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에어비앤비에서 날아온 200유로 청구서, 그 이후...

지난 글 '스페인 에어비앤비에서 날아온 '200유로' 청구서' 밑에 에어비앤비(Airbnb) 담당자의 댓글이 달렸다.
내 아이디를 알고 싶다는 것. 아이디와 문의사항 몇 가지를 전달했더니 다음날부터 몇 차례의 메일과 전화가 왔다.


▲ 문제의 숙소에서 평화로운 한 때



스페인 에어비앤비에서 날아온 200유로 청구서, 그 이후...


▲ airbnb.com


내가 질문/요구한 것은 이렇다. 


1. 청구서는 왜 메일로 오지 않았나? 집주인이 청구서를 등록했는데도 내게 알림메일이 오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만약 내가 에어비앤비에 접속해 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면 호스트의 협박대로 500유로가 결제됐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나? 

2. 보증금은 결제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해 보니 가결제 내역이 없는데, 그럼 어떻게 결제되는가? 

3. 이렇게 모욕적인 메시지와 청구서를 만나니 당황스럽다. 호스트는 원래 응답속도가 아주 빨랐지만 내 해명 메시지에는 어떠한 사과답변도 없다. 고의적인 것 같기도 하다. 에어비앤비에서 호스트에게 어떤 패널티를 줄 수 있나?


에어비앤비 측의 답변 요지는 이렇다. 


1. 2. 집주인이 보증금을 담보로 청구서를 발행했더라도 여행객이 동의하지 않으면 결제되지 않는다. 결제는 항상 양쪽의 의견을 들은 후 진행된다. 네가 묵은 바르셀로나의 숙소에는 500유로의 보증금이 있지만 우리가 양쪽의 증빙자료와 주고받은 메세지를 검토하고 중재하겠다. 

3. 스페인 에어비앤비에 의뢰해 호스트의 고의성을 파악중이다.(이전 청구 이력 등) 네가 청구서를 거절한 후 다시 집주인이 청구하지 않았으니 물리적으로는 해결이 됐다고 본다. 해결이 됐고, 스페인 집주인도 우리 고객이니 패널티 부과는 어렵다. 다만 네가 마음고생 했으니 다음에 쓸 수 있는 쿠폰을 보내주겠다. 호스트에게는 '다음부터 이런 일이 있을 때는 적어도 대화를 통해 해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또 만일 할 수 있다면 사과를 해주면 좋겠다'는 요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 어비앤비측 메일

에어비앤비에서는 이어서 다시 장문의 메일로 '달라진 보증금 처리 방식'을 설명했는데, 

이 글을 읽다보니 내가, 그리고 내게 500유로 보증금으로 협박하던 집주인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에어비앤비 보증금 처리 방식이 달라졌다는 거다. 



달라진 에어비앤비 보증금 처리 방식, Security Deposit


에어비앤비는 최근 보증금 처리방식을 바꿨다고 한다. 기존에 '선결제, 후 환불' 해주던 방식에서 '결제 정보만 저장, 사후 청구' 방식으로 변경했다는 것. 집주인의 확실한 증거가 있거나 여행객으로부터의 동의가 있기 전에는 보증금을 청구하지 않는다. 이제는 나처럼 보증금이 부당청구 되어도, 보증금 떼일까봐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Before - 선 보증금 결제, 후 환급
1) 보증금 $300이 걸려있는 숙소를 예약한다면 여행객이 숙소를 예약할 때 숙소비 외 보증금 $300이 카드 결제됨.

2) 체크아웃 후 아무일이 없으면 환급. (대부분의 호텔이 이런 방식으로 보증금을 처리함)


After - 결제 정보만 저장, 청구후 동의시 결제

1) 예약이 수락되면, 보증금 상세정보와 여행객 결제 정보가 에어비앤비에 저장됨. (보증금은 집주인이 청구하지 않는 한, 결제/승인되지 않음.) 
2) 집주인은 여행객이 체크아웃 후 48시간 이내에 보증금을 청구할 수 있음. 이 과정에서 여행객이 반드시 동의를 해야 결제가 이루어짐.

3-1) 여행객이 청구 금액에 동의할 경우, 에어비앤비에서 해당 금액을 보증금에서 결제, 집주인에게 입금. 5-7 영업일 정도 소요.

3-2) 여행객이 청구서를 거절하거나 48시간 이내에 응답하지 않을 경우, 에어비앤비에서 분쟁을 조정하도록 관할권이 변경됨. 보통 일주일 소요.
       에어비앤비는 적극적 개입하여 전화통화, 서류 요구 등의 방식으로 해결을 촉구하게 됨.
       이때 양측은 각각 다음과 같은 서류를 제시하며 무과실을 입증할 수 있음. 
       - 집주인: 
사건 혹은 피해에 대한 설명. 피해 내용이 담긴 사진. 사진이 없을 경우에는 왜 사진이 없는지에 대한 설명. 피해 물품의 영수증 원본,
                     대체 물품 영수증, 수리 관련 업체의 로고가 새겨진 공식 문서에 작성된 수리 견적서 등의 비용 관련 서류.
       - 여행객: 여행객이 제공할 수 있는 여타의 증명서류, 사진.


※ 하지만 여전히, 억울한 일이 발생했을 때 여행객이 찾을 수 있는 증거 자료는 흔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의 경우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에어비앤비에서 집을 빌릴 때는 차를 빌릴 때처럼 입실하자마자 꼼꼼하게 
사진을 찍어둘 필요가 있겠다. 



공유 경제, 그 명과 암


레지던스나 아파트형 숙소가 드문 지역에서 장기여행자나 아이와 함께 여행중인 사람들에게 '주방과 세탁기가 있고, 교통이 편리한' 에어비앤비 숙소는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다. 잘만 고르면 같은 값의 호텔보다 훨씬 좋은 조건의 숙소에 묵으며 현지인 친구도 사귈 수 있다. 

이런 부분 때문에 '내게 남는 방을 필요한 사람에게 임대하고 수익을 내는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는 요즘 사람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는 자신들이 숙박'업체'가 아니라,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나가는 숙박 공유 '플랫폼'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내 경우처럼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도 '개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우선시 한다는 단점이 있다. (나는 사진과 설명으로 부당한 청구와 우리 가족의 결백(?)을 입증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집주인에게 패널티를 주지도 사과를 받지도 못했다.) 일부 몰지각한 집주인들의 불법 임대와 안전 미비, 비싼 청소비와 보증금, 에어비앤비에서 부과하는 높은 수수료 등의 논란도 있다. 분쟁시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려우니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요즘은 업자들의 출현으로 물이 흐려지기도 했고, '기존 업계의 시장질서를 무너트린다'는 점에서 기업의 반발이 있기도 하다. (관련 기사: 공유경제, 세계 각국서 잡음…불법 논란 가열)


다행인 것은 에어비앤비에서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규정을 개정하고 있고, 꾸준히 고객 모니터링을 해 의견을 반영하고 있으며, 분쟁시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어비앤비에서는 자신들의 서비스가 '단순히 돈만 거래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이야기 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 이것은 반대로 '관계를 만들면서 속상한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과정'이 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 부분이 에어비앤비에서 가장 신경쓰고 있는 점이고, 공유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 앞으로도 여러 장치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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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에어비앤비 고객센터 https://www.airbnb.com/help/contact_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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