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 여행엽서의 로망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어느 유행가의 가사처럼 문득 생각난 당신께 편지를 쓰고 싶어지는 계절.

가을엔 누구나 시인의 마음이 됩니다.

그런데... 최근에 편지 써보신 적 있으세요? ^^

 

사실 안부는 문자나 이메일로 전하는 것이 더 빠르고 간편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떠올리며 펜으로 꼭꼭 눌러 쓴 편지 한 통은 받는 이로 하여금 특별한 기분을 느끼게 하지요. 요즘같은 디지털 시대에 손글씨 편지가 주는 아날로그적 행복은 그 속에 담긴 '사람 내음'을 느낄 수 있기에 소중합니다. 그것이 이국의 소인이 찍힌 한통의 그림 엽서라면 더욱 특별하겠죠. 오늘은 편지, 그중에서도 여행엽서의 로망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가장 완벽한 여행의 모습, 사진엽서

 

제가 여행지에 가면 꼭 한 번씩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엽서 가게인데요. 여행을 시작할 즈음에는 엽서를 눈으로 대충 훑어보며 꼭 봐야 할 풍경, 사진 앵글 등을 익히고, 여행 중에는 엽서를 몇장씩 사두었다가 틈틈이 써서 부치곤 합니다. 사진엽서는 보통 그곳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풍경만을 엄선해 전문가의 시선으로 담아 만드는데요. 그래서 여행지의 풍경을 가장 멋지게 담아낸 사진작품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사진엽서는 여행지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기념품 중 하나이기에 아무리 물가가 비싼 여행지에서라도 마음껏 살 수가 있죠. 수십 장의 엽서가 촘촘히 꼽힌 진열대를 빙글빙글 돌리며 편지를 쓰고픈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리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기념품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엽서 판매대

 

여행지의 베스트 샷을 담아내는 사진엽서

 

 

소장 하고 싶픈 솜씨, 그림엽서

 

비슷비슷한 사진엽서가 싫다 느껴질 땐, 그림 엽서를 찾아봅니다.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을 담아 연필로, 또는 수채화로 그려낸 여행지의 풍경은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이 되니까요. 그림엽서는 사진엽서보다는 고가이니 특별한 친구나 혹은 자신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겠죠. 한낱 엽서지만 프레임을 씌워 벽에 장식하면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되기도 합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서 구매한 그림엽서

 


치앙마이의 전통 의상을 입은 인형과 함께 산 그림엽서



이국의 소인이 찍힌 우표

편지는 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우표와 함께 부쳐야 진짜 편지가 되는 거죠. 바람 냄새가 묻어나는 이국의 소인이 찍힌 이국의 우표, 그리고 이국의 엽서... 그 속에서 낯익은 글씨를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이란~!


 

동굴 교회로 유명한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엽서를 부치기 위해 우표를 사들고

 

세계의 우체통을 발견하는 즐거움


우체통은 또 어떤가요?

차가운 쇠문을 살짝 밀어 엽서를 우체통에 넣을 때 그 감촉, 그리고 엽서가 우체통 속에 사뿐히 떨어지는 느낌은 확실히 이메일과는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과연 제대로 도착할 수 있을까? 편지를 넣고도 왠지 어설퍼 보이는 터키의 나무 위 우체통을 한참 바라봤던 기억이 납니다. 우체통은 다 같은 빨간색이 아니라는 것도, 빨간 우체통이라도 조금씩 모양과 형태가 다르다는 것도,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지요.

 

태국 푸켓의 어느 우체통 앞 엽서안내판

 

두 개의 구멍이 있는 태국 치앙마이 우체통


우편번호로 디자인 된 캐나다 캘거리의 우체통

왠지 어설퍼 보이는 노란색 터키 카파도키아 우체통 

여행을 계획하시나요? 그럼 여행 중 편지를 쓰고 싶은 대상도 함께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어했던 친구와 지인들에게, 지금쯤 나를 걱정하고 계실 부모님께 여행지에서 띄우는 그리움 듬뿍 담은 엽서 한통,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값진 마음 한 통이 전달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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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포스코 기업블로그 (http://blog.posco.com/)에 기고한 글입니다.

 

[덧] 원고를 넘기고 얼마 되지 않아 거짓말처럼 제게 엽서가 한 통 배달되었습니다.


호주의 '브리즈번 아이(Brisbane Eye)'의 풍경이 멋지게 담긴 이 엽서는 바로 제 옛 직장 동료인 bong님께서 보낸 서프라이즈 선물~! @.@
사진이 익숙해 찾아보니 봉님의 블로그, 호주공감(http://bongstudio.tistory.com/)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는 이미지더군요.

 

Happy Birthday !!! 로 시작되는 훈훈한 내용을 읽으며 그녀와 함께 일하며 즐거웠던 시간들을 떠올리니 아... 그때가 그리워집니다.
가을느낌 물씬 나는 색지를 붙인 깨알같은 데코레이션 실력도, 그녀를 생각나게 하는 동글동글한 글씨도 정말 반갑더군요.
우리는 꽤 자주 페이스북으로, 블로그로 만나는 사이인데도 이렇게 직접 쓴 손글씨 편지를 만나니 정말 그 속에 그녀가 있는 것 같습니다.

 

호주는 이제 꽃 피는 봄이겠지만 저는 한국의 가을을 담아 이런, 조금 긴 엽서를 준비해 답장을 써봅니다.

 

얼마전 남편과 내년 겨울쯤엔 호주 여행을 가자고 어렴풋이 얘기를 했었는데, 그때 혹시 볼 수 있을까요?

가을 편지, 여행의 로망을 불러일으키는 또 한통의 여행 엽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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