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데이트, 광화문 더플레이스

쌓인 눈이 채 녹기도 전에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 아이들과 함께 광화문 나들이에 나섰다.


우리의 광화문 미션은 세 가지~!


첫째, 개장을 앞둔 시청 앞 스케이트장 상태 확인하고 연례 행사인 빅 트리 앞에서 인증샷 찍기. 

둘째, 분위기 있는 곳에서 알콩달콩한 가족의 연말 송년회 하기,

셋째, 교보문고 들러 아이들과 함께 책보는 주말 만들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부분(?) 성공! 


'트리 앞에서 사진 찍기 미션'은 다음 스케이트 나들이때 하기로 미루긴 했지만 분위기 있는 광화문 더 플레이스에서의 맛난 식사,
모처럼 들른 (몇 년만이던가~) 광화문 교부문고에서의 책 쇼핑은 요즘같은 연말에 걸맞는 훈훈한 가족의 데이트 코스였단~.


자, 그럼 지난 주말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볼까?


▲ 광화문 더 플레이스


광화문까지 차를 가지고 나간다는 것은 사실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이다. 

복잡한 도로 사정도 신경쓰일 뿐만 아니라 공영주차장 1시간 주차요금이 무려 6,000원이기에 자칫 밥값보다 주차요금이 더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인데다가 예약시간이 다 되어 일단 차를 몰고 나섰다.


다행히 바로 근처의 파이낸스 빌딩 주말 주차 가격이 1일 9,000원이라는 정보를 입수! 종일 주차가 가능하니 시간에 쫓길 걱정도 없어 좋다. 

넉넉한 주차공간에 차를 세우고 향한 곳은 광화문 '더플레이스(The Place)'였다.


▲ 창밖에서 들여다 본 더플레이스 오픈키친. 


더플레이스는 '바쁜 밀라노 사람들이 즐기는 작은 여유로움'을 모티브로 한 새로운 컨셉의 이탈리언 레스토랑이다. 

그 지역, 그 땅에서 난 가장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다는 요리 철학을 바탕으로 '서산 마늘, 안동 사과, 서해안산 바지락과 제철 과일/ 채소'를 사용한다고. 대신 치즈나 파스타 면 등은 품질을 인증받은 이탈리아산 식재료를 쓴다니 더플레이스에서 자랑하는 그 신선하고 깊은 맛이 궁금해졌다.   


 천장의 작은 타일에서부터 메뉴 담음새 하나까지 패션과 디자인의 밀라노 도시 감성을 담아냈다는 인테리어



미리 예약했기에 분위기 좋은 2층의 창가자리를 안내받았다. 



자리를 잡고 밖을 보니 어느새 눈발이 굵어졌다.
식사를 마치고 나설 때까지 눈이 더 쌓이면 눈썰매를 태워달라는 첫째 아이... 여기서 ? --;



스티브와 나는 오랜만에 스파클링 와인을 한 잔 했다. 소복소복 쌓이는 눈과 상큼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의 조화란 !
작년 캐나다의 레이크 루이스에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스파클링 와인과 에프터눈 티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가볍게 한 잔~



아이들에게는 추천받은 유자 에이드를 주문해 줬다. 

에이드 종류는 블루베리, 자몽, 유자가 있는데, 새콤한 맛이 덜하다는 달콤한 유자 에이드로.





요리는 나탈레 포르마지오 피자, 리모네 크랩 링귀니 파스타, 올리브 TV의 테이스티 로드에 나와 유명해졌다는 블랙 모짜볼, 

그리고 버섯리조또를 튀겼다는 시칠리안 아란치니를 주문했다. 



와인과 딱 어울리는 나탈레 포르마지오 피자.

4가지 치즈(고르곤졸라, 생 모짜렐라, 그라나 파다노, 홈메이드 리코타 치즈)와 카라멜 코팅한 호두, 말린 크렌베리를 듬뿍듬뿍 얹어 고소한 치즈와 거친 토핑의 식감이 오묘하게 어울리는 맛이었다. 솔직히 아이들 입맛이라기보다는 내 입맛. :) 와인과 어울리는 맛이라니까~



대게 다릿살이 듬뿍 올려진 비주얼이 가히 압도적이었던 리모네 크랩 링귀니 파스타.

링귀니 면에도 진한 게살 맛이 배어있고, 무척 담백해 느끼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잘 드실 수 있겠더란.



버섯 리조또를 고로케처럼 튀겨내 토마토 소스에 찍어먹는 시칠리안 아란치니.

메뉴에는 '매콤한' 토마토 소스라고 되어 있었는데, 소스 속 할라피뇨 때문인듯 했다. 



"어떻게 먹어요?"란 내 질문에 훈남 직원은 '먹을만큼 잘라서 소스에 찍어' 먹거나, '잘게 부숴서 섞어 먹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자신은 후자의 방법으로 즐겨 먹는다는 친절 멘트도 잊지 않았다. 세심하게 이것저것 챙겨주던 그 직원을 딸아이는 '오빠'라고 불렀더랬다. ㅎ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었던 블랙 모짜볼.

더플레이스에는 피자와 파스타 같은 메인 메뉴말고도 가볍게 곁들여 먹을 수 있는 1만원 미만의 스몰 플레이트가 있는데, 그중 가장 인기 있는 메뉴라고 했다.



먹물로 반죽한 까만 빵에 흰 눈 같은 모짜렐라 치즈가 듬뿍~!



블랙 모짜볼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메뉴이기도 했다.
하나를 통째로 들고 폭풍 흡입중인 딸램. 치즈를 얼마나 길게 늘일 수 있는지 직접 시범(!)을 보여주기도 했다..;



길다란 빨대를 아이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가져다 주신 훈남 직원분 덕에 둘째군도 유자 에이드를 편하게 마실 수 있었다.


미운 7살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케 하는 예쁜(!) 6살 진아. 

주관이 확실 한 건 혼낼 일이 아니라 지켜줘야 할 성향이다. 사진 속 예쁜 아이를 보며 다짐, 또 다짐해 본다.


데이트 중인 커플, 여자친구들 끼리의 모임, 가족모임 등으로 북적이는 실내. 

1층보다는 2층이 분위기가 좋고, 특히 광화문 거리를 보며 식사할 수 있는 창가쪽 자리는 정말 전망이 좋다. 

크리스마스 데이트, 연말 모임 등을 계획하고 있다면 미리미리 예약해야 할듯.



오늘 내가 맛본 메뉴는 모두 겨울철 신메뉴 되시겠다. 나탈레 포르마지오 피자, 리모네 크랩 링귀니. 

가격대는 2만원 선. 메인을 몇 가지 주문하고 스몰플레이트를 이것저것 선택해 다양하게 맛보는 것이 좋다.



식사를 마치고는 바로 근처에 있는 고디바에서 핫초코를 한잔 사들고, 교보문고로 향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체험코너도 있어 색칠놀이도 하고 모처럼 서점에서 신간 구경도 하며 책 읽으며 보냈던 하루~

갈수록 추워지는 날씨에 바깥 나들이가 부담스러워지는 요즘이다. 하지만 겨울엔 좀 춥고, 눈이 좀 내려줘야 제맛. 

돌아오는 길에는 눈뭉치를 만들어 눈싸움도 하며 모처럼 제대로 겨울 가족 데이트를 즐겼다. 


막상 나서면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겨울이, 추위가 두려운 건 아이들이 아니라 내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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