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10가지' 하와이에 대한 이야기

와이키키 비치와 서핑, 훌라춤 추는 여인과 우쿠렐레, 꽃목걸이 '레이'. 
굳이 미사여구를 동원하지 않아도 이미 오래전부터 검증된 파라다이스. 
이름만 들어도 어디선가 몽롱한 음악이 들려오는 것 같은 환상의 섬. 
사철 따뜻한 기후에 
일 감각을 상실한 채 살 수 있을 듯한 그런 곳.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상상 속 하와이의 이미지는 아마도 이런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며칠간 내가 경험한 하와이는 조금 달랐다.

아름다운 해변과 화산의 터프함이 공존했고, 한없이 여유로웠지만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도 있었다.
따뜻할 거라는 생각에 반바지 차림으로 나섰다가 뼛속까지 스미는 찬 기운에 덜덜 떨기도 했으며,
영어 울렁증이 있는 나도 거침없이
 현지인들과 웃고 떠들 수 있었다. 
바로 어제까지 내가 있었던 하와이는 그랬다. 


당신이 모르는 진짜 하와이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해 볼까 한다.



하나, 우리가 알고 있는 하와이는 진짜 하와이가 아니다!

▲ 와이키키 비치 @오아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하와이의 모습은 하와이주(州)에 있는 수 많은 섬 중 '오아후 섬'만을 대표하는 이미지이다. 미국을 이루는 50개의 주 중 50번째 주인 하와이주에는 약 130 여 개의 섬이 있는데, 이중 사람이 사는 유인도는 8개, 군사 지역과 사유지를 제외하면 일반인이 여행할 수 있는 섬은 6개이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섬은 와이키키 비치로 알려진 오아후로 하와이의 주도 '호놀룰루'가 있는 곳이다. 


▲ 마카푸우 포인트 @오아후


하와이에는 오아후 외에도 유명한 섬이 세 개가 있다. 세계 최대의 휴화산과 멋진 비치가 있는 '마우이', 하와이에서 가장 젊은 섬으로 살아있는 화산의 경이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빅 아일랜드', 그리고 영화 '아바타'의 촬영지로 '신들의 정원'이라 불리는 '카우아이'가 바로 그것. '이웃 섬을 보지 않고는 하와이를 봤다'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각 섬에는 서로 다른 매력이 있으며, 세상 어디에서도 보지 못할 절경들이 숨어 있다. 



둘, 하와이는 의외로 터프하다


▲ 화산 국립공원 용암지대 @빅아일랜드


여유로운 해변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였을까? 

화산지형이라는 사실을 알고 갔음에도 빅 아일랜드 에서 마주친 하와이의 이미지는 내게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지구 상에서 가장 활발히 분출하는 화산이 있는 화산 국립공원(Volcano National Park)에는 불과 40년 전인 1970년에도 4년간 용암 분출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이 주변은 온통 검게 굳은 용암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해안선까지 이어진 끝을 알 수 없는 용암지대에서 자연의 위대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 화산 국립공원 용암지대 @빅아일랜드


용암이 굽이굽이 지나간 길과 부글부글 끓었던 흔적, 도로 하나를 통째로 삼킨 모습, 검게 박제된 물고기들을 확인하며 두 발로 굳은 용암을 밟고 지날 때의 기분이란~!



셋. 정글이 많지만 위험하지 않다


▲ 칼랄라우 전망대 @카우아이


오래된 화산 용암지대는 미네랄이 풍부해 비옥한 토지가 된다. 여기에 사철 따뜻한 기후까지 더하니 하와이에서 가장 오래된 섬 카우아이 같은 곳은 그야말로 정글이다. 타잔이 줄기를 타고 다녔던 반얀트리 (보리수)가 하와이 곳곳에 지천으로 널려 있으며 가는 곳마다 열대 식물과 꽃, 주렁주렁 매달린 과일들을 볼 수 있다. 


▲ 아카카 주립공원 @빅아일랜드


정글이라 위험하겠다고? 혹시 TV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을 상상하며 독충과 뱀를 의심한다면, 이곳에서만큼은 안심해도 좋다. 하와이에 야생 멧돼지와 몽구스는 있어도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독충과 뱀은 없다. 용암에는 유황 및 백반 성분이 있어 뱀 등이 살 수 없는 환경이라서 그렇다. 



넷. 때로는 춥다


▲ 할레아칼라 정상 @마우이

지구 상에 있는 기후는 모두 13가지, 작은 하와이에만 무려 11가지의 다른 기후가 존재한다. 보통은 일 년 내내 우리나라의 초여름과 비슷한 날씨를 보이지만 습도가 낮아 그리 덥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하와이의 우기가 시작되는 겨울, 10월 말부터는 비가 내릴 때나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꽤 크다. 하와이 여행을 할 때 반드시 긴팔 옷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 화산 분화구를 보기 위해 산을 오를 때는 고도에 따라 날씨와 기온이 달라지므로 긴팔, 긴 바지, 우산 이나 우의는 필수다. 


▲ 할레아칼라 정상으로 가는 길에 버스에서 본 구름 @마우이


마우이에 있는 할레아칼라 국립공원 정상의 평균 기온은 영상 4도 정도로 특히 두툼한 긴 옷이 필요하다. 겨울에 빅아일랜드의 마우나키아산 정상에서는 눈이 내리기도 한다.



다섯. 하와이언의 주식은 밥?!


▲ 왼쪽부터 로모코모, 스팸 무수비, 코리언 치킨 무수비


하와이 원주민의 주식은 포이 (Poi, 우리의 토란보다 큰 하와이산 토란인 '타로'를 갈아서 물에 탄 것)이지만, 현대 하와이 음식은 오래된 이민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오래전부터 미국 본토와 유럽에서 건너온 사람들은 풍부한 해산물과 청정한 자연에서 자란 고기와 채소를 자신들의 음식문화로 소화했고, 하와이가 사탕수수의 주요 생산지로 자리잡은 1900년대부터는 한국, 중국, 일본의 노동자가 본격적으로 이주하면서 동양의 음식문화도 자연스럽게 유입되었다. 하와이의 대표적인 음식인 햄버그스테이크를 닮은 '로코모코', 스팸 초밥이라 불리는 '스팸 무수비', 밥과 새우, 샐러드 등을 한 그릇에 담아주는 '플레이트 런치' 등에는 모두 흰 쌀밥이 들어간다.



여섯. 햄버거를 주문할 때도 이름을 묻는 곳


▲ 영수증에 이름을 적어뒀던, 쿠아 아니아의 아보카도 햄버거 @오아후


외지인을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알로하'정신 때문일까? 아니면 천성이 느리고 친절한 사람들이라 그런 걸까? 하와이의 상점에서는 종종 이름을 묻는 경우가 있다.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커피를 주문할 때, 패스트 푸드점이 아닌 곳에서 햄버거 등 음식을 주문할 때, 심지어는 가게에서 옷을 입어볼 때도 이름을 물으며 악수를 청해온다. 커피는 컵에, 음식은 영수증에 이름을 써 두었다가 순서가 되면 부르니 당황하지 말고 이름을 알려줘도 좋다. 옷을 입어볼 때 이름을 알려주면 피팅룸 밖에서 사이즈는 맞는지, 뭐 더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물어보며 친절하게 맞는 사이즈나 다른 디자인을 가져다주니 편하다.    



일곱. 영어가 서툴어도 여행할 수 있다


▲ 화산 국립공원 입구 @빅아일랜드


발음이나 문법이 정확하지 않으면 바로 '뭐라고?'라며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영어권 다른 곳과는 달리, 하와이는 미국임에도 불구하고 서툰 영어로도 거침없이 대화할 수 있는 곳이다. 이것 역시 오래된 이민의 역사와 관계가 깊다. 하와이 전체 인구 중 백인의 비율은 24%밖에 되지 않으며, 아시아계 황인종이 다수를 이룬다. 관광객의 증가로 하와이언들은 늘 들을 준비가 되어있으며 악센트가 강한 서툴고 느린 영어에도 관대하다. 



여덟. 지상낙원, 그러나 흡연자에겐 지옥


▲ 바다표범을 보며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는 포이푸 비치 파크 @카우아이


▲ 라 하이나 거리 @마우이


하와이의 흡연 관련 규정은 매우 엄격하다. 길거리나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는 물론, 해변, 버스 정류장, 호텔 방, 심지어는 호텔 발코니에서도 담배를 필 수 없다. 호텔 투숙 시 서약서에 따로 금연 관련 규정이 있어 사인을 해야 할 정도다. 호텔 로비 등 지정된 흡연장소에서는 담배를 필 수 있지만, 흡연 가능한 장소는 극히 드물다. 하와이 여행을 계획한다면, 이참에 금연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아홉. 쇼핑 천국 하와이


▲ 와이키키 쇼핑 거리의 T 갤러리아 @오아후


제주도만 한 오아후 섬에는 세계에서 손꼽는 명품과 각종 패션 브랜드, 아웃렛 등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와 있다. 물가가 무척 비싼 편이지만 해가 진 후 거리의 쇼핑센터를 기웃거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지갑을 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와이키키 비치에서 대중교통으로 손쉽게 갈 수 있는 알라모아나 쇼핑센터는 세계 최대 규모 아웃도어 쇼핑센터로 니만 마커스, 메이시스 등 백화점 6곳을 비롯해 각종 로드숍과 맛집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쇼핑족에게는 종일을 투자해도 모자란 곳이니 시간을 정해두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열. 그러나 하와이도 미국이다.


▲ 해진 후의 어두운 워드센터 앞 거리 @오아후

 

천혜의 자연환경에 친절한 사람들, 험한 곳까지 잘 닦인 도로, 다양한 즐길 거리와 여행상품, 게다가 쇼핑까지... 여행지로 이렇게 최적화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 한가지가 있다. 바로 하와이도 미국이라는 점이다. 큰 길이라도 어두운 길, 불 꺼진 건물 앞, 골목길 등은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마약이나 술에 취한 사람들을 만나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하와이라도 방심하지 말고 상식적인 안전 수칙들을 잘 지킨다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다. 


▲ 돌 파인애플 농장의 해질녘 풍경 @오아후


하와이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만큼 매력적인 곳이라는 의미인듯 하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하와이의 숨은 매력에 푹 빠졌던 6일~!

다음 글 부터는 하와이의 진짜 매력인 이웃섬들을 하나씩 훑어볼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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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데이 온더로드

* 취재지원: Get About 트래블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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