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사진] 별이 빛나는 밤 @Alberta, Canada

2013.01.30 08:00 / 한장의 사진

별이 빛나는 밤 @Alberta, Canada

 

이 사진을 발견한 폴더의 이름은 '20120917_모레인레이크, 레이크루이스, 다시 밴프'.

이날의 일정은 레이크루이스 주변에 있는 모레인레이크를 먼저 둘러보고 오후에는 레이크루이스를 샅샅이 훑어보는 것이었다. 작은 사고로 아이가 손을 데어 다시 고속도로로 1시간 반을 달려 전날 떠나온 밴프로 가기 전까지는. (레이크루이스는 아주 작은 마을이라 약국이나 큰 마트에 가려면 밴프로 가야 한다.)

 

난 아이가 다친 것도, 고대하던 레이크루이스 관광을 제대로 하기 못한 것도 너무 속상해 밴프에 다녀오는 내내 우울해 있었다. 약국에서 응급처치를 무사히 마치고, 밴프 애비뉴에서 맛있는 저녁도 먹었지만 '너무 어린 아기를 데리고 와 고생을 시키는 것이 아닌지'하는 걱정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렇게 무거운 마음을 안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날이 어두워지자 뒷자리 카시트에 탄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훌쩍이기만 하다가 아무리 울어도 사람들의 반응이 없자 점점 크게 울어댔다. 옆자리에 탄 큰 아이가 과자를 주며 달래 봤지만 한번 터진 울음보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결국, 늦은 시각이었지만 우리는 고속도로 갓길에 잠시 차를 세우고, 조금 쉬어가기로 했다.

 

차가 드문드문 다니는 인적드문 도로, 가로등 하나 없는 캄캄한 밤, 철책 넘어로 야생동물이라도 나올것 같은 분위기...

두려웠지만, 아이의 안정이 우선이었기에 나는 일단 차에서 내려 아기를 안고 얼렀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힘이 들었는지, 아니면 엄마 손길이 그리웠는지 아이는 내 품에서 금새 잠이 들었다. 


비로소 안도의 한 숨을 쉬게 된 나. 그리고 문득 올려다본 하늘.

 

"우와~!"


외마디 탄성을 지르니 남편이 한마디 거든다.

"아이들 덕에 이렇게 별도 보는 거지~"

 

... 그랬다.

내 평생 어디에서 불빛 하나 없는 자연의 밤, 이토록 아름다운 은하수를 볼 수 있을까?

우리는 그 자리에서 서서 쏟아져 내릴듯 빛나는 은하수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봤다.


불행과 행복은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여행을 하며 배우고, 여행을 하며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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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0 / Comments 16

  • 라이 2013.01.30 14:07 신고

    빨갛게 나온 울타리가 하늘 사진에 저렇게 어울릴 수가.

    REPLY / EDIT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3.01.31 13:21 신고

      그러게... 노이즈 많은 사진이지만 사연있는 사진이라 올려봤어요.

      EDIT

  • 라이 2013.01.30 14:09 신고

    여기서 궁금증 하나. 모범적이기 짝이없는 등장인물 '스티뷰'는 정말 그런 사람인가요? 아니면 나쁜 건 빼고, 좋은 것만 남겨 다듬은 가공인물 '스티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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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3.01.31 13:28 신고

      다듬진 않았지만 좋은 점만 이야기 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ㅋ
      그러고보니 나름 모범적인 사람인 것 같기도... (음?)
      근데 그게 본인을 괴롭히는 원인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EDIT

    • 라이 2013.02.01 09:15 신고

      그냥 부러워서 물어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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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3.02.02 02:09 신고

      ㅎㅎ 일장일단이~ ^^

      EDIT

  • stranger 2013.01.30 16:45 신고

    죽은 어미 곁을 떠나지 못하고 맴돌고 있는 아기코끼리,
    부모가 방치한 후 아사직전까지 내몰렸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10대 세 자매.
    이들에 대한 기사를 연이어 읽다가 문득 정성을 다 해 이유식을 만들었던 그린데이님이 생각나 들렀습니다.

    어린 생명들에게 있어 부모, 특히 어미란 어떤 존재일까요?
    세상의 전부, 유일한 생존의 끈, 무한 신뢰의 대상..........
    부정할 수 없는 삶의 근원.
    동생이 생긴 큰 아이들의 퇴행행동도 그 절대자의 사랑을 나누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여린생명의 본능적인 위기감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지는군요.

    그린데이님은 참 좋은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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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3.01.31 13:25 신고

      평소의 저를 보신다면 그런 평은 아마 못하실걸요~
      세상의 전부, 생존의 끈, 신뢰의 대상...
      stranger님의 덧글을 보니 갑자가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
      아이와 나의 희생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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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ranger 2013.01.31 16:17 신고

      원래 좋은 엄마일수록 항상 부족하다 느끼지요.
      그리고 사실은 '개인적인 내면의 갈등은 있을지 모르겠으나'라고
      '좋은 엄마' 앞에 썼다가 너무 오지랖인 것 같아 지웠습니다.
      어려운 문제이지요.

      그건 그렇고 저 원래 재미있는 사람인데 왜 여기서는 자꾸 점잖은 말만 하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음악만 해도 국악부터 라틴테크노까지 다양하게 듣는데
      이상하게 여기 와서 링크 걸게 되는 곡들은 다 클래식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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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3.02.02 02:09 신고

      늘 속 깊은 댓글에 감동 +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시죠? ^^)
      국악에서 라틴 테크노까지.. ㅋ 대단하신데요?
      소개해주신 클래식도 잘 듣고 있습니다.
      제가 좀 밝은 얘기를 써봐야 겠어요. 재미있는 얘기 하실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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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ranger 2013.02.07 12:53 신고

      http://youtu.be/YBVExnoZfp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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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3.02.19 11:38 신고

      좋네요. 배경 음악까지 깔아주시고~
      mp3로 이 음악을 담아가 레이크루이스에서 듣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다음엔 한번 해봐야겠어요. 그때가 오긴 오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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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티뷰 2013.02.04 11:20 신고

    스티뷰는 가공의 인물이 확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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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티뷰 2013.02.04 11:22 신고

    그나저나 차량 비상등에 비친 울타리의 모습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다행이 정균이는 울음을 그치고 다친것도 상처 없이 잘 아물고. 결국 다 잘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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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3.02.07 01:59 신고

      아빠의 정성스런 응급처치가 도움이 되었어요~
      덕분에(?) 손가락 빠는 버릇을 고치기도 했잖아요?
      전화위복이 된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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