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성을 자아내는 풍경, 보라카이에서 만든 특별한 모래성

2014.03.11 08:00 / 센티멘탈 여행기/필리핀 세부, 보홀, 보라카이


보라카이를 뜨겁게 달구던 해가 멀리 수평선 뒤로 사라질 때면 어디에선가 동네 아이들이 나와 해변에 모래성을 쌓기 시작한다. 

삽으로 모래를 퍼와 크고 높게 쌓고 물을 뿌려 손으로 다지는 폼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성 모양을 조각하고, 그 밑에 BORACAY라는 글씨와 날짜를 새겨 넣기도 한다. 

완성된 조각에는 맥주병으로 등을 만들어 조명을 비춘다. 




보라카이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인 ‘모래성’.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잡지에서 처음 이 모래성을 봤을 때는 어느 예술가의 작품이겠거니 했다. 

야외 결혼식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 만드는 조각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우리네 얼음조각처럼. 

혹시 내가 보라카이를 여행할 때, 한번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보라카이에 도착하니 이 화려한 모래성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매일 저녁, 어떤 날은 하루에 몇 개씩도 눈에 띄었다. 

진짜 모래만으로 쌓은 성이라니! 

거대한 보라카이의 모래성은 쌓는다기보다는 ‘짓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두운 밤 바다를 배경으로 은은하게 불 밝힌 보라카이 성은 그야말로 로맨틱했다. 

첨탑 사이로 흔들리는 불빛이 어우러진 해변 풍경은 사진보다 훨씬 근사했다. 


다음날, 우리는 직접 모래성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머리 위로 태양이 이글거리는 한낮이었지만, 바다 가까이에 자리를 잡고, 더우면 수영도 한번씩 하며 예술혼을 불태웠다. 

화이트 비치의 고운 모래는 물과 섞으면 점토처럼 잘 뭉치는 특성이 있다. 공을 들이면 높이 쌓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성을 쌓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모래와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들은 장난감 플라스틱 양동이로 수없이 모래와 바닷물을 실어 날랐다. 

해초를 주워와 성 위에 얹거나 장난감으로 장식하는 등 제 나름의 아이디어를 내 치장하기도 했다. 

모랫바닥에 함께 퍼질러 앉아 틀을 잡고 조각하기를 30여분, 드디어 우리만의 모래성이 탄생했다. 


꽤 그럴듯 했다. 

사실 필리핀 아이들의 솜씨를 따라갈 수 없었고 글씨도 비뚤비뚤 했지만, 우리가 직접 만든 모래성이라 오히려 더 정이 갔다. 

사진을 찍기 위해 돈을 낼 필요도 없었다. 

평소 카메라만 들이대면 도망가는 아이들도 이번에는 서로 사진을 찍어달라며 졸라댔다. 






우리는 모래성을 앞에 두고 점프를 하는 등 갖가지 재미난 포즈를 취하며 추억을 남겼다. 

얼마나 법석을 떨었던지, 지나가던 외국인들도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윽고 밀물이 들어왔고, 해가 지기도 전에 성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애써 만든 성이 쉽게 부서지는 모습을 보니 공연히 쓸쓸해졌다. 

하지만, 그 마음도 잠시.

몸에 튜브를 낀 아이들이 달려드는 통에 정신이 차려졌다.




아이들은 알까? 우리가 쌓아올린 것은 비단 모래성 만이 아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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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0 / Comments 10

  • Favicon of http://view42.tistory.com viewport 2014.03.11 08:16 신고

    아이들과 정말 행복하고 기억에 남는 시간을 보내셨네요 보라카이 아이들은 모래성을 뚝딱짓고 사진찍을때마다 돈을 받아가더군요^^ 가족들이 만든 모래성이 훨씬 보기좋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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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4.03.12 11:03 신고

      사실 뚝딱은 아니에요. ^^ 보라카이 아이들도 한시간 정도 걸리더라구요. (물론 퀄리티에 따라다르겠지만.)
      수업 마치고 용돈벌이로 하는 것 같던데, 좀 안쓰럽기도.
      좀 더 멋진 모래성을 찾아 제대로 가족사진을 찍고팠는데, 아이들이 그럴 여유를 주지 않아서.. ㅋ
      하지만 저희가 만든것도 괜찮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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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ophism-travel.tistory.com 무념이 2014.03.11 11:57 신고

    오! 이걸 직접 만드셨군요~ 사진 한장 찍었다고 돈내놓으라 해서 사진 삭제했던 기억은 있는데...
    아이들의 솜씨가 훌륭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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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4.03.12 11:05 신고

      저런... ㅠㅠ 무념이님 안좋은 기억이 있으시군요.
      요즘에도 돈을 요구하기는 하던데, 주고 싶은 만큼 주면 되더라구요.
      모래성 자체를 찍을 때는 아니고, 모래성을 배경으로 인물 사진을 찍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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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tvexciting.com 이종범 2014.03.11 14:02 신고

    캬~ 보라카이~~ 정말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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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4.03.12 11:06 신고

      ㅎㅎ 종범님 가셨을 때 어찌나 부러웠던지~
      그냥 앞바다도 이렇게 좋은데, 샹그릴라는 어땠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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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처럼 2014.03.11 15:53 신고

    모래성을 어떻게 만들지. 정말 신기신기 @_@ 아이들이 만든 것도 충분히 훌륭해요!
    (흑흑... 저 언제 차단하셨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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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4.03.12 11:08 신고

      엇. 차단한 적 없는데, 티스토리의 고질적인 오류인것 같아요.
      이미 에코님, 미도리님 등 많은 분이 고생을 ㅠㅠ
      고객센터 메일 보내다가 이제는 그냥 참고 쓰는 중이에요. (할말 많아요.. 아시죠?)
      모래성은.. 일단 한번 만들어보시면 압니다.
      보라카이는 휴양지이지만, 아마 바람처럼님도 좋아하실 곳.
      아이들 놀기에도, 어른들 놀기에도 좋아요. 특히 밤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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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thejoys.tistory.com Joymom 2014.03.12 00:40 신고

    보라카이에서도 빛나는 뽀로로!에 웃음짓게 되네요. 사진도, 아이들 솜씨도 멋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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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4.03.12 11:09 신고

      ㅋ 저건 둘째군 건데, 누나가 독차지.
      보라카이에서도 뽀로로 사랑은 계속 됩니다.
      심지어 뽀로로 음료수도 사마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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