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급 항공사의 어린이 기내식, 어떻게 나올까? 스페인으로

5성급 항공사의 어린이 기내식은 어떻게 나올까? 카타르 항공의 어린이 승객 대상 서비스  



서울 출발(9시간 20분), 도하 경유(3시간 대기), 최종 목적지는 바르셀로나(7시간). 

이동에만 총 19시간 20분이 걸리는 장거리 여행, 게다가 새벽 1시가 넘어 출발하는 밤 비행기였다.

이쯤되면 아무리 건장한 어른이라도 허리가 아프고 좀이 쑤시는 여정인데, 하물며 아이들은 어땠을까?



그런데 아이들은 달랐다. 걱정했던 것만큼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밤비행과 환승이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기내와 공항에서 제공되는 특별한 서비스가 있었기에 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대체 어떤 서비스가 있었을까? 



5성급 항공사의 어린이 승객을 위한 특별 서비스 



우리가 이번 스페인 여행에서 이용한 카타르 항공은 세계에 7개 밖에 없는 5성급 항공사로 유명하다.  

유명세는 비즈니스석의 편안함과 럭셔리한 서비스에서 비롯됐지만, 일반석도 나름 쾌적하고 안락했다. 

특히 어린이 승객을 위한 서비스가 남달랐는데, 기내식은 다음 식사가 기대될 정도로 다채로웠고, 제공되는 장난감도 퀄리티가 무척 좋았다. 

어린이 프로그램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영화와 게임이 가득했다.



캐릭터 런치박스에 담아주는 어린이 기내식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어린이 기내식이었다. 카타르 항공의 차일드밀은 일반 기내식 트레이가 아닌 귀여운 런치박스에 담겨 나온다. 

런치박스에는 더운음식과 빵, 과일 뿐 아니라 아이의 긴 비행시간을 벼텨줄 다양한 간식과 음료 등이 들어있다. 

마침 아이들이 자고 있어서 내가 음식을 받아 두었는데, 구성이 어찌나 다양하던지 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했다.



▲ 카타르 항공의 평범한 어린이 기내식 포스, 탑승 시각의 최소 72시간 전에 차일드밀을 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



▲ 애그 스크램블과 소시지, 감자튀김, 콩으로 구성된 어린이 기내식 아침메뉴, 방긋 웃는 감자가 귀엽다.



▲ 입이 짧은 첫째와 달리 밥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둘째군. 이제 혼자서도 잘 먹는다.



▲ 박스를 닫으면 스폰지밥 캐릭터가 나온다. 이후 스페인 여행을 하는 한달 동안 런치박스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그러면 어른의 식사는? 특별히 맛있지는 않았지만, 괜찮은 수준이었다. 가끔 후식 꾸러미에 고디바 초콜릿이 들어있어 '5성급'이란 단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 나와 스티브는 인심 좋은 음료(정확히는 주류) 서비스에 만족했다. 레드와인을 주문하면 스페인산과 프랑스산 중 선택할 수 있었고, 컵에 가득 찰 정도로 가득 따라줬다. 덕분에 우리도 긴 잠을 잘 수 있었다는.



스티커에서 가방까지, 즐길거리 가득한 액티비티 팩


어린이 승객을 위한 특별 서비스는 기내식에서 끝나지 않았다. 잠시 후 승무원이 가져다 준 액티비티 팩에는 스폰지밥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색칠공부, 스티커 세트 등이 들어 있었다. 대한항공, 에어 캐나다, JAL 등 타 항공사를 이용할 때도 어린이 선물을 받아본 적이 있지만, 대부분 간단한 색칠공부 세트나 스티커, 손수건 등이었기에 카타르 항공의 이런 고퀄리티 장난감 패키지는 정말 의외였다. 



네오플랜 소재의 지퍼가 달린 파우치, 스티브는 아이패드 가방으로 딱이라며 좋아했다. (애들 건데...;)


▲ 파우치를 열면 스폰지밥 열쇠고리, 색연필, 연필깎이, 스티커북, 노트 등이 들어 있다.



▲ 색칠공부부터 미로찾기, 스티커까지 어느 페이지 하나 버릴 것 없었던 책



▲ 카타르 항공 어린이 선물, 스폰지밥 크로스백


심지어 액티비티 팩은 두 가지 종류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방금 언급한 '네오플랜 파우치'와 위 사진 속의 '스폰지밥 크로스백' 중에서 말이다. 우리는 스페인을 오가는 길에 총 4번의 비행을 했고, 아이가 둘이었으니 선물을 8개나 받을 수 있었다. (남은 선물은 주변 지인에게 다시 선물했다.)



▲ 크로스백에는 들어있는 구성품도 조금 달랐다. 



▲ 엽서, 손가락 종이인형, 스티커북, 색칠공부, 틀린그림 찾기 등이 들어있는 크로스백 팩. 네오플랜 팩보다 더 다양했다. 



▲ 큰 아이가 좋아하는 역할놀이에 제격인 손가락 인형, 아이들은 내가 준비한 놀잇감보다 액티비티 팩을 더 좋아했다. ㅠㅠ 



그러면 어른을 위한 선물은? 작은 파우치에 칫솔, 치약, 안대, 귀마개, 양말 등이 들어있었다. 대부분의 항공사 장거리 노선에서 제공하는 물건들이라 큰 감흥은 없었다. 신선했던 건 '양말'. 슬리퍼가 아닌 양말인데, 의외로 양말만 신고 화장실에 들락거리는 사람이 많더라는...; 



어린이를 위한 만화영화와 게임


어린이가 즐길 수 있는 만화영화나 게임도 개인 액정에서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었다. 구색 갖추기가 아니라 영화 편수도 많고, 최신 개봉작도 있어서 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 Young Travellers를 위한 프로그램



▲ 그런데 정작 둘째군이 가장 좋아했던 영상은 따로 있었다. 



▲ 바로 '비상시 안전 교육' 영상. 

승무원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기 전, 심각한 표정으로 구명조끼를 입고 바람을 불어넣는 장면을 보던 둘째군이 소리쳤다.

 

"엄마! 아저씨 나비 됐어~!"


순간, 앞자리 커플이 어찌나 킥킥대며 아이를 돌아보던지...;

 


내가 재미있게 본 건 메카 인디케이터였다. 카타르 항공이라서일까? 아니면 다른 항공사 비행기에도 있나?



드디어 바르셀로나...


그렇게 우리는 카타르 항공과 함께 19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자다가 웃다가 스페인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대를 빠져나오자마자 마주한 FC 바르셀로나 오피셜 스토어를 보며 바르셀로나에 있음을 실감했다. 



 중간 기착지인 도하공항에서는 짐으로 부친 유모차를 찾을 수 없었다. 

대신 빌려 쓸 수 있었는데, 유모차를 마치 카트처럼 줄세워 놓고, 신분증 제시 없이 아무나 뽑아 쓸 수 있는 시스템에 깜짝 놀랐다.

역시 5성급 서비스...?!



▲ 바르셀로나 공항 풍경. 안내판을 자세히 보면 스페인어, 영어, 카탈루냐어로 표기되어 있다.


카타르 항공 이용시, 인천공항 탑승게이트에서 유모차를 부쳤다면 도하에서는 찾을 수 없고, 최종 목적지인 바르셀로나에서 받아야 했다. 

유모차는 게이트가 아닌 수하물 찾는 곳(Baggage claim)의 특별 수하물 벨트 - 14번 'Special Baggage'에서 찾아야 한다. 



▲ 공항에서부터 축구 열기가 물씬~!

 


▲ 처음 만난 스페인,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거리(Passeig de Gracia).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에서는 곳곳에 그가 디자인한 벌꿀모양 보도블럭, 가로등 등이 있다.



▲ 예약해 둔 그라시아 거리의 한 호스텔에 짐을 풀었다.


 

▲ 19시간 비행 후에도 기운 넘치는 아이들. 


처음 만난 스페인, 바르셀로나 곳곳에서는 가우디가 디자인한 건축물, 가로등, 보도블럭 등을 볼 수 있었다. 

미술사 책에서나 보던 풍경이 차창의 사각 프레임 안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긴 여정이었지만, 나는 숙소에 도착해서도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한 달 스페인 여행의 첫날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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