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으로 보는 요즘 근황

초고를 탈고했다.


책을 만들어 보는 것이 처음이라 탈고라는 말을 이럴 때도 쓸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약 6개월에 걸쳐 끝까지 완주를 했다.


앞으로 부족한 점 다듬고, 모자란 부분 채우고,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완성도를 높이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완결을 짓는 것이니,
일단 마무리 짓고 숨을 좀 고르려고 한다.


원고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분명 시린 손 호호 불며 타이핑 했던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5월...
수험생때도 하지 않았던 밤샘을 거의 매일 하고, 세월호 소식으로 계속 디프레스 되어 있었더니
스트레스와 누적피로, 수면부족의 결과가 중이염으로 찾아왔다.
귀가 먹고 눈이 머는 사태가 일어났다. 다행히 푹 자고 나니 눈은 좀 나아졌지만, 

보름 넘게 한쪽 귀가 먹먹한 것이 아무래도 다시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


나이 탓인가...




루틴하게 돌아가는 본업이 따로 있으면서 책도 쓰고 가정도 꾸리는 사람들은 대체 어디에서 그런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 걸까?

마감이 다가올 수록 불안해 하는 나를 대신해 스티브가 전적으로 살림과 육아를 책임졌다.

가끔은 내 먹거리도 책임졌는데, 봄이라고 멍게 비빔밥을 만들거나 주꾸미를 공수해 오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새벽 쪽잠 자는 나보다 매일 나 때문에 숨죽였을 가족들이 더 힘들었겠단 생각이 든다.


늘 고맙고, 미안하다.



벚꽃 필 즈음이었던가.. 그런 와중에도 군에 간 동생 면회는 다녀왔다. 
진아가 삼촌에게 보낸다며 위문 편지를 쓰고는 뒷장에 그림을 그렸는데,
삼촌은 저렇게나 크고, 자신은 머리카락이 땅에 닿을 것 같다. 윙크 디테일까지. 점점 섬세해지는 표현력.



며칠 전에는 뜻하지 않은 가방 선물을 받았다. 
가죽공예를 하는 선배가 바빠도 잠깐 나와보라며 불러내더니 상콤한 민트색 쇼퍼백을 놓고 갔다. 

어제는 페북에 카메라 백팩 좀 추천해 달라는 글을 올렸더니 지인께서 마침 안쓰는 가방이 있다며 퀵으로 보내주셨다.
 의인들께 받은 과분한 선물에 몸둘바를 모르다가 나도 좀 베풀고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1월에 구매한 스페인 항공권. 그날이 과연 올까? 싶었는데, 어느덧 일주일 남았다. OTL.

한 달 남짓한 여행을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는 고작 항공권과 렌터카 예약, 그리고 첫 나흘을 보낼 숙소 정도다. (아. 카메라 백팩도 준비됐구나.)

다행히 남편이 먼나라 이웃나라부터 역사서, 에세이 등 각종 스페인 관련 서적, 인터넷 후기 등을 섭렵한 터라 살짝 기대해 보기로 했다. 
루트도 대충 짜 놓은 것 같던데, 입장권 예매도 해야하고, 환전 계획도 세워야 하고, 할 일이 많다. 


나는 오늘부터 벼락 공부를 시작했다.


<사진출처 http://hostalbellalola.com>

첫 나흘을 묵을 숙소. 바르셀로나는 숙박비가 비싸다. 아무리 저렴한 호스텔이라도 네 가족이 머물만한 곳은 최소 15만원 이상 든다.
한 달을 여행하는 우리로서는 감당 못할 수준. 그래도 나름 폭풍 검색 끝에 괜찮은 트리플 룸을 찾아냈다. ▶ Hostal Bella Lola 
다음 도시부터는 숙박비 절감 방안을 강구해야 할 듯.


<사진출처 http://hostalbellalola.com>


세월호의 상처가 여전하고, 계속되는 실망과 좌절 속에 요즘의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우울하고 슬프다. 
이런 시국에 여행이라니, 사실 전혀 흥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10년만에 어렵게 만든 시간이고 기회다.

우리는 떠나야만 하고, 최선을 다해 즐거워야만 한다. 


일주일 남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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