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가을여행, 영월 사과따기 체험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사과따기 체험' 플랙카드를 발견해 과수원에 들렀다. 농원은 진행방향의 반대쪽에 있었지만 '내일을 담보로 오늘의 즐거움을 미루지 않는다.'는 신조를 가진 스티브가 과감하게 (불법)유턴을 감행했다...; 즉흥적인 결정이었지만, 가제트의 팔처럼 길다란 막대를 가지고 사과를 따는 체험은 이번 여행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즐거웠던 기억으로 손꼽힌다.


알고보니 이곳은 '우연히 들르기로 유명한(?), 다래농원'~! 



농장 앞에 차를 대고, 슬쩍 나무의 상태를 보니 사과는 이미 끝물임이 분명했다. 그래도 맛보기로 깎아 먹어 본 사과는 무척 달고 싱싱했다. 꼭지가 초록색인 사과를 본 적이 있던가? 아니, 꼭지가 달린 사과 자체가 정말 오랜만이었다. 마치 입시를 준비하며 미술학원에서 수백, 수천번 그렸던 그 빨갛고 예쁜, 게다가 맛있기 까지한 사과를 직접 딸 수 있다니?!  



내가 사과 맛을 음미하는 동안 아이들은 벌써 바구니를 들고 농장으로 뛰어갔다. 농장 주인에게 물으니 사과 5Kg에 25,000원. 체험비는 따로 받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1Kg이 초과할 때마다 5,000원씩 추가되는 시스템이었다. 5Kg이면, 빨간 시장바구니가 반 정도 찬다고 했다. 



농장을 지키는 개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사과 따기에 나섰다.



사과가 많이 달린 나무를 찾아서 가제트 팔처럼 생긴 집게를 높이높이 올려 가장 굵고 예쁜 놈으로만~




내가 처음 사과를 따본 건, 15년 전쯤 (벌써 그렇게 ㅠㅠ), 캐나다, 나이아가라 온더레이크 근처에서 였다. 현지에 사는 조카들과 함께 나들이를 다녀오다가 들렀는데, 그 때 처음 '매킨토시'가 사과의 한 품종이라는 것을 알았다. 애플의 그 사과 로고가, 애플의 첫 컴퓨터 이름인 매킨토시 였던 것. 마치 가짜 사과같이 예쁘고 귀여웠던 매킨토시는, 그러나 정말 맛이 없었다. 예쁘기만 하고 단맛이 없는 사과를 씹으며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딴 사과의 품종은 '양광'. 찬바람이 부는 요즘은 거의 끝물이지만 아주 달다고 했다. 이제 며칠 있으면 부사가 출하된다고 했다.

추석 즈음 잠깐 나오는 홍옥을 좋아해서 일찍 나오는 사과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사과 품종마다 여무는 시기가 다르다니~ 

  



가지가 부러질듯 주렁주렁 열린 사과나무에서 직접 사과를 따보는 진아. 



아이의 진지한 눈빛에 내가 다 숙연해질 지경~!



처음에는 따는 데 재미가 들려 아무 사과나 막 따더니, 점차 크기가 어느정도 되는지, 벌레 먹은 데가 있는지, 색은 예쁜지 등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반면 둘째군은 누나에게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심통이 났는지, 내 뒤에서 사고를 치고 있었다. 

이미 수확이 끝난 사과나무 아래 상품성이 없어 남겨놓은 것을 툭툭 떼어 내고 있었다.



그리고는 내게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아... 수확한 사과는 무조건 사야 하는데...




바구니를 채우는 데 걸린 시간은 20~30분 남짓? 두 아이가 경쟁적으로(ㅠㅠ) 사과를 따는 통에 생각보다 얼마 걸리지 않았다. 



수확을 마친 사과는 푹신한 풀밭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벌레 먹거나 상한 사과를 골라냈다. 

상한 사과에는 가격을 메기지 않는다. 그러니 딴 사과는 하나도 버리지 않고 가져가도 된다. 



더는 아이들이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 스티브와 내가 사이좋게 손잡이 하나씩을 들고 무게를 재러 갔다.



우리가 수확한 사과의 무게는 총 6.5Kg. 인심좋은 사장님께서 1Kg값만 더 받으시고, 벌레가 조금 먹은 사과 두어개를 그냥 주셨다. 




한쪽에서는 말린 사과와 사과 잼도 판매하고 있었다. 시식으로 사과 말랭이를 한움큼 맛본 아이들이 사달라고 성화를 부리는 통에 말린 사과까지 한 봉지 샀다. 과자보다 낫겠지.. 하는 심정으로. 그리고는 내가 1/3은 먹은 것 같다. ㅎ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포즈를 취하며 웃음이 끊이지 않던 아이들. 센스있는 농장주인은 사과밭 옆에 휴식 공간을 마련해 놓고, 사과 탈도 구비해 놓았다. 



사과체험하기 좋은 철은 매년 9월 말~10월 초. 그 때가 되면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사과를 찍으러 사진 동호회에서도 많이 내려 온다며 농장주의 자랑이 늘어진다. 내년에는 조금 일찍, 영월에 가보자며~ 오늘도 즐거웠지만, 내년에는 더 큰 즐거움을 기대해 본다.  


[여행 Tip] 다래농원

주소: 강원 영월군 주천면 주천리 375
전화: 033-372-1114

홈페이지: www.daraefarm.co.kr


* 사과따기 체험은 매년 9월~11월 사이, 대추방울토마토 따기도 할 수 있다.
   사과 5Kg에 25,000원, 추가 1Kg마다 5,000원, 체험비는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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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6)

  • 2014.10.27 08:03 신고

    사과마스코트를 한 아이들이 귀엽습니다^^

  • 2014.10.28 21:36 신고

    우연히 시작한 사과체험이 너무 알차보여욧 ㅎ 매킨토시가 사과 품종인거 오늘 첨 알았다는 ^^;;;

    • 2014.11.07 12:52 신고

      네. 사과품종이더라구요.
      요즘 도시 아이들에게는 이런 체험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굳이 체험농장을 찾아가지 않아도 아파트 화단의 감 한두개 따보는 것도 즐거워하더라구요. ^^

  • 2014.10.29 17:11 신고

    우왓. 재밌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마지막 사과탈에 가봐야 겠다고 결심을 굳힙니다. 저는 머리가 안들어 갈 것도 같지만 ㅎㅎㅎ
    둘째가 뒤에서 사고 치고 있는 모습에 빵터졌어요. 아 진짜 귀엽고, 웃기고, 맛없는 사과를 건네주는 둘째의 사과를 받아들고 '웁스' 하셨을 그린데이님 마음을 생각하니 안타깝지만 사실은 계속 웃기고. ㅋㅋㅋ
    저는 그러고 보니 사과를 따 본 적이 한번도 없네요. 저런 집게로 따는지도 몰랐어요.
    사과 말린 것도 너무 좋아하는데, 내년에는 저도 사과 따러 갈래요. ㅎㅎㅎ

    • 2014.11.07 12:54 신고

      푸하하. 사과탈을 쓴 감자님, 오이님이 너무나 본것처럼 상상이 됩니다.
      ㅋㅋ 둘째군은 늘 그런 역할. 잘했다 하면서도 또 따올까봐 조마조마. 다행히 잘난 놈이나 못난 놈이나 저집 사과는 다 맛있더라구요. ^^
      높은 곳에 있는 건 집게로 따로 낮은 건 손으로도 딴다더라구요. 아무래도 집게를 사용하면 (힘을 주면) 상처가 나요.
      내년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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