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여행] 비행기 사고, 아기띠 하면 안전할까?

샌프란시스코 비행기 사고가 난지 만 하루가 지났다. 
내가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다녀온지 이제 겨우 두 달이 지났고, 어제 돌아온 일본 여행에서는 짧은 거리이긴 했지만 사고가 난 항공기와 동일 기종인 아시아나 보잉777(B777-200, OZ112) 편을 탔었기에 마치 내 일처럼 가슴이 아프다. 일본에서부터 업데이트 되는 뉴스를 보고 있는데, 블랙박스 분석이 끝나야 정확한 사고원인이 밝혀지겠지만 상황이 참 안타깝고 답답하다. 그러던 중 오늘 아침에 내 눈에 띈 기사 하나.


▲ 지난 금요일, 사고 기종과 동일한 B777-200을 타고 간사이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보잉 777기는 아시아나가 보유한 80여대 항공기중 12대라는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기종.


 


'15개월 아기안고 추락, 아기띠가 살렸다'

클릭해보니 사고 비행기에 탑승했던 15개월 아이의 아빠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한 가족이 15개월 유아를 데리고 한국에 방문했다가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당함. 한국 방문 목적은 부모님께 아이를 보여드리기 위해. 아기의 좌석은 따로 끊지 않고 부모가 안고 탐. 자리는 이코노미 클래스 가장 앞좌석 가운데. 착륙시 비상방송은 없었음. 밖을 보고 경험상 다른 때에 비해 비행기 앞머리가 많이 들려서 내려간다는 것을 알게됨. 첫 충돌 직전 엔진 가속되는 소리가 들리고 방파제가 꼬리가 부딪힘, 몇초 후 바닥에 2차 충돌. 2차 충돌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며 비행기가 왼쪽으로 기울어 고속으로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남. 선반의 짐이 떨어지며 충격이 매우 심했음. 당시 자신은 빨리 내리기 위해 아기띠로 15개월 아이를 안은 상황이었는데, 아기띠가 아니었다면 아이를 잃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판단. 다행히 가족들은 근육통만 있을 뿐 크게 다친 사람은 없음.

* 기사 원문 >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548052 


이 글을 읽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가족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라는 것(나도 18개월, 6살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함께 여행을 해왔기에 인터뷰이의 심정에 충분히 공감한다.), 그리고 아기와 함께 여행할때의 안전수칙에 대한 몇 가지 의문이었다.

 

 


24개월 미만 영유아 보호자가 받는
별도의 기내 안전교육


▲ JAR에서 제공한 아기바구니에서 곤히 잠든 둘째군.

24개월 미만의 영유아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하면 가장 먼저 받는 교육이 있다. 퍼스트 클래스에서 이코노미 클래스까지, 아무리 비행기 탑승 경력이 화려해도, 내용을 잘 숙지하고 있다고 해도 받아야 하는 교육~! 그건 바로 '안전교육'이다. 이착륙시 의자 등받이를 세우고 테이블을 접고 창문을 여는 것에서부터 비상구 안내 및 비상시 대처 요령 등에 대한 기본 교육이 이루어지기 전에 승무원은 반드시 영유아를 동반한 부모에게 1:1로 교육을 실시한다. 주로 비행기 이착륙시 아기를 위해 취해야 하는 행동, 아기용 비상시 산소마스크와 구명조끼 사용법 등에 대한 간단한 내용이다. 교육과 함께 아기의 신체에 맞는 사이즈의 구명조끼를 제공하기도 한다.



영유아는 반드시 어른의 무릎에 착석


▲ 비행기 이착륙시 보호자는 아기를 무릎에 앉히고 양 팔로 끌어 안아야 한다.

교육 내용중 승무원이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안전밸트 사인이 들어오면 영유아는 반드시 보호자와 함게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카시트를 따로 설치하지 않는 한 별도의 좌석을 구매하거나 기내 아기바구니를 설치 했다고 해도 기내 안전을 위해서 아기는 반드시 어른의 무릎 위에 앉혀야 한다. 앉을 수 있는 아기는 보호자를 안고 있는 자세가 아닌 앞을 보고 앉혀야 하며, 어른의 양 팔로 아이의 배를 끌어 안아야 한다. 이때 안전밸트는 어른만 착용한다. 아기용 안전밸트를 별도로 제공하는 항공사도 있으나, 보통 아기는 안전밸트를 한 어른이 무릎에 앉혀 안고 탄다.


 

비행기 이착륙시 아기띠는 절대 금지

▲ 기내에서 아기띠를 하지 않으면 벌어지는 상황..;

안전밸트 사인이 들어오거나,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아기바구니나 아기띠는 사용할 수 없다. 비행기가 일정 고도에 오른 후 정상 운행을 하고 있는 경우, 즉, 안전밸트 사인이 꺼진 후에는 아기띠를 하고 서있어도 되지만 비행기 이착륙시나 운항중 안전밸트 사인이 들어왔을 때는 어김없이 자리로 돌아와 양 팔로만 아이를 안아야 한다. 사실 말이 쉽지 좁은 기내에서 장시간 비행을 견뎌야 하는 아기와 부모에게는 함께 앉아있어야 하는 이 시간이 가장 괴롭다. 특히 터뷸런스가 심해 자리에 계속 앉아있어야 할 때나, 이착륙시에는 기압의 변화를 이기지 못해 아기들이 울음을 터뜨리며 버둥거리곤 하는데 이럴 땐 정말 아기띠 생각이 간절하다. 이번 케이스를 보면, 오히려 아기띠를 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비상시에는 아이보다 어른먼저?!


비상상황이 되면 일단 아이부터 챙기려는 마음은 어느 부모든 같을 것이다. 하지만 비상시 산소마스크와 구명조끼는 어른이 먼저 착용한 후에 아이에게 씌우고 입히는 것이 원칙이다. 일단 어른이 먼저 조치를 취해야 아이도 책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영유아 보호자가 받는 별도의 기내 안전교육'의 내용을 천천히 살펴보면 모두 '비상시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 보호자의 안전이 우선이다'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아이를 동반한 보호자는 일반 탑승자에 비해 여러가지 편의를 제공 받고 비상시 우선 조치되지만, 평소 '기내에 아기를 위한 안전 시설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위 기사를 보고 좀 씁쓸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아기띠가 아이를 살렸다니, 이제는 '오히려 기내 아기띠 사용을 권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어쨌든... 기내 안전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쯤에서 다시 보는 '터키항공'의 기발한 기내 안전교육 비디오 한 편.
보통 기내 안전교육 비디오는 지루한 탓에 건성으로 보기 마련인데, 이 비디오에서는 루니 등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간판스타들까지 등장해 유머러스한 행동으로 완전 몰입해서 보게 만든다. 아이와 함께 항공여행을 할때 필요한 안전수칙도 들어있으니, 한번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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