List

  1. Raycat 2012/07/25 20:43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오 생일 축하해요. :)

  2. 신난제이유 2012/07/25 20:48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아가야..아가야..;ㅁ; 넌 왜 이렇게 귀엽닝~
    어쨌든 진아냥의 생일을 저도 같이 축하드려요!!!!!
    그나저나 그 열손가락 이야기는 저도 들었던 것 같아요.
    우리집은 형제가 저까지 셋인데, 아무래도 울 엄마는 절 제일 좋아하는거 같아요. 하하..^^
    물론 제가 해외로 나간다고 할 때마다 그 애정이 조금씩 주는 듯한....? ㅋㅋ

    • 그린데이 2012/07/28 19:07 address / modify or delete

      아웃오브 사이트, 아웃오브 마인드? ㅋㅋ
      설마요.
      전화 자주 하세요~ 가끔 손편지도 쓰시고. ^^

  3. 라라윈 2012/07/29 09:36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생일케잌앞에 기뻐하는 모습이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요~~~

  4. 스티뷰 2012/08/01 11:28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하루만은 진아한테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했지만 역시 한시간도 못갔다는...
    오늘 저녁도 바람 살랑살랑하는 한강에서 자건거나 같이 타러 가야겠어

  5. 2012/08/01 16:16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그린 데이 2012/08/02 01:40 address / modify or delete

      하지만 이렇게 반성해놓고 저는 다시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하고 있다지요...
      로지나님의 뭉클한 댓글 덕에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엄마되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

  6. personal statement editing 2012/10/05 04:54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광고성 댓글로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  1  | ...  109  |  110  |  111  |  112  |  113  |  114  |  115  |  116  |  117  | ...  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