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거리 시내구경, 온 가족 무임승차를 시도하다.

'캘거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뭐가 있을까?

캐나다에서 3번째로 큰 도시, 많은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부유한 곳, 로키 여행의 관문, 추운 날씨, 동계올림픽, 카우보이들의 축제인 캘거리 스탬피드. 아마 이런 것들이 우리가 아는 캘거리를 대표하는 이미지일 것이다. 


그러면 여행지로서의 캘거리는 어떨까?

캐나다 로키 여행을 하기 위해 거쳐야 곳이지만, 여행을 다녀온 많은 이들은 캘거리를 '그저 살기만 좋은 도시'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9박 11일 캐나다 로키 렌터카 여행의 마지막 일정, 오늘은 캘거리의 볼거리가 모여있다는 다운타운 시내 구경을 하기로 한 날이다.

가이드북을 훑어보며 캘거리 타워, 글랜보 박물관, TD 스퀘어, 오클레어 마켓,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등을 대충 머릿속에 넣어두고, 차를 몰고 출발~!



슈퍼맨의 도시, 캘거리에서 무임승차하기



화려한 고층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찬 다운타운의 모습을 보니 이곳이 영화 '슈퍼맨'의 촬영지였음을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렌터카 여행을 하기에 이런 복잡한 도시는 좋은 환경이 아니다. 어느 도시나 그렇듯 번화가에서는 대중교통이 진리. 캘거리에서도 될 수 있으면 번화가 외곽에 차를 세워두고 트램과 버스를 이용해 시내 관광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일단 차를 몰고 다운타운으로 들어왔다면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일방통행과 비보호 좌회전, 그리고 C-트레인이 그것이다.


좁은 시내 도로라 일방통행이 잦으니 이 길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는 헤매기 쉽다. 게다가 우리와 달리 좌회전은 대부분 비보호이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바닥에는 기차선로가 있는 곳도 보이는데, 여기는 바로 C-트레인이라고 불리는 트램이 다니는 곳. 지하로 들어가는 구간도 있지만 대부분 지상으로 달리는 지상철이 차와 함께 다니므로 조심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캘거리 시민의 발인 C-트레인.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 어쩔 수 없이 차를 몰고 시내로 들어왔지만, C-트레인을 가까이 보고 싶어 승차장으로 들아가 봤다.

별도의 개찰구가 없었기에 손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마침 트램이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도시여행의 재미는 바로 이런 것 아니겠니?'라며 유모차를 들고 훌쩍 기차에 올라타는 남편.



타국 멀리에서 이산가족이 되기 싫었던 나도 서둘러 아이와 함께 훌쩍~! ㅠㅠ

'아... 그런데 우리, 표도 안 끊었잖아...;'



내 걱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뭔가 즐거운 표정의 그...;




짧은 한 정거장을 달려 도착한 곳은 센터 스트릿(Center Street) 역이었다.



센터 스트릿은 그 이름처럼 캘거리 다운타운의 중심이자 시내 관광의 시작점이다. 다운타운의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캘거리를 대표하는 캘거리 타워를 볼 수 있고, 차 없는 거리로 유명한 쇼핑거리 스테판 애비뉴(Stephen Ave.)도 바로 1분 거리로 가깝다.


지도 출처: http://www.calgarytransit.com/route_maps/lrt_stop.html


알고 보니 다운타운 중심부에 해당하는 세븐쓰 애비뉴(7th Ave.)의 C-트레인 구간은 모두 무료였다. 역으로 치자면 8th St. SW 역부터 City Hall 역 사이의 8개 구간이 모두 무료~! 그러니 캘거리 다운타운 여행 중에는 부담없이 한번쯤 올라타 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이 구간 이외에는 표를 끊어야 한다. (가격은 아래 [여행 Tip] 참조)


본격적인 시내구경, 캘거리 타워에서 중국 문화센터까지


캘거리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캘거리 타워.



추운 겨울에도 즐길 수 있는 엄청난 넓이의 무료 실내 정원, '데보니언 가든'으로 유명한 쇼핑몰 TD 스퀘어.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푸드코트도 잘 조성되어 있어 아이와 함께 여행 중이라면 한 번쯤 들러볼 만 하다.



올림픽 정신에 대한 글귀가 새겨져 있어 인상적이었던 오클레르 마켓 앞 공원



중국 베이징에 있는 천단공원을 모델로 만들었다는 중국 문화센터도 보인다.


캘거리의 표정, 사람들



캘거리 다운타운에서는 어디에서든 흐드러지게 만발한 꽃을 볼 수 있다.

꽃을 걸어놓지 않은 상점은 게으름의 상징이라도 되는 걸까? 늦가을이었지만 모두 꽃 가꾸기에 열심이었다.



거리에도 색색의 꽃이 한가득.



평일이었지만 여유로운 표정의 사람들도 인상적이었다.



마침 하굣길이었는지, 한 무리의 학생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거리를 질주한다.



그들이 향한 곳은 건물의 한 인적 드문 주차장. 있는 대로 폼을 잡으며 점프를 하는데, 영 시원찮다. ㅎ



종일 걷고 놀았는데도 여전히 씩씩한 진아. 역시 여행굣 체질이구나. ^^



다시 차를 몰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반가운 구조물이 눈에 띈다.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에서 본 적 있는 미디어 아트, 요즘 팝아트 작가의 대세라는 '줄리안 오피'의 '워킹 피플(Walking People)이었다. 캘거리 공항으로 가는 다리 입구에 설치되어 있어 깜짝 놀랐다는. ^^


...


자.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여행지로서의 캘거리'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로키가 진정한 대자연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면, 캘거리는 자연을 벗한 도시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하늘을 찌를듯 높은 빌딩들이 줄지어 있지만, 거리 어디에서나 잘 가꾸어진 꽃과 나무를 만날 수 있고, 곳곳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있었다. 관광지가 아닌 도시의 모습이기에 어쩌면 진짜 보통 캐나디언의 삶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매일 보면 지루한 일상, 그저 살기에만 좋은 도시일 수 있으나 여행자의 눈으로 본 캘거리는 충분히 보고 즐길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캐나다에서 제일가는 부자도시의 여유로움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화려한 캘거리의 다운타운을 걸어보시기를~ ^^

그저 로키로 가는 관문으로 지나치기에는 볼거리가 꽤 많다.



[여행 Tip]


* 캘거리 대중교통은 '캘거리 트랜짓 (Calgary Transi)'에서 모두 관리. 한국처럼 버스와 트램간 환승이 가능하다.
* 대중교통 요금 (http://www.calgarytransit.com/html/fares.html 참조)
  - 1회권 어른 C$ 2.75, 청소년 C$1.75, 6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 (1회 탑승시 90분간 유효)
  - 10회권 C$ 27.5 / 1일권 C$ 8.25 (청소년 C$ 5.25) / 한 달권 C$ 94

* C-트레인의 정식 명칭은 Calgary's Light Rail Transit Line, 줄여서 LRT이지만 흔히 C-트레인이라고 부르고 표기한다.
* C-트레인 노선도 : http://www.calgarytransit.com/route_maps/lrt_stop.html
* 캘거리 트랜짓 공식 홈페이지: http://www.calgarytrans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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