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포루스 해협을 한눈에,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스타벅스'에 가다

길가에는 아직 하얀 눈이 소복하지만,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은 벌써 봄이다.

항상 이맘 때가 되면 이른 봄에 홀로 떠났던 터키 여행이 생각나곤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홀가분하게 떠났으나 미래에 대한 불안과 외로움에 고민도 많이 했던 여행. 

여운이 길게 남은 터키 여행 사진을 뒤적이며 그때를 회상하다가 문득 사진 한장에 시선이 멎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스탄불의 베벡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이스탄불 베벡지구의 스타벅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로 유명하다. 

겉보기에는 동네에서도 볼 수 있을것 같은 흔한 카페의 모습인데 대체 무엇이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로 만들었을까? 



터키 여행 막바지, 이스탄불로 돌아온 나는 지도 한장 없이 그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가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이곳을 찾았다.

숙소에서 만난 한 여행자가 '루멜리 히사리'에 간다는 내게 '가까우니 한번 가보라'는 귀뜸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다. 



매장에 들어서니 겉보기와는 다르게 관광객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나도 그들 뒤에 자리를 잡고 섰다.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는 이곳 카페는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주문을 받고 있었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먼저 첫번째 점원에게 주문 후 계산을 한다. 한발짝 옆으로 이동해 잠시 기다리면 두번째 점원이 내가 주문한 사이즈의 컵을 들고 와 이름을 묻는다. 컵에 이름과 커피의 종류를 표시해서 세번째 점원에게 넘기면 그가 커피를 만들어 내 컵에 담아주는 방식. 긴 줄 만큼 조리대 앞에서는 여러명의 바리스타가 분주하다. 시끌벅적하게 터키어가 오가는 풍경, 그들의 활기찬 모습이 여행자에겐 즐거운 눈요기가 됐다.



이른 봄의 포말을 커피잔에 담다.



커피를 받아들고, 2층으로 향하는 계단.

문득 고개를 들어 마주한 풍경에 외마디 탄성이 흘러나온다. 

'와~!' 이게 과연 일개 프렌차이스 카페에서 볼 수 있는 경치란 말인가?


창 밖으로 보이는 아찔한 풍광에 그제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름다운 보스포러스 해협과 여유로이 떠있는 고급 요트들, 건너편 해안에는 터키 부호들의 유럽풍 별장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왜 이스탄불이 '아름다운 도시'로 불리는지, 왜 이곳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인지 알 수 있을것 같았다.



이스탄불은 보스포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의 두 대륙에 걸쳐 있는 도시다. 비잔틴과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으며 수 천 년 동안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함께 간직해온 세계 유일의 도시. 그중에서도 부호들의 별장이 많은 오르타쿄이와 베벡 지역에는 바다를 바라보고 만들어진 카페와 레스토랑도 곳곳에 숨어 있다. 하지만 한국의 청담동 같은 곳이라 그만큼 물가도 비싸다는 것이 함정.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스타벅스가 보스포러스 부둣가의 고급 카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니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겠다. 



2층의 야외 테라스 석은 벽도 지붕도 없어 살랑대는 봄바람을 맞으며 해변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좋다.



아직 쌀쌀한 초봄임에도 테라스석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세계 최대 카페기업인 스타벅스의 인기는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 터키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스탄불에만 해도 무려 60여개의 스타벅스가 있다고 하니 서구화된 입맛의 터키 젊은이들에게는 찐득하고 쌉쌀한 터키쉬 커피 보다는 순하고 부드러운 스타벅스의 커피가 더 사랑을 받고 있는듯 했다. 


로맨틱한 티 타임, 딸 아이를 그리며...



나도 그들 틈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나만의 로맨틱한 티타임을 즐겨본다.

내 커피잔에는 딸아이의 이름이 적혀 있다. 혼자 여행이라 여행 막바지쯤 되니 아이가 무척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내 아이의 이름을 불러준다면, 잠시나마 함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것 같았다.
따끈한 카페 라떼를 마시며 아이의 온기를 상상해 본다.



베벡에는 유명한 군것질 거리가 있는데, 바로 과일이 듬뿍 들어간 와플이다.

즉석에서 구운 고소한 와플에 내가 좋아하는 과일만 골라 얹어 먹을 수 있는데, 꽤 양이 많아서 카페라떼와 함께 한 끼 식사로 든든했다.




기온이 좀 쌀쌀하다 느껴진다면 통창으로 경치를 볼 수 있는 실내석에 앉아도 좋다.


봄볕 즐기며 보스포러스 해변 산책



카페를 나와서는 길을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햇살이 좋아 해변 산책로에는 이미 봄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봄바람 살랑 불어오던 3월 어느날, 이스탄불에서의 로맨틱한 하루.


커피나무가 처음 발견 된 곳은 에티오피아이지만 이를 음료로 만들고 그 카페 문화를 세계에 전파한 곳은 터키의 옛 제국, 오스만 투르크였다고 한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도심 곁에 두고 있으니, 카페문화가 발전할 수 밖에. 서구화된 입맛의 터키 젋은이들이 터키쉬 커피가 아닌 프랜차이즈의 커피를 즐긴다는 사실은 조금 안타깝지만, 이곳에서라면 어떤 커피라도 좋을것 같다.


[여행 Tip]

영업시간: 07:00~01:00

가는 길: 트램 마지막 역인 카바타쉬(Kabatas)에서 내려 사리예르 방면 버스 25E, 40, 25T, 40B 타고 베벡(Bebek)에서 하차.
              근처에 루멜리 히사리, 오르탸쿄이 벼룩시장 등 볼거리가 많으니 하루 코스로 다녀와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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