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미티에서 그랜드캐니언까지, 6박8일 미서부 캠핑여행 스케치

 

서서히 고도를 낮추는 비행기,
갑자기 밀려드는 후끈한 기운에 살며시 유리창에 손끝을 대본다. 

현재 시각 오후 2시 10분, 서울 기온은 24도.

Welcome to Seoul, Welcome back to Real Life.

2013년 봄의 끝자락은 그렇게 홀로 샌프란시스코에 남겨졌다.

 

 


  Day 1    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무작정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

눈을 감은 채 세계지도를 찍어 여행지를 골랐다는 영화 '카모메 식당'의 미도리처럼 나도 사회과 부도를 펼쳐놓고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나라와 도시 이름을 이으며 여행의 로망을 키우던 때가 있었다. 그때 막연한 동경을 가지게 된 곳이 바로 미국 서부. 교과서와 영화를 통한 반복 학습 효과 때문인지 그랜드캐니언의 웅장한 자연,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이거스 도시 풍경은 한 번쯤 꼭 보고 싶었다. 어쩌면 동양의 작은 나라에 사는 내게 당시 미국이라는 곳은 ‘세계의 중심이자 끝’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2시간 연착으로 여유 있게 샌프란시스코로 출발, 좌석 넓은 UA타고 인천공항에서


 

처음으로 들른 조용한 휴양지, 퍼시피카(Pacifica). 소박한 해안마을의 정취가 있는 곳

 

어디선가 Scott McKenzie의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가 들려올 것만 같은 샌프란시스코의 상징, 금문교(Golden Gate)
 

 

어부들의의 마을,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 해안을 따라 길게 형성된 부두에는 해산물 요리를 파는 음식점이 많다.

 


샌프란시스코 명물, 사워도우 빵에 담긴 클램 차우더. 시큼한 빵을 따끈한 스프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저녁 8시, 해가 다 진 후에 도착한 Pescadero 해변 캠핑장.
캠핑하기엔 좀 추웠고, 새벽엔 비도 왔지만, 바베큐와 모닥불 덕에 하루 만에 13명의 낯선 사람들과 정이 들어버렸다.

 


 

  Day 2    오래된 숲의 매력, 요세미티 국립공원

 

 

 

텐트 사이로 스미는 따뜻한 햇볕과 새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뜬 아침. 문을 열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대자연의 속살. 캠핑의 묘미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라면과 숭늉으로 뜨끈하게 속을 데우고 요세미티로 향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은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전 세계 37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미 서부 국립공원의 얼굴이다. 특히 한국인들은 우리의 설악산을 연상시키는 요세미티의 화강암 바위산과 계곡, 폭포를 좋아한다고. 눈이 녹는 5~6월에는 수량이 늘어 바위 사이사이로 이름 모를 폭포들이 생겨 장관을 이루기도 하는데 운좋게도 바로 지금, 내가 요세미티를 찾았을 때가 그 절정이었다.

  

 

고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나무들을 관찰하는 것도 국립공원을 여행하는 하나의 재미.


우리의 설악산과 닮은 모습이지만 규모나 면적은 비할 수 없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풍경.
요세미티의 상징, 수직으로 깎아지른 엘케피탄(El Capitan) 바위에서.


 

5월 초, 최고수량을 자랑하며 엄청난 기세로 쏟아져 내리는 미국에서 가장 긴(739m) 요세미티 폭포(Yosemite Falls)
3단 폭포의 가장 아랫부분에서는 안개처럼 흩어지는 시원한 폭포수를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Day 3    화려한 밤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로

 

 

미서부 여행의 묘미는 대자연을 즐기는 동시에 화려한 도시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요세미티에서 그랜드캐니언으로 가는 길목에 들른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엔터테인먼트의 도시라는 명성만큼이나 아름다운 호텔과 카지노, 각종 쇼 등을 볼 수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에 세워진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화려하게 불 밝힌 그 거리는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언제 만났는지 모를 시계토끼를 따라 밤새 도시를 헤메다 보니 어느새 동이 트고 말았다는.


 

미국 서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햄버거, 인앤아웃(IN-N-OUT)

 

라스베이거스의 상징, 스트라토스피어(Stratosphere) 타워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멋지다는 태양의 서커스, 오쇼(O Show). 운 좋게 103번 섹션의 골든서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 쇼.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야경과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답다.


 

  Day 4    숨죽여 바라본 장엄한 자연, 그랜드캐니언

 

 

영국 BBC에서 선정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1위, '그랜드캐니언'.

그랜드캐니언년은 사진으로, 매체로 너무나 많이 접해서 어쩐지 보기도 전에 식상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 보고나니 그랜드캐니언 만큼은, 꼭, 두 발로 걸어서,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억 년 지구의 역사가 담긴 협곡의 규모는 고작 한 뼘의 사진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깊이가 있다. 어마어마하게 큰, 그래서 '그랜드' 캐니언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대단한, 이곳의 상상 못할 웅장함과 장엄함은 꼭 직접 봐야만 느낄 수 있다. 

  

 

그랜드캐니언 입구에서 만난 레인저. 국립공원을 지키고, 가꾸며 입장료를 징수하는 명예로운 역할을 한다.

 

 

장엄함의 끝, 그랜드캐니언 (Grand Canyon National Park)


 

청정 그랜드캐니언, 엘크 가족을 만나기도 했다.


 

하루 평균 이동 8시간, 주요 포인트 간 이동 거리가 꽤 멀어서 많은 시간을 차에서 보내야 했지만
이곳에 얽힌 역사를 듣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사막의 노을을 향해 달리는 것도 나름 즐거웠다.

 

 

사막 한가운데 킹맨 KOA 캠핑장에서, 샌프란시스코 로컬 맥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Day 5     모하비 사막을 거쳐 솔뱅으로

 


 

사막에서의 캠핑까지 경험하고 나니 여행이 좀 더 다채로워진 느낌이다. 캠핑장의 환경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숲속 캠핑장은 아늑하지만 각종 동물의 위험이 있고, 사막 캠핑장은 먼지가 좀 날리지만 비교적 따뜻하고 바닥이 평평해 잠자리가 편하다. 국립공원 캠핑장은 자연 속에 있는 대신 편의시설이 열악하고, 사설 캠핑장은 시설이 좋은 대신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문만 열고 나가면 자연을,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어디에서 캠핑을 하든 느낄 수 있는 공통된 장점.


'해피 캠핑(Happy Camping)~!'으로 밝게 인사하며 또 하루를 시작한다.  

 

 
RV(캠핑카)를 빌려 가족 나들이 나온 가족, '해피 캠핑~!'으로 인사한다.

 

 


오늘은 모하비 사막을 가로질러 솔뱅까지 긴 이동을 하는 날.


 

 

  Day 6    '17마일 드라이브'를 거쳐 샌프란시스코로

 


벌써 엿새째, 일정 중 7일 차는 아침 비행기로 한국에 들어가야 하니 실제 여행은 아쉽지만 오늘이 진짜 마지막이다. 마지막 일정은 미서부 여행을 평생 추억할 수 있는 로맨틱한 코스로~. 샌프란시스코로 거슬러 올라가는 중에 들른 작은 덴마크 마을 '솔뱅(Solvang)'에서는 아기자기한 기념품 몇 개로 추억을 샀다. 아름다운 해안도로 '17마일 드라이브(17-Mile Drive)'에서는 그 어디서도 본적 없는 해변의 경치를 천천히 가슴에 담았다. 

 


산타바바라 카운티(Santa Barbara County)의 작은 덴마크 마을, 솔뱅(Solvang). 동화 속으로 들어온 것만 같았다.

 

 

이보다 더 로맨틱 할 수는 없다. 퍼시픽 그로브(Pacific Grove)와 카멜(Carmel)을 잇는 사설 해안도로 '17마일 드라이브(17-Mile Drive)'

 

 

이국적인 몬트레이 해변, 썰물 때는 얕은 곳에서도 쉽게 어패류를 잡을 수 있다고. 

 

 

  Day 7    집으로...

 

 

 

 

낭만 샌프란시스코, 장엄한 요세미티와 그랜드캐니언, 화려한 밤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아름다운 해변 페블비치 등 산과 사막,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어 그 어느 여행보다 다채로웠던 이번 미 서부 여행~! 생각보다 긴 이동거리로 힘은 좀 들었지만, 기대 이상의 풍광과 즐길 거리로 여운이 많이 남는 여행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그 어느 풍광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별이 총총한 캠핑장의 밤들인 것 같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좀 더 가깝게 만드는 것이 캠핑의 매력이 아니던가? 투어 캡틴을 포함해 전혀 모르는 사람 13명이 모였으나 자연 속에서 함께 텐트를 치고, 음식을 만들고 모닥불을 피우며 정이 들어버렸다. 같은 장소였더라도 캠핑이 아니었다면 상상하지 못할 '모닥불의 마법'~! 우리가 피워낸 것은 비단 모닥불만이 아니었는지, 함께했던 캠퍼들은 한국에 도착해서도 아쉬운 인사를 나누느라 한참을 공항 근처에서 서성였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일상이 시작되었지만 나도, 함께 했던 캠퍼들도 앞으로 한동안 이 여운을 떨쳐버리지 못할 것 같다.
블로그를 통해 이어질 몇 편의 여행기로 여행의 여운을 함께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마지막 캠핑을 마치고, 솔뱅 캠핑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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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지원: 하나투어 웹진 겟어바웃

* 관련상품: 미서부 캠핑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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