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와 여행하는 맘블로거의 '가족여행 취재하기'

마음만 먹으면 훌쩍 떠날 수 있는 싱글 여행과는 달리,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가족 여행은 고려해야 할 것이 참 많다. 

일정은 남편의 휴가 스케줄에 맞춘다고 해도, 여행지 선정은 부부의 취향, 6살 딸아이의 관심사, 22개월 아들의 식성, 그리고 아이와 함께 여행하기에 적당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지 등을 미리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짐 싸기도 만만치 않다. 장난감에 기저귀, 유모차까지 챙기다 보면 과연 이렇게까지 해서 떠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 아침 햇살을 받으며 @ Banff


그래도 일단 떠나면 준비한 만큼의 보상이 있기는 하다. 
때로는 아이들 때문에 포기해야 할 것도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일반적인 관광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형태의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24시간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붙어 다니니 매일 웃고 울고 각종 에피소드가 만발한다.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그만큼 가까워진다.


이렇게 특별하고 할 말 많은 내 가족의 여행, 놓칠 수 없는 순간순간을 블로그에 남기고 싶은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과의 여행은 그냥 다니기에도 벅차다. 어떻게 하면 기록할 수 있을까? 
여행 블로깅을 전제로 나름의 실전 노하우를 풀어봤다.  




두 아이와 여행하는 맘블로거의 '가족여행 취재하기'

 


부지런 떠는 엄마, 언제나 한걸음 먼저


▲ 공항 환승도 척척 @ Vancouver

무릇 '엄마'라는 직업이 '부지런함'과 맞닿아 있기는 하지만, 블로거 엄마는 더욱 부지런해야 한다. 가족의 일거수 일투족을 남기기 위해서는 늘 한발 앞서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내 가족이 머물 숙소나 여행지, 레스토랑 등의 모습을 스케치하기 위해 먼저 뛰어가 전경과 분위기를 담는다. 조금 있다가 찍어야지, 나올 때 찍어야지, 미루다 보면 놓치기 쉽다. 미리 취재를 해두면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다시 찍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주변 스케치를 끝내면 바로 천천히 걸어오는 남편과 아이들의 정겨운 모습을 한 컷 담아본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여 분. 사진을 핑계로 엄마의 역할에 소홀할 수는 없다. 재빨리 사진을 찍은 후에는 서둘러 가족의 일원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아이들의 손도 잡아야 하고, 짐도 들어야 하니까~! 


 

카메라를 내 몸같이  


 할머니가 아이에게 보이는 관심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 아이가 몇 살인지, 어떤 여행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아이와 함께하면 자연스럽게 사람이 다가온다. @ Columbia Icefield


자연스러운 가족의 모습이나 웃음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카메라를 몸에 붙이고 있을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고 느껴졌을 때 원하는 장면을 포착해 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가족을 관찰하다 보면 아이와 남편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관심사나 대상을 볼 수 있기도 하다. 때로는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고 카메라 든 손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혹은 주저앉아 발치에서, 혹은 하늘 높이에서 다양하게 담아보기도 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생각 외로 재미있고 신선한 앵글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카메라의 종류와 스킬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내 아이의, 내 가족의 '가장 사랑스러운 모습'은 '아이들과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내 가족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가장 잘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다가도 벌떡!


 장난기 발동한 아가씨 @ Lake Louise

 가을을 느끼며 @ Jasper

아이들의 취침시간은 저녁 9시, 유아가 있는 보통의 집이 그렇듯 아이의 안정적인 수면유도를 위해 온 가족이 함께 잠자리에 든다. 하지만 아이들이 잠드는 그 순간, 블로거 엄마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후작업을 해야한다. 노트북에 사진 백업 및 분류, 그날의 여행일기를 써야 한다는 뜻.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때가 모두가 잠든 시각이기 때문이다. 짧은 일정이면 이 과정은 생략할 수 있겠다. 하지만 3박 이상의 여행이라면 아무리 피곤해도 반드시 정리하는 것이 좋다. 저녁 시간 30분 정도를 투자해 그날 찍은 사진을 날짜, 장소별 폴더로 구분/ 정리하고 인상적이었던 순간이나 에피소드를 짧게 기록해 보자. 그러면 나중에라도 생생한 여행기를 쓸 수 있을 뿐더러 집에 돌아가 사진 정리에 따로 시간을 들이지 않아 좋다. 여유가 좀 있다면 하루를 돌아보며 블로깅 주제를 리스트업 해봐도 좋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열정이 지나쳐 밤잠을 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혼자만의 여행이 아니라, 아이들을 챙기며 함께 하는 가족여행이니 체력안배는 필수~! (내가 잘 조절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열정, 그리고 '지지와 협조'



출발점은 하고자 하는 열정이다. 하지만 핵심은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다. 남편의 배려가 없으면 가족여행을 취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내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동안은 남편이 아이들을 챙길 수 밖에 없다. 평소에 역할 분담을 잘 하고있는 커플도 여행을 떠나면 투닥거리기 마련인데, 여기에 아이까지 돌보는 것은 분명 만만치 않은 일. '아내의 취미 활동에 희생'한다고 표현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늘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도 그 때문. 그럼에도 불고하고 내 가족의 여행을 사진과 글로 남기는 일은 가치롭다. 우리만 아는 에피소드,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꾸준히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은 오직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이럴 때 보람을 느낀다


 부쩍 친해진 부자 @ Jasper

살을 맞댈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빠와 아이들이 여행하는 동안 친해진 것을 느낄때, 내 글에 공감하는 독자를 만났을 때, 우리의 여행 흔적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가장 기쁠 때는 다시 읽어본 내 글 속에 여행하던 그때의 감정과 느낌, 사소하지만 잊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음을 발견할 때이다. 가끔 누가 블로그를 왜 하냐고 물으면 나는 '내 가족의 여행역사를 담기 위해'라고 말한다. 미디어니 파워블로그니 굳이 거창한 의미를 담고 싶지 않다. 우리와 비슷한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가 있고, 훗날 내 아이들과 점차 기억력이 쇠퇴해 가는 우리 부부에게 즐거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유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가끔은 여행을 기록하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는 건지, 블로깅을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건지 헛갈릴 때도 있다. 
하지만 블로그가 있기에 더 적극적으로 여행을, 삶을 즐기게 되는 것만은 확실하다. 
중요한 건 블로그가 있기에 앞으로도 우리의 여행 이야기는 계속 될 것이라는 것이다. ^^


▲ 오늘 포스팅의 발아점. 늦게나마 답해봅니다. 선배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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