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키자니아'에서 보낸 특별한 일곱 살 생일

2014.09.23 07:30 / 센티멘탈 여행기/한 달쯤, 꼬따오 + 태국 여기저기

방콕에서 맞은 첫 아침은 진아의 생일이었다. 

한창 역할놀이에 빠져있는 일곱 살 진아를 위해 스티브와 내가 준비한 이벤트는 '키자니아(KidZania)'~!


키자니아는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터키, 브라질 뿐 아니라 한국의 서울에도 있는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다. 백화점, 공항, 소방서, 대학교, 병원, 공장 등 약 90여종의 직업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도시가 꾸며져 있다. 체험 공간에서 다양한 직종을 경험한 아이들이 역할놀이를 충실하게 수행하면 가상 화폐로 임금도 받을 수 있다.


 키자니아로 향하는 진아의 신난 발걸음


고작 일곱 살 아이에게 경제관념을 알려주려고 했던 건 아니다. 평소 키즈카페라면 넌더리를 내는 나이지만, 이날 만큼은 다양한 직업을 체험해보며 오로지 진아가 즐거웠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콩순이 병원놀이 보다 조금 더 그럴듯한 병원에서 의사가 되어 보고, 가짜 음식으로 하는 소꿉장난 대신 진짜 식재료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며 하루쯤 그녀가 좋아하는 역할놀이를 실컷하게 해주고 싶었다. 

 아이들의 세계로~ 키자니아 티켓 부스는 공항에 있는 항공사 카운터 같다.


검색을 해보니 방콕 키자니아에 다녀왔다는 교민의 글이 눈에 띄었다. 태국 방콕점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키자니아라고 했다. 아시아 허브도시 답게 다국적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라 영어로 진행되는 체험이 많고, 언어를 몰라도 대부분 몸으로 하는 것이라 참여가 가능하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또, 한국과 체험 내용이 비슷하지만, 덜 붐비고, 입장료는 태국 물가가 반영되어 한국의 반값 수준이라는 정보에 더욱 관심이 갔. (방콕: 850바트 -약 3만 원 / 서울: 5만 9천 원). 마침 우리가 키자니아를 찾았을 때는 협력사인 '에어아시아'의 탑승권을 제시하면 입장료의 40%를 할인 해주는 프로모션까지 진행중이었다. 와우~! @.@ 어른2, 만 6세 진아, 만 2세 정균까지 네 식구가 총 4만 오천 원에 입장~! 두둥!



아이들의 나라, 키자니아로



 쇼핑몰 한 층에 해당하는 넓은 공간에 세워진 키자니아 거리 풍경. 키자니아는 항상 밤이다. '낮에는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밤에는 치안이 불안해 마음껏 밖에 나가지 못하는 멕시코 아이들을 위해 만든 안전하고 즐거운 세상'이 바로 키자니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키자니아를 사진으로만 접했던 우리 가족은 마치 현실의 축소판 같은 풍경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모든 시설은 실제의 2/3 크기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었다. 소방서, 극장, 주유소 등이 있는 거리에는 자동차도 다니고, 택배 카트도 지나다녔다. 이따금씩 경찰 제복을 입은 아이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리포트를 적기도 했다. 


 은행에서 수표를 키자니아 가상 화폐인 '키조'로 바꾸는 아이들. 계좌를 개설한 뒤 현금카드를 받으면 현금인출기에서 키조를 인출할 수도 있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는 모두 현실 그대로였다. 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에서부터 시암 파라곤 같은 태국 로컬 백화점까지 똑같이 존재했다. 키자니아에 입장하면 먼저 입장권과 함께 받은 수표를 키자니아에서 쓸 수 있는 가상 화폐, '키조'로 바꿔야 한다. 일부 체험은 키조를 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키조로는 실제 기념품도 살 수 있다.


 키자니아 시티 맵을 살피며 체험할 직업을 고르는 진아와 스티브



도전! 직업체험 - 패션모델에서 소방관까지


 우리에게는 파란색 제도 연필로 친숙한 STABILO에서 예술가 체험. 평일에 방문했더니 태국 유치원 단체 손님이 있었다.


아이들의 첫 체험은 '예술가'였다. 대부분의 체험이 만 4세~14세 아이들을 위해 설계가 되어 있어서 만 2세인 정균이가 경험할 수 있는 직업은 5~6가지 정도로 한정적이었다. 마침 정균이의 낮잠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두 아이가 함께할 수 있는 직업을 고르다보니 'STABILO'에서 운영하는 색칠공부가 적당했다. 예쁘게 색칠한 그림은 선생님께 검사를 받고, 각각 20키조씩을 받았다.


  

 어떤 체험시설인지를 알리는 표시판

체험시설에는 저마다 '어떤 활동인지', '몇 명의 아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지', '얼마나 걸리는지', '몇 살부터 참여가 가능한지', '얼마만큼의 키조를 내야 하는지, 혹은 벌 수 있는지'가 표시되어 있다. 이걸 보고 다음 체험이 시작되기 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체험 가능한 직업인지를 가늠하면 된다. 일부 시설에서는 키자니아 대학을 나온 아이들에게 임금을 더 주기도 한다. 꿈과 환상의 세계인 기존의 놀이공원과 달리 ‘어른들의 잔혹한(?) 현실 세계'까지 체험할 수 있다. 키자니아 내 모든 시설은 '아이만' 입장할 수 있다. 어른들은 유리문 밖에서만 지켜볼 수 있다.


 소원하던 캣 워크를~


 태국식 스모키 화장을 한 진아^^

진아가 가장 즐거워했던 체험 중 하나는 '패션모델'이었다.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한시간 쯤 기다렸더니 사진처럼 태국 미녀로 재탄생했다. 눈두덩이를 짙게 칠한 태국식 스모키 화장에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 진아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종일 화장을 지우지 않았다.


 태국의 서울우유 같은 일본 브랜드 메이지, 대기 순서가 밀려 바닥에 앉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다.


정균이가 잠이 들어 2층에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실과 공장에도 가봤다.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 소비자인 아이들과 미리 만날 수 있어 키자니아에 많이 입점해 있다고 한다. 캐논, 혼다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의 부스가 있었지만 음료나 음식을 직접 가공하고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브랜드가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유제품을 생산하는 '메이지(Meiji)와 코카콜라. 


 멸균실에 입장하기 위해 에어샤워를~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관찰하는 아이들


 우유 제조 과정을 하나하나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 2~30분 간격으로 쉬는 시간 없이 반복되는 과정인데도, 참 열정적으로 설명하던 지도교사.


 코카콜라 부스에서도 메이지 부스와 비슷한 과정으로 체험이 진행된다. 미생물 검사 - 액체 병입 - 마개 씌우기 - 라벨링 


 응급환자 발생~!

다양한 체험을 하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왔는데, 어디선가 요란한 싸이렌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엠뷸런스 한 대가 서 있고, 길가에 쓰러진 사람이 리얼하게(^^) 응급처치를 받고 있었다. 알고보니 이들은 '의사 체험'중인 아이들. 이렇게 엠뷸런스가 멈춘 곳에서는 무조건 근처 부스의 직원 한 명이 응급환자가 되어야 한단다. ㅎ

 소방관 체험. 노란색 옷을 입고 소방관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귀엽다.


 교육받은 아이들은 직접 소방차를 타고 출동~!



내가 본 키자니아의 하일라이트는 낮잠에서 깬 정균이와 진아가 함께한 '소방관' 체험이었다. 소방서에서 교육을 받고, 소방차를 타고 이동해 불이 난 호텔의 불을 직접 꺼보는 등 스토리가 있는 체험이 좋기도 했지만, 다양한 장소에서 여러 단계의 체험을 온전히 둘이서만 함께했기 때문이다. 옷을 입히고, 매무새를 정돈해 주는 등 살갑게 동생을 챙기는 진아의 모습이 대견했다.

그밖에 스시 전문점인 '오이시'브랜드의 쉐프, 에어아시아 승무원 체험, 맥도널드 크루, 동물병원 의사, 녹차 연구원 등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진아가 만든 초밥과 햄버거, 음료수 등은 중간중간 우리의 간식이 되었다는.

 오이시 브랜드의 쉐프 체험, 김초밥 말기


 맥도널드 크루 체험, 햄버거 만들기. 쉽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 푸드도 여러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유치원 단체관람객이 빠진 시각이라 혼자 1:1케어를 받을 수 있었다. ㅎ


 에어아시아 파일럿 트레이닝 기관. 파일럿 뿐 아니라 승무원 체험도 할 수 있었다. 대기시간이 길다. 시간을 미리 체크해두면 좋다.


 과정을 마치면 자격증을 주는 동물 보육사 체험


 서둘러 녹차 연구원으로 변신, 잎녹차 선별 작업부터 시작한다.


 주유소


 뷰티 살롱



오늘이 바로바로~ 최고의 생일!


 자신이 만든 결과물에 흐뭇한 아이들.


'오늘이 바로바로~ 최고의 생일~!'이었다는 진아.  


마지막으로는 뷰티살롱에 들러 '오늘이 생일'임을 강조하며 예쁘게 꾸며달라는 부탁을 했다. 

끝날 시간이 다 되어서 화장 수정이나 네일아트는 안 된다고 해서, 머리 손질만 받고 왔는데, 그래도 거울을 보는 표정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나는 진아의 얼굴을 볼 때마다 진한 태국식 화장에 웃음이 났다.  

그래도 그녀가 좋다니 취향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


만 여섯 살, 자기 주장이 강해지는 나이. 

미용사에서 가수, 요리사로 꿈이 벌써 여러번 바뀌었는데, 키자니아에 다녀온 후로는 또 생각이 달라졌을까? 


오늘 처럼 행복한 표정으로 즐겁게 자라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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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TIP] 방콕 키자니아

* 위치: BTS 씨암 역 3번 출구 씨암 파라곤 5층
* 입장료: 어린이(4-14세) 850B, 4세 미만 유아 350B, 어른 480B, 60세 이상 400B
* 홈페이지: http://bangkok.kidzania.com
* 운영시간: 월~금 10:00~17:00, 주말/공휴일 10:00~15:00. 16:00~21:00


※ 체험 프로그램 대부분은 만 4세 이상 참여할 수 있다. 4세 이하라도 다양한 체험을 하고 싶다면 어린이 입장권을 끊으면 된다.
※ 주말과 방학에는 붐비는 편, 평일을 추천한다. (되도록 아침 일찍 가서 다양한 체험을 해보자.)
※ 수시로 할인 프로모션이 진행된다.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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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0 / Comments 6

  • Favicon of http://sophism-travel.tistory.com 무념이 2014.09.24 13:54 신고

    집 근처에 키자니아가 들어온다는 설이 있는데 사실로 이뤄지면 좋겠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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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4.09.25 16:19 신고

      오오~ 한국에 또 생기나봐요! 괜찮더라구요. 조금만 더 저렴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긴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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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jinny1970.tistory.com 못난이지니 2014.09.29 20:15 신고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흥미가 있는곳인데요.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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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4.10.05 02:12 신고

      맞아요. 따라다니면서 저도 지켜보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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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야 2014.11.14 00:45 신고

    방콕 키자니아도 서울처럼 엄청 붐비고 많이 기다리고 그런가요?? 서울에서 한 번 해보고 아이들은 하고싶어 하는데 사람이 넘 많아 힘들었던 기억에 제가 미루고 있는데 1월에 방콕엘 가게돼서 사람이 적으면 한 번 가볼까 해서 여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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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reendayslog.com 그린 데이 2014.11.14 01:11 신고

      주말에는 방콕도 많이 붐빈다고 하더라구요. 주중에는 유치원 단체 말고는 한산했어요.(그래도 인기 체험만 길어야 2-30분 대기.) 3시 이후에는 사람 정말 없어요. 갈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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